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생추정'이라는 법률용어가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내가 낳은 아이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관해 최근 중요한 대법원 판례가 나왔는데요, 친생부인의 소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꼭 한 번은 알아두셔야 합니다.
친생추정?
우리나라 민법은 가정의 평화와 자녀의 법적지위 안정을 위해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친생추정은 쉽게 말해 아내가 낳은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을 한다는 것인데요, 민법은 친생추정이 미치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
(2) 혼인이 성립한 날로부터 200일 후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
(3)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
그리고 이 친생추정은 법률상 아주 강력한 추정이어서 친생부인의 소(또는 친생부인허가청구)로서만 추정을 배제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친생추정이 미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이 친생추정이 미치는 아이에 대해서는 타인이 자신의 자녀라고 인지할 수 없고, 아이 역시 생물학적 친부를 상대로 인지를 구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친모는 남편을 부(父)로 하여서만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친모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한 부(父)란을 공란으로 하여 어머니만 있는 아이로는 출생신고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친생추정에 관한 대법원 판례
그런데 위 친생추정의 개념은 남편이 아내가 낳은 자녀를 자신의 자녀로 100% 확신할 수 없었던 시대 즉, 과거 유전자감정기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등장하였습니다. 그래서 머리카락 몇 올이면 친자여부를 알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존재하는 데에도 이 친생추정이란 개념이 유효한 것인지에 관해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유전자감정기법이 발달하여 생물학적인 친자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친생추정의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을 보시죠.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 전제사실로 보는 것은 원고적격과 제소기한의 제한을 두고 있는 친생부인의 소의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으로 민법 해석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위와 같이, 대법원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고 판단한 이유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지위의 공백을 방지한다는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를 존속시킬 필요가 여전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생추정을 받는 자녀에 대해서는 친생부인의 소에서 정한 원고적격을 갖는 자(남편이나 아내)나 제소기간(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녀의 신분관계를 더 이상 다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용인하고 가족관계를 형성해 왔다면, 나중에 혼인생활이 파탄난 이후 유전자감정 결과상 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친생부인의 소를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이 소송이 가능한 경우는?
하지만 위 대법원의 결론(유전자검사 결과를 통해 남편과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친생추정이 미친다)을 형식적으로 일관한다면 불합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만약 이미 남편과 아내 사이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이 났고, 그에 따라 남편과 자녀 사이의 가족 공동생활의 실질이 소멸한 상태라면, 친생추정 규정을 통해 보호하려는 법적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내가 낳은 자녀가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아내와 이혼을 하였고, 출생신고를 해 주었던 자녀와 오랜 기간 왕래를 끊고 살았는데, 이후 친생부인의 소 제척기간 2년이 지나서야 자신과 그 자녀 사이의 가족관계등록부 정리를 위해서는 친생부인의 소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안 사안이 있었습니다.
위 사안에서 법률사무소 세웅 오경수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 항소심에서 다음과 같은 판결을 받아 승소하였습니다.
"동서의 결여 등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없더라도, (1) 부부가 이미 이혼하는 등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되었고, (2) 부와 자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도 단절되었으며,(3) 혈액형 혹은 유전자형의 배치 등을 통해 부와 자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친생자 추정의 효력은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서울가정법원 2018. 10. 30. 선고 2018르31218 판결)
결국 위 대법원 판례 이후, 남편과 아내의 혼인 중에 태어난 아이에 대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때 사안에 따라서는 유전자감정결과 외에 다른 추가 입증 사항까지 준비하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점 반드시 유념하셔야 합니다.
그 추가 입증 사항이란 남편과 아내 사이의 동서의 결여(또는 혼인관계의 파탄), 남편과 자녀 사이의 사회적, 정서적 유대관계의 단절 등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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