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상속포기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는 경우라면 미리 인감도장을 찍고 인감증명서를 첨부하기 전에 유의할 점이 몇가지 있습니다.
무턱대로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으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이 포스트의 내용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럼 상속포기각서를 쓰는 사례에 이에 관련된 쟁점을 알아보겠습니다.

피상속인 사망 전 재산분할포기각서
아버지가 돌아가시 전에 자식들을 모두 불러다 놓고는 모든 재산을 제사를 모실 장남에게 줄 것이니 다른 자식들은 욕심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재산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으라고 강요를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었던 저희들은 어쩔 수 없이 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었죠. 이 포기각서를 쓴 지 3년이 지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쓴 건 아버지가 강요해서인데 아버지 재산을 저희는 정말 받을 수가 없는 것인가요?
피상속인의 강요에 못 이겨 또는 공동상속인 중 일부의 강한 요구에 못 이겨 상속이 일어나기 전에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는 예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재산분할포기는 상속인의 지위에서 하는 것만 유효합니다. 쉽게 말해 내 것이 아닌 물건을 포기한다고 해봐야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대법원 역시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야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상속 개시 전에 이루어진 상속포기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 전에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이 각서는 법률적으로 무효입니다. 그 결과 아버지 사후에 위 각서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협의를 할 수 있습니다.
상속개시 후 재산분할포기각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할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큰외삼촌이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전부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가 20년 전에 돌아가신 후 외가에 간 일이 별로 없었는데 평소 연락을 하지 않았던 외삼촌이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어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도장을 빨리 찍어주지 않으면 세금이 많이 나오게 되니 서둘러 달라고 하였습니다.
외할아버지 재산이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 포기각서에 도장을 찍어도 되는 건가요?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그분이 남긴 모든 재산은 상속인들의 공동소유가 됩니다.
상속인들에게는 전원의 협의로 재산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만 남은 것입니다. 그런데 협의만 가능하다면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문제에서는 협의가 가장 우선합니다. 설령 상속인들 사이에 불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피상속인의 재산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는지 그리고 자신의 권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인감도장을 찍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협의가 이루어지기만 하면 이를 되돌리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다시 전원의 협의가 있어야만 기존의 협의를 번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재산이 무엇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산상속을 포기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면, 재산분할포기각서에 섣불리 인감도장을 찍으면 안 됩니다. 상속인이라면 누구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조회해 볼 권리가 있습니다.
위 사안의 경우 외할아버지의 상속재산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생전 증여 재산이 무엇이 있는지 등을 확인 한 후에 결정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상속개시 후 채무초과자의 재산분할포기각서
할아버지가 이번에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보다 먼저 돌아가셨고 상속인으로는 저희 아버지와 삼촌, 고모가 있습니다.
삼촌은 예전에 사업이 실패해서 신용불량자 상태입니다. 아버지와 고모는 삼촌이 상속재산을 받으면 어차피 채권자들이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알아보다 주변에서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쓰면 된다고 해서 삼촌이 포기각서를 쓰고 할아버지 재산을 아버지와 고모가 나누어가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대부업체에서 아버지와 고모에게 소송을 하였습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을 걸어서 삼촌한테 갈 재산을 자기들에게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삼촌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썼는데 이 돈을 줘야 하는 것인가요?
상속인 중에 채무초과자(재산보다 빚이 많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 자칫 상속인들은 상속재산을 채무초과자의 채권자들과 공동소유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채무초과자인 상속인이 재산을 분배받아봤자 어차피 채권자들이 그 재산을 가져갈테니 말이죠.
그래서 이런 경우에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인이 법원에 상속포기신고를 해버리면 상속개시 시점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만약 위 사안에서 삼촌이 상속포기 신고를 했다면 대부업체들은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패소합니다.
대법원은 상속포기는 상속인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상속포기를 하는 사람이 재산보다 빚이 많다고 하여 그 사람이 한 상속포기를 사해행위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속포기 신고가 아니라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인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썼을 때 입니다. 이 때는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생각해봐야 합니다.
1.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이 있는 경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경우에는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패소를 피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받을 재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써 그 재산을 포기한 것이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사해행위로 평가되기 때문이죠.
대법원 역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들의 공유재산인 상속재산에 대한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위 사안의 경우 아버지와 고모는 사해행위취소소송의 원고인 대부업체에게 삼촌이 분배받았을 재산의 한도 내에서 재산을 원상회복시키거나 돈으로 주어야 합니다.
2. 채무초과 상태의 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이 없는 경우
반면에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썼다고 하더라도 사해행위취소소송의 피고가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에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 이 특별수익을 고려한 구체적 상속분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배하여야 하므로, 특별수익자인 채무자와 다른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구체적 상속분을 기준으로 그 재산분할결과가 일반 채권자의 공동담보를 감소하게 하였는지를 평가하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삼촌이 재산분할포기각서를 써서 재산을 받지 않기로 하는 분할협의가 있는 것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삼촌이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이 법정상속분액수보다 커서 어차피 구체적 상속분이 '0'이었다고 ㅎ나다면 재산분할포기가 채권자들에게 사해행위가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재산분할포기각서에 관한 주의사항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인감도장을 찍는 문서를 작성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합니다.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미리 상속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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