피상속인에게 법률상 배우자(혼인신고를 한 배우자)가 있다면 사실혼 배우자(혼인신고가 없는 배우자)는 상속권이 없습니다.
설령 피상속인과 법률상 배우자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사실상 이혼상태와 다름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피상속인과 오랜 기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람에게는 상속권이 전혀 없는 반면(그래서 기여분청구도 할 수 없습니다), 오랜 기간 연락도 하지 않았던 법률상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있는 결과가 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속법 법리와는 달리,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등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유족연금의 수령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망인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을 경우 사실혼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어 왔습니다.
다음 사례는 실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례(서울행정법원 2020. 2. 7. 선고 2019구합66385판결)의 사실관계를 간단히 한 것입니다.
갑은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였고 망인에게는 법률혼 배우자가 있었습니다. 생전의 망인은 공무원이었는데, 망인이 사망한 후 망인의 법률상 배우자 을은 공무원연금공단(피고)에 유족급여 및 퇴직수당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았습니다.
갑은 피고에게 유족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하는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망인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으므로 갑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부지급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갑은, 생전의 망인과 을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하여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사망한 것이므로, 망인과 을 사이의 혼인관계는 실질적으로 해소되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으므로, 피고의 유족급여부지급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갑에게 연금지급을 거부한 공무원연금공단의 처분은 취소되었고, 결국 위 사안의 갑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알아보죠.
(대법원 1993. 7. 27. 선고 93누1497 판결)
(대법원 2007. 2. 22. 선고 2006두18584 판결)
서울행정법원은 갑의 사안에서, 망인과 을은 이혼의사의 합치 하에 협의이혼 절차를 진행하던 중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법률혼을 해소하지 못하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혼인관계가 해소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갑이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었던 이상, 갑은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2호에서 정한 '유족'으로서 연금수급권을 가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의 갑에 대한 유족급여부지급결정을 취소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망인에게 법률혼 배우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혼이 중혼적 사실혼(법률혼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사실혼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고, 망인과 법률혼 배우자 상호간에 이혼의사가 합치되어 있어 망인의 법률혼이 사실상 파탄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사실혼 배우자가 예외적으로 유족 연급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위 갑의 사례가 있다고 해서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가 모두 당연히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망인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을 경우, 사실혼 배우자는 예외적으로만 유족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 예외적인 상황이란, 망인과 법률상 배우자 사이에 이혼의사가 합치되어 법률혼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사실상 혼인관계가 해소되어 법률상 이혼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점을 주의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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