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호주제가 폐지되고 없지만 2007. 12. 31.까지는 호주, 즉 ‘가(家)의 주인’이란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호주는 장남이 승계하죠. 차남 이하의 아들은 혼인을 하면 분가를 하고, 딸은 혼인을 하면 남편의 호적에 들어갑니다. 이러한 호주제도는 상속에 관한 관념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예전의 어르신들은 집안의 재산은 장남이 승계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실 재산을 자녀들이 공평하게 나누어 줘야 한다는 관념은 우리나라에서 상식이 된지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그래서 많은 어르신들이 장남에게 집안의 거의 모든 재산을 몰아주다시피 했습니다. 설령 장남이 온갖 방탕한 짓으로 그 많던 재산을 계속 탕진했어도 말이죠. 이렇게 장남을 제외한 다른 상속인들을 소외시킨 불평등한 상속이 있었던 경우에 다른 상속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법정유류분이 있습니다.
법정유류분 제도는 사실 사유재산 제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데에 자유를 가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 그것이 보장되어야 마땅하죠.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재산을 장남에게만 주겠다고 하신다면 누구도 그것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설령 다른 형제들이 전혀 재산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의 재산은 부모님의 것이지 다른 형제들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님의 재산 처분을 막기 위해 소송을 한다거나 가압류, 가처분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상속에서는 상속인들 사이의 공평과 균형이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돌아가신 부모님이 장남에게 재산을 전부 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도 상속인들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도의 재산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장남에게 간 재산이 온전히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재산의 명의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이지만, 그 재산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다른 가족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정작 재산을 받은 장남은 전혀 기여가 없었는데도 말이죠. 만약 정말 그렇다면 단순히 집안의 장남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그리고 아버지가 재산을 장남에게만 주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 재산을 장남이 독차지 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까요? 이렇게 불평등한 상속이 있었던 경우 이를 완화하는 장치가 법정유류분입니다.
법정유류분은 상속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단 상속인들의 최소한도의 재산을 보장해줍니다. 이 최소한도의 재산 내지 권리는 당사자가 포기하지 않는 한 누구로부터 침해당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님이 유언을 해서 이 최소한도의 권리를 줄일 수도 없고,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는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생전에 장남을 제외한 다른 형제들을 불러다 놓고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그러한 내용의 각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법정유류분으로 보장받는 최소한의 재산은 법정상속분보다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 처분이 불평등한 상속 결과를 초래했다고 하더라도, 사유재산을 보장 차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존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제도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공평한 상속이라는 이념의 절충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최소한의 재산은 각 상속인들의 법정상속분에 대한 일정 비율로 표현할 수 있는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일 경우에는 법정상속분의 절반,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또는 형제자매라면 법정상속분의 1/3입니다.
장남이 다른 형제들에게 법정유류분의 반환을 거부한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법이 보장한 최소한도의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송 과정은 상당히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이라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수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욱이 이 유류분소송을 불평등한 상속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기 때문에 그 권리 행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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