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전부 무죄 판결 을 받게 되어 소개하여 드립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일단 기소된 이상 무죄를 받을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검사 기소 사건의 1심 무죄율은 0. 95%에 불과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기도 했죠.
그만큼 일단 기소된 사건이라고 한다면 수사과정에서 최소한의 유죄의 증거가 갖춰졌다는 것이고, 이를 다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성범죄의 경우 일관적인 피해자의 진술을 주요 증거로 하게 되기에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다거나 증언에 반하는 객관적이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사실상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소개해 드릴 사건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이 지켜진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이제부터 소개해 드릴 이번 사건의 해결과정은 단순한 성공사례의 소개를 넘어서 성범죄의 피의자로 되어 있거나 될 우려가 있는 경우 반대로 성범죄 피해를 당하여 고소 고발을 진행하고자 하시는 경우 반드시 참고하셔야 할 팁들과 도움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끝까지 잘 읽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래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1. 사건의 경위
의뢰인은 지인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술자리 장소는 한 펜션이었습니다.
의뢰인이 받은 혐의는 유사강간.
밤 늦게 술자리가 끝나고 한 방에서 자는 동안 의뢰인이 고소인의 신체를 만졌다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작성된 고소 사실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정황과 일치하여 신빙할만 했고, 그 내용도 중하여 강제추행이 아닌 유사강간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 고소인은 사건 당일 경찰에 신고했다고 하며 해바라기센터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 그날 한 방에서 잠을 잤던 참고인은 목격자로서 진술하였구요.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뢰인의 최악의 선택도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지인의 종용에 "정말 미안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와 같은 내용의 범행을 인정하며 사과하는 취지의 카카오톡을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수사기관에서 자백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범행을 인정한 셈이므로 해당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제출된 이상
유죄 판결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저 역시 의뢰인에게 여러 차례 "정말 하지 않은 것이 맞느냐"고 묻기까지 했었는데요.
그럼에도 피고인은 무고함을 주장하였고 이를 밝히는 것은 저의 몫이었습니다.
2. 의뢰인 상담 -> 프레임 변경 가능성, 핵심적 증거의 탄핵가능성 가늠
상담을 하여 보면 대부분의 의뢰인은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 놓습니다.
그 중에서 요건사실을 직간접 탄핵할 수 있는 사실과 증거소재를 파악하고 증명력을 가늠해야 합니다.
상담시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들어 주길 바라지만 실제 상담 과정은 그 어떤 때보다 예민하게 곤두선 치열한 상황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후사정에 대해 피고인이 거의 기억이 없어 계속 피고인만 다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성범죄의 핵심적 증거는 대부분 사건에서 '피해자(고소인)의 진술'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은 그 자체로 쉽게 부인되지 못하는 강력한 증명력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입니다.
성범죄에서는 특히 이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양 측이 모두 그렇습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너무나도 취약하고 기억 역시 매우 쉽게 왜곡됩니다.
즉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구체성이 높아지면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지나치게 구체적인 진술은 자제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잘 정리된 고소장, 그에 따라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고소인의 진술들, 그를 뒷받침하는 참고인진술 및 피고인의 자백진술까지 잘 낸 시험문제처럼 뻔한 답이 존재하는, 이미 잘 짜여진 프레임이 존재하는 이 사건도 오히려 그만큼 수 많은 공략점이 존재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반대 입장인 피고인과의 상담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보고 피고인의 진술과 부합하는 정황들과 고소인의 진술과 불부합하는 정황들을 놓치지 않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초기 상담 당시 피고인은 당시 상황이나 정황에 대해 구체적 기억조차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사후에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카카오톡을 보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변호인으로서는 참 암담한 일일진데, 저는 오히려 어떻게 보면 이 점에서
피고인의 기억이 사실에 부합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범죄에서의 프레임 변경 가능성은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비교적 객관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무고의 동기 내지 사실과 다른 고소의 여지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결정적 해결의 실마리가 되거나, 적어도 이미 피해자 틀에 굳어지려는 재판부의 머릿속을 흔들고 피의자 입장에서의 사실관계 재정립을 시도해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람의 인지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대표적으로는 피해자 기억의 왜곡 또는 감각이나 해석의 착각이 있을 수 있겠고 정말로 합의금을 노린 고소인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고소대리인인 변호사가 상황을 요건에 맞게 꾸미려다가 과유불급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피의자와의 상담과 녹취자료를 통해 사건의 프레임을 바꿀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1) 피해자는 카톡으로, 적극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종용하고 있었습니다.
2) 피해자는 이전에도 합의를 통해 보상받은 바 있었다는 사실을 참고인과의 녹취록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피해자는 참고인과만 먼 친구, 피의자와는 처음 본 사이였습니다.
4) 참고인도 피의자에게 합의를 자주 권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함부로 할 수는 없고 함부로 주장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무고 역시 범죄이며 그에 앞서 본 사건의 결론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인 바, 형사법원의 진실발견에 성역이 존재하여서는 안 되기에 기억이 없고 억울한 피의자(이제 피고인)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황이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면 범죄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합리적 의심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반드시 잘 설명하여야 할 사실들입니다.

형식적 근거 판단에 앞서, 프레임을 흔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실은 사람은 이미 결론부터 내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 결론에 따라 근거가 될 사건과 사물을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나서는 합리적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고 왜곡된 기억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저희는 이러한 관점에 따라 사건기록을 뒤져 아래와 같은 의문점들을 찾아 낼 수 있었습니다.

3. 변론의 핵심
이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 제출되지 아니한 증거의 발견
변호인이 공판을 준비하면서 하는 가장 첫 번째 일은 증거기록을 보고 증거의 인부를 정하는 것입니다.
변론이란 결국 검찰이 제출한 유죄의 증거들을 반박하고 반증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끔 하는 것이므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있는 증거를 반박하는 것보다는 없는 증거가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의뢰인으로부터 스쳐 지나가듯이 DNA 검체 채취 이야기를 들었는데, 막상 증거목록을 받아보니 DNA 검사결과는 증거로 제출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DNA 미검출의 결과라서 제출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DNA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여도 법원은 많은 경우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로서 유죄로 판단하여 왔기에 (당시 상황, 검체의 상태, 검사 부위에 따라 범행이 있더라도 DNA가 검출되지 아니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국과수의 일반적인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무죄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나 피고인의 주장의 신빙성을 높여주는 증거이기에 주요했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공판기일에서 공개적으로 DNA 검사 결과가 증거로 제출되지 아니한 점에 의문을 제기하였고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검찰은 국과수의 DNA 검사 결과를 증거로 제출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는 DNA 미검출이었습니다.
억울하다던 의뢰인의주장에 조금 힘이 실리는 시점이었습니다.
나. 객관적으로 보였던 카카오톡의 모순 포착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증거로 제출되어 있었습니다.
통상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객관적 증거로 여겨지기 마련인데요.
자칫하면 위조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대담하게 이를 위조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니와 특히 성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만으로도 충분한 증거가 되기에 그와 같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증거목록을 시순으로 정리하고 나니 피해자가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어색해 보였습니다.
조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고소인이 함께 있던 지인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는데 의뢰인으로부터 듣기로 고소인은 이 사건 당일 지인과 식사까지 하였으므로 굳이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고소인의 모순된 진술을 지적하는 것은 성 관련 사건에서 가장 주요한 변론의 포인트이기에 변호인은 고소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하여 해당 카카오톡 대화가 이루어진 시점을 수 차례 물었고 이로써 해당 대화 내용이 부자연스럽다는 점을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판결문에는 "위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문장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사건의 난점 중 하나는 목격진술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내가 봤다'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본 것만 같다'는 식의 진술이었습니다.
고소인의 옷이 올라가 있었고 본인이 느끼기에 고소인이 불편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본인에게 붙어서 잔 것만 같았고 또한 의뢰인의 팔이 고소인의 신체에 올라가 있었던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사건 당시 함께 잠을 자고 있었던 참고인이었기에 그 진술은 법원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이에 변호인은 참고인의 진술 취지에도 불구하고 그 진술의 내용은 결코 직접 목격하였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처럼 지척에 있었으면서도 고소인의 주장에 따르면 오랜 시간 이루어졌다는 유사강간 행위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참고인과 고소인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증명력의 탄핵에 힘을 쏟았습니다.
결국 위 목격진술에 대하여도 법원은 "추측이나 생각에 대한 진술일 가능성이 높고" "목격한 진술이라거나 객관적인 진술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4. 검찰의 반격과 재반박
검찰은 허수아비가 아닙니다.
심증이 없는 사건을 기소하지 않고, 일단 기소된 경우 공소유지에 총력을 다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검찰은 사실조회신청, 피해자 증인신청, 참고인 증인신청, 참고인 유선통화 수사보고 보강 등으로 피고인의 유죄를 확신하며 맹렬히 다투어 왔습니다.
특히, 증인신문 이후에는 피고인의 유전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자신이 제출하지 않았던)국과수에 유전자검사결과에 대하여 갑자기 이 사건 공판에서 국과수에 사실조회를 따로이 신청, "만졌어도 100% 나오는 건 아니라"는 취지의 회신을 받아 제출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목표이념이자 제도로서, 검사의 객관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변호인으로서 이러한 점을 지적, 수사단계에서 검찰이 보지 못한 맹점들과 함께 검사 역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당사자로서 역할을 해 줄 것을 의견서와 변론요지서에 적시하여 당부하면서, 공소제기 단계에서부터 공판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의 조사와 재판과정에서의 검찰의 역할이 공정해 보이지 않을 우려가 있으며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재판부에 각인시켰습니다.
5. 결론
전부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 변론을 잘 마쳤구나 하는 즐거움과 함께, 혹여 유죄가 선고되었다면 의뢰인에게 일어났을 일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억울함을 안고 오시는 의뢰인의 말에 보다 더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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