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 금융범죄... 카르텔 속 범인을 잡기 위해서, 반드시 함정수사가 필요한 분야다.
한명이 걸리면 줄줄이 적발되는 카르텔 범죄의 특성상, 서로 숨겨줬으면 숨겼지 발설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가끔 거래 관계가 틀어졌을 때 고발이 들어오긴 하지만, 그래도 주된 검거 루트는 '함정수사'다.
paragragh 1 : 검사가 자금에 공급책까지 다 준비했는데, 유죄?
기회제공형? 범의유발형?

※ 단순한 함정수사 주장은 더이상 법정에서 통하지 않는다. 수사기관도 이제 상당한 검거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
마약과 경제사범들은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검사가 함정을 팠으면 무조건 공소기각이 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검사가 개입했다고 반드시 기각이 되는건 아니다. 나 역시도, 수사를 위해 자금부터 마약 공급책, 접선 장소까지 다 직접 섭외한 적이 있으니까. 물론, 실형까지 받아낸 사건 이야기다.
함정인데 어떻게 유죄가 선고된 것일까?
📌 "그럼 새로 공급책을 뚫어볼까" :
마약으로 유통 및 투약 혐의로 실형을 받게 된, 범인 A의 결정적인 한마디다. 이 한마디 덕분에, 우리 수사팀은 가짜 공급책을 직접 섭외하고도 적법한 함정수사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미 범죄 의사를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 기회를 제공한 것뿐이니까...
정보원에게 A 씨가 마약공급책을 물색 중이라는 소식을 전달받은 이후에는 일사천리였다. 검사실 수사관들이 더 이상 위법성 시비를 걱정할 필요 없이 함정을 설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개입했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paragraph 2 : 개임한 정도? 언제따져볼까
기회제공형과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의 경계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검사, 변호사의 한마디에 따라 유죄와 공소기각이 갈릴 정도니까.
그 요건 중에 가장 큰 출이 수사기관이 범죄에 '개입한 정도'를 따져보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말했듯이, 검사실 수사관들이 가짜 마약 공급책을 주선하더라도 처벌을 할 수 있다.
다만, 범죄의사가 없는 전과자에게 구매자가 있다며 정보원을 접근시킨다면? 그 기소 건은 십중팔구 공소기각이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개입하는 시기는 항상, 마약 구매(판매) 관련 제보가 들어온 이후다.
📌 공소기각, 범의유발형 함정수사의 예시 :
<대법원 2005도1247 판결>
- 제보가 있기 전에, 전과자를 타겟으로 한 함정수사
- 구매자가 있다며, 마약 유통을 다시 해볼 생각이 없냐 권유
- 정보원이 동정심을 이용해 범행을 유도한 경우
- 금전적 압박이나 위협을 가한 경우
- 거절하기 힘든 유혹
- 검찰이 과도하게 개입한 경우
paragraph 3 : 증거능력이 없는 물증
기껏 제보받고 함정 다 파 놨는데, 위의 판례 처럼 혐의자가 무죄로 빠져나간 경우도 있다.
당시 B 씨는 텔레그램으로 함께 마약을 할 여성을 찾고 있었고, 검찰이 깔아놓은 가짜 계정에 접근했다. 그렇게 서울 강남구 소재 모 호텔로 약속까지 잡았다.
드디어 D-day. 그런데, 체포 타이밍이 문제였다. 호텔에 짐을 풀고 내려오는 B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마약이 발견되지 않은거다. 당황한 수사팀은 B 씨를 이끌고 호텔방으로 찾아가 메스암페타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의 공소기각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상황. 약에 취해있는지도, 소지하지도 않은 B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고, 당사자의 동의도 얻지 않아 위법한 임의동행이 됐다.
이후 수집한 물증은 모두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 증거능력이 없는 물증 :
- 위법한 절차를 통해 수집한 증거
- 체포 현장에서 발견하지 못한 증거 (임의동행 거부)
-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로 수집
- 영장 없이 긴급 압수수색한 현장
※ 이후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위법한 증거수집이 될 수 있다.

결국엔 '증거능력' 싸움
기소된 마약사범 중 3.7%는 공소기각이나 무죄를 받는다.
마약혐의의 특성상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통상 마약변호사는 "위법한 함정수사다!","증거능력이 없다!"라며, 증거능력을 걸고 넘어진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변호사도 판사도 검사도 모두 알고 있다는 거다. 마약은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걸. 체포 이후 부터는 증거능력 싸움이다.
글쓴이 : 그 시절 검사, 배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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