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개발자 의뢰인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고객의 의뢰를 받아 소프트웨어 개발 완료 후, 인도까지 하였고, 사용교육과 A/S까지 진행하고 있으나 개발대금 잔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한 점은, 고객사 사장은 잔금 지급과 관련하여 아무 말이 없고, 소위 자기 메시지를 '씹고'있으나, 고객사 직원들은 계속해서 프로그램의 사용법과 자잘한 에러들을 보고하며 개발자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고객사가 잔금지급기일로부터 보름이 지나도록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고객사 사장이 내용증명 따위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따라서 바로 소송을 제기하고 고객사의 법인 통장을 압류하던지 하는 강한 압박을 원했다.
그러나 나는 고객에게, 내용증명을 작성하여 용역비 잔금을 받아낼 것을 권했다. 본 건은 보통의 소프트웨어 개발 다툼과는 결이 달랐고, 내용증명을 통해 충분히 대금을 받아낼 수 있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통상의 소송까지 가는 소프트웨어 분쟁의 소송 직전 상황은 다음과 같다. (개발자가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였다고 주장하는 전제 하의 상황이다.)
개발의뢰인이 프로그램 완성이 되지 않았다 > 따라서 개발대금 잔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개발의뢰인이 오히려 손해배상청구를 한다고 강하게 나가기도 함)
혹은
- 개발의뢰인이 무조건 잠수를 탄다
공통점은, 두 경우 모두 개발자가 인도한 위 프로그램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본 건은 고객사 사장이 소프트웨어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발대금 잔금을 줄 수 없다고 단정해서 말한 사실이 없었다. 다만 기일을 조금씩 미루고 어영부영하는 모습만 보였다. 또한 고객사 직원들은 계속해서 개발자가 인도한 프로그램을 사용하였고, 사용방법과 관련해서 꾸준히 개발자와 연락을 유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객사 사장은 개발자와 변호사가 협력했다는 사실만 알더라도 충분히 개발대금을 지급할 것임이 빤히 눈에 보였다. 그리하여 나는 흥분한 개발자를 진정시키고, 본 건은 내용증명만으로도 대금을 받아낼 수 있을테니, 우선 내용증명을 보내보자고 고객을 설득한 것이다.
개발자는 내 조언을 따라 내용증명 작성만을 의뢰하였다. 예상한대로, 내용증명이 고객사에 도달한 바로 다음 날 남은 개발 대금 모두가 깔끔하게 지급되었다.
개발자는 좁은 업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었는데, 분쟁없이 대금을 받아냄으로서 자신의 이름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 없이 일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수백만원의 변호사 비용과 몇 개월에 걸친 시간을 아끼는 것도 이번 일에서 얻은 큰 이익이었다.
대금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왜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변호사의 조력 1단계는, 의뢰인에 닥친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수 십건의 유사 사건 경험, 법리에 대한 지식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당사자보다 '왜 대금 지급이 되지 않고 있는지'파악하기가 용이하다. 따라서 중요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분들이 변호사의 적절한 조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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