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들 간 동업분쟁이 발생한 경우 ▣
의료기기 리스료의 증가, 병원 임대료 급등 등으로 최근에는 병원을 개업할 때 여러 명의 의사가 동업형태로 개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동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바람직하겠지만 실제로 많은 경우 수익료 분배 방식, 병원 확장 문제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러한 때 다수의 지분을 가진 쪽이 의견이 다른 소수 지분을 가진 의사를 일방적으로 제명하여 법정다툼까지 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늘은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병원동업관계에서 조합원의 제명 요건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및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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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개요
2017다200702 판결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사건 원고인 의사 갑과 피고 을, 병은 2008. 4. 1. 기간을 5년으로 정하여 ○○여성병원을 공동으로 운영하기 위한 동업계약을 하였습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자지분은 을이 5/7, 갑과 병이 1/7씩으로 한다. 을이 병원장으로 경영권을 가진다. 병원의 출자자는 반드시 병원에 근무함을 원칙으로 하고, 노동력 제공에 따른 수당은 월급제로 하여 을에게 경영수당 1,000만 원, 의사직무수당 700만 원, 갑과 병에게 의사직무수당으로 1,400만 원씩 지급한다.”
갑, 을, 병은 약정기간 5년이 지난 다음에도 계속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다가 2014. 2.경부터 동업계약의 내용을 변경하여 재계약하는 문제를 논의하였고, 을은 다음 사항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변경안을 제시하였습니다.
① 약정기간은 2014. 4. 1.부터 3년으로 한다.
② 약정기간이 지난 후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해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유 지분을 반환하며 동업에서 탈퇴하고 남은 조합원이 환급금을 지급한다.
③ 탈퇴 동업자에 대한 환급금은 두 곳의 감정평가기관의 평가를 거쳐 평균값으로 산정한다. ④ 갑과 병에게 지급하던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변경한다.
위 변경안에 대해 병은 동의하였으나, 갑은 의사직무수당을 성과급으로 변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 후 번복하고 을과 병이 제시한 수정안도 거부하였으며, 이 사건 탈퇴조항에 대해서는 소수 지분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였습니다. 갑, 을, 병은 4개월 정도 협의하였으나 재계약을 하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양측으로 나누어져 심각한 불화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을은 2014. 7. 16. ‘조합원 지위 변동에 관하여 조합원에 대한 제명조치 및 지분 환급 처리 방안’을 안건으로 갑과 병에게 회의소집을 통지하여 그 다음 날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위 회의에서 을과 병은 전원 일치로 원고에 대한 제명을 결의하였는데, 제명사유로 ‘① 동업 약정기간의 만료, ② 재계약 거부로 인한 조합원 자격 상실, ③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병원 경영에 반하는 행위로 지속적인 동업 불가, ④ 동업자 간 불신감 초래’를 들었습니다.이 사건 제명결의 이후 갑은 진료를 계속하면서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을과 병을 횡령 혐의로 형사고소하였으나, 을과 병은 모두 무혐의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갑은 을과 병의 자신에 대한 제명이 위법하다고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 원심의 판단
이러한 갑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하여 원심(서울고법 2016. 12. 7. 선고 2016나2026998 판결)은 갑의 귀책사유로 재계약이 체결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조합원 지위 확인과 함께 이 사건 동업계약에 따른 배당금과 의사직무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갑의 청구 중에서 을과 병의 공제 항변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을 받아들였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을과 병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였는데요, 대법원은 을과 병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다음은 대법원 판시사항입니다.
가. 원고(갑)와 피고(을, 병)들의 동업관계는 이 사건 동업계약에서 정한 약정기간이 만료한 2013. 3. 31. 이후에도 존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정기간 만료 후의 동업관계 내용을 규정하는 별도의 약정이 없으므로, 동업관계는 기간의 약정이 없는 것으로서 원고와 피고들은 언제든지 내용의 변경을 수반하는 새로운 동업계약의 체결을 요구할 수 있고 언제든지 조합관계로부터 탈퇴할 수도 있다(민법 제716조 제1항 참조). 이처럼 약정기간 만료 후 이 사건 동업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게 되므로 조합을 해산하는 것이 아니라면 조합원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을 바탕으로 동업계약에 관한 재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원고와 피고들은 약정기간 만료 이후인 2014. 2.부터 이 사건 동업관계에서 7분의 5 지분과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피고 1이 제안한 변경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업계약 체결을 협의하였다. 위 변경안에 기존의 동업계약과 달리 새로 담긴 내용은 성과급제 도입 부분과 이 사건 탈퇴조항인데, 성과급제 도입 부분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탈퇴조항은 존속기간 만료 후 조합의 해산을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특정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원고로서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
원심으로서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가 변경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원고와 동업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재계약이 체결되지 못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조합원 지위 확인과 함께 이 사건 동업계약에 따른 배당금과 의사직무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 중에서 피고들의 공제 항변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을 받아들였다. 원심판결에는 조합원의 제명에 관한 민법 제71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 조합원의 제명요건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의 의미
즉 대법원은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한다(제718조 제1항).”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이 동업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합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특정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 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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