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과 기여분 항변
어머니는 40년 전에 계부와 재혼하였습니다. 계부도 전부인과 사이에 자녀가 있었지만 왕래는 거의 없었습니다. 계부는 15년 전부터 뇌에 이상이 있어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기기 시작했고, 돌아가시기 5년 전부터는 아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일을 그만두고 거의 24시간 동안 계부를 돌보았습니다. 계부는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에 재산 전부를 어머니에게 증여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저는 이 재산이 어머니가 지난 15년 동안 계부를 병간호한 대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부의 다른 자녀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하였습니다. 저희는 너무 억울합니다. 계부가 아플 때 찾아오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 돌아가시니 재산을 돌려주라고 하다니요. 어머니가 재산을 돌려주어야 하나요?
유류분반환제도
우리나라는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때 '유류분'이란, 상속인이 피상속인(상속에서는 재산이나 빚을 남기고 돌아가신 분을 '피상속인'이라고 합니다)의 재산 중에서 보장받는 일정 부분 재산을 말합니다.
그래서 피상속인이 공동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을 증여하였거나 유증하였는데, 그 증여나 유증행위가 상속인의 유류분을 침해한다면 재산을 받은 사람이 상속인에게 재산의 일부를 반환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류분은 상속인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보장받는 재산이라는 것이 문제의 출발입니다. 즉, 상속인과 피상속인이 생전에 얼마나 교류가 있었고 친했는지를 묻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류분반환에서는 기여분이 늘 문제였습니다.
유류분소송에서는 기여분 항변이 불가능
대법원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가 기여붆 항변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여분'은 상속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상속인 중 일부의 기여를 고려하여 상속분을 조정하는 제도이므로 유류분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는 서로 관계가 없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으로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하여 기여분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그래서 지금까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의 피고가 기여분 항변을 했을 때 즉, 피상속인에게서 기여의 대가로 재산을 증여받았으므로 반환할 유류분이 없다고 주장했을 때 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를 이유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했었습니다.
새로운 대법원 판례 - 실질적으로 기여분 항변 가능
그런데 2022년에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 대법원 판례가 위 2015년 판례를 변경하지는 않았습니다(즉,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기여분 항변은 여전히 불가능합니다). 다만, 유류분 피고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기여했을 때는 이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실질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피고의 기여분 항변이 가능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고,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위와 같은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와 같이 상속인이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인 형평을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한도 내에서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수 있다. 여기서 피상속인이 한 생전 증여에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에 대한 대가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는 당사자들의 의사에 따라 판단하되, 당사자들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상속인과 상속인 사이의 개인적 유대관계, 상속인의 특별한 부양 내지 기여의 구체적 내용과 정도, 생전 증여 목적물의 종류 및 가액과 상속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생전 증여 당시의 피상속인과 상속인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사회일반의 상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21다230083, 230090 판결
다만, 대법원 역시 피상속인의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할 때에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즉, 유류분소송의 피고가 위 주장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피고의 기여가 인정되어 증여재산이 특별수익에서 제외되는 사례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실제 사안에서
위 사안에서 오경수 변호사는 질문자의 어머니 즉, 소송의 피고의 소송대리인이었습니다. 오경수 변호사는 위 2022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지난 15년 동안 피고가 보통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헌신을 하였으며, 피상속인의 재산도 사실은 피고의 기여로 형성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소송의 결과, 1심 법원은 피고가 증여받은 재산의 일부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이때 피고가 기여 항변에 성공하여 감축한 유류분청구 액수는 무려 56%에 달합니다.
1심 선고 이후 원고들이 항소를 포기했고, 피고 역시 항소를 포기하여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사안이었습니다.
위 2022년 대법원 판례가 나온 이후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의 논점이 더 생겼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소송에서 분쟁의 강도가 더 커지는 방향으로, 소송기간이 더 오래 걸리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소송의 원고나 피고 모두 위 대법원 판례를 이해하고 소송에 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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