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사람이 그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의 일체를 의미합니다(2004도8701). 그런데 상대방이 영위하는 '업무'가 위법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할까요? 예컨대 ① 성매매업소의 운영업무를 방해해도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만약 ②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비의료인이 개설한 병원, 소위 ‘사무장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받을까요?
대법원은 종래 ①의 경우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2011도7081).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② 사무장병원 의사를 찾아가 난동을 부린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1도 16482 판결, 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업무방해죄에서 보호되는 ‘업무’의 범위를 살펴보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 ①의 판결과 달리 판결한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이 사건 대법원 판결 경위
가. 기초사실
(1) 甲은 2015년부터 약 2년간 서울의 乙 병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161회에 걸쳐서 받았습니다.
(2) 해당 병원은 사실상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丙 회사가 차린 곳이었는데, 甲은 乙병원을 찾아가 소리를 지르거나 난동을 부렸고,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의사가 진료하지 못하도록 붙잡았으며, 계단에 드러눕거나 직원 목을 조르기도 하였습니다.
(3) 甲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실제로 甲은 업무방해, 명예훼손,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이번 포스트 주제상 업무방해 혐의에 국한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나. 제2심 및 대법원 판결
(1) 제2심 재판부는 乙병원은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丙회사가 수익창출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 丙회사의 회장과 乙병원의 의사가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점 등을 제시하면서, 의료법에 위반되는 이 사건 병원 업무는 소위 ‘사무장 병원’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업무이므로, 甲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판단하였습니다.
(2) 그러나 대법원은 위 제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였습니다(구체적인 판결이유는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3.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 - 보호가치 있는 업무
가. 긍정된 사례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는 직업 또는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나 사업으로서 일정 기간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는 것을 말하며, 그 업무의 기초가 된 계약 또는 행정행위 등이 반드시 적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위법한 행위에 의한 침해로부터 보호할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2006도3687).
이에 대법원은 ① 건물의 전차인이 임대인의 승낙 없이 전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평온하게 음식점 등 영업을 하면서 점유를 계속하여 온 이상 전차인의 업무는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받는 업무이고(86도1372), ② 아파트관리사무실의 경리가 관리단 총회에서 새로이 선임된 관리인에 의하여 재임명되어 경리업무를 수행하여 온 경우 설령 관리인 선임에 무효사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경리의 아파트관리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2006도382)고 판단하였습니다.
나. 부정된 사례
그러나 대법원은 어떤 사무나 활동 자체가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2001도5592)
이에 ❶ 성매매업소 운영업무(2011도7081), ➋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2001도2015), ➌ 공인중개사가 아닌 피해자의 중개업(2006도6599), ❹ 법원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그 직무집행이 정지된 자가 법원의 결정에 반하여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업무를 계속 행하는 경우(2001도5592)에는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띄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4. 검 토
이 사건 제2심 재판부는 종래 대법원 판결(위 2001도2015)에 따라 甲에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甲의 행위와 당시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甲의 행위는 사무장 병원의 일반적인 운영 외에 ‘의사의 환자 진료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의료인의 환자 진료업무’는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무장병원운영과 별개로 업무방해죄에 의하여 보호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의료기관의 개설, 운영 형태, 진료의 내용과 방식, 피고인의 행위로 방해되는 업무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을 판단한 대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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