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피해자변호사로 했던 사건의 후기를 남깁니다. 저로서는 참 느낀 바가 많았던 사건입니다. '내가 가해자 변호인'을 할때 절대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사건입니다.
군형법상 군인등강제추행치상 사건입니다. 군형법상 군인등 강제추행죄는 형이 상당히 높습니다. 벌금형이 없을 뿐더러 여기에 치상이 붙으면 하한이 7년 이상이 됩니다. 따라서 작량감경을 하더라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합니다. 감경은 판사님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대로 1/2만 감경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단 치상이 붙어서 공소제기가 되었다면 유죄인 경우 합의를 하더라도 집행유예가 선고되기 어렵습니다.
사실관계는 생략하겠지만 피고인측은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많이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피해자변호사인 저 역시 상당히 화가 많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이 되어야 하고,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해 어느 정도 피해자 역시 감내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저 역시 많은 가해자 변호인을 하면서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기도 했거든요. 그러나 피해자를 압박하더라도 이는 사건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묻는 것에 그쳐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사건 이외의 것들에 대해 피해자를 강하게 압박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이런 부분이 너무 힘이 들어 여러차례 자해시도도 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평소 행동, 옷차림, 경제적 사정 등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측면에서 피해자를 공격하였습니다. 재판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명백한 2차 가해를 자행하였고, 저는 이런 내용들을 전부 복사하여 증거로 모으고 있었습니다. 형사사건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면 바로 민사소송을 진행하려고 준비를 하였고, 그 금액은 2차 가해 정도를 고려해서 억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측에서는 무죄주장을 계속하였고, 서로 좋아했다는 등(서로 합의에 의한 행동)의 주장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또 선고기일 직전에 합의제안이 와서 1억 5천만원에 합의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군인등강제추행치상이 유죄가 되는 한 집행유예는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징역 3년 6월이 선고되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성범죄 피해자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변호사가 의견서나 증거자료 제출을 통해 피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보호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을 고려해서 가해자 변호인을 할 때에도 무조건 피해자를 공격하는게 절대 가해자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피해자 변호사를 할때에도, 가해자 변호인을 할 때에도 유념할 생각입니다.
기타 성범죄 피해로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 본인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말도 못할 고통을 겪고 계신 피해자 분들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도움이나 조력이 필요하신 분들은 상담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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