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1 : 영화에서만 보던 마약? 이젠 아니다.

불과 4개월 전까지 검사로서 재직했던 나로서는 말해주고 싶다.
"마약사범은 바로 당신 옆에도 있을 수 있다."
마약은 인류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기생해왔다. 과거 8090 시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강력한 마약 단속과 접근성의 부재 등으로 외국에 비해 마약범죄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거듭하면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일 수가 없다. 왜? 마약은 돈이 있어야 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영화에서나 볼법한 전 세계 수많은 마약 조직이 부유한 아시아에 마약 공급망을 뚫지 못해 안달이다. 심지어 각 나라별로 유통을 위한 지부까지 있을 정도니까.
- 마약은 어떻게 한국에 들어올까?
지금 이시간에도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국경 지대 일명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 조직들이 우리나라 밀반입 경로를 개척하기 위해 엄청난 물량공세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해당 국가 발 우편물, 수하물은 세관에서 좀 더 꼼꼼히 보는 편인데, 솔직히 말하면 검찰 내부적으로는 세관에 걸리는 것 또한 극히 일부라고 추정한다. 특히 항구의 컨테이너를 통한 마약, 소위 '항마'라 불리는 경로는 사실상 거의 못 잡는다고 봐야한다.
이 외에도 얼마 전 뉴스에서 나온 것처럼 사람에게 직접 먹여 운반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인 여행객을 통해 들여오는 방법 등 밀수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왜? 그들에게 한국은 채굴되지 않은 다이아몬드 광산 같은 존재니까.
step 2 : 점점 진화되는 유통 수법들

※ CCTV가 없는 건물 내 고정된 문틈 사이 및 우편물 통 등 던지기 수법은 다양하다.
한 번은 마약 공급책을 잡아 수사를 하던 중, 특정 주소에 마약을 던지기 택배 수법으로 배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나는 급히 해당 주소지를 급습해 용의자 김 모 씨를 긴급체포하였고 소변과 모발 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체포된 김 모씨의 소변과 모발이 깨끗했고 모두 음성이었다. 더구나 김 모 씨는 절대 아니라며 극구 부인했다.
'어? 이거 뭐지? 엉뚱한 사람을 잡아온 건가?'
수사를 많이 하다보면 '촉'이란 게 있는데 이 친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김 모 씨를 구속할 건지 풀어줘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김 모 씨가 정말 모른다면 이 사람을 아는 누군가가 대신 주문한 게 아닐까?"
그러곤 김 모 씨에게 동의를 얻어 카톡에 들어가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아래 이미지)

※ (원본을 얻을 수 없는 관계로 재현하였음)
당시 카톡 보낸 메시지와 마약사범인 친구에게서 온 답장
그렇다. 우리가 잡은 사람은 엉뚱한 사람이긴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자기 친구의 마약 범죄에 이용당한 희생자 중 하나였다.
이후 직접 현장에 나가 숨어있다가 마약이 든 택배를 가지러 온 A 씨(마약사범)를 급습해 검거할 수 있었다.
- 짤막 지식, 마약 던지기 수법 :
대면 거래를 주로 하던 올드보이(과거 판매상)와는 다르게 최근 영보이(비대면 판매상)들은 비대면으로 거래하는데 주로 비트코인 및 대포통장을 이용해 송금 받은 후 특정 지역 등에 마약을 던진다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step 3 : 마약 수사의 Techtree, 내리기

※ (수사에 종종 사용하는 시각화 맵) 말단에서 한 번 잡히기 시작하면 중책이 아닌 이상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실 위와 같은 상호아은 어쩌다 걸린 경우고, 정통적으로는 소위 '내린다'라고 표현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공범 자백 방식으로 많이 잡힌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듯이 잡아 온 마약 범죄자를 살살 달래가면서 "공범 불면 정상참작해 줄게" 회유하는 방법이다.
얼마 전 구속된 돈스파이크 씨 역시 내리기를 통해 그 혐의가 포착되었다.
정말 재밌는 건, 이 '내리는' 수사 방식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제도화된 것은 아니고 권한 내에서 참작) 시쳇말로 줄줄이 사탕이다. 생각해 보면 피로 맺어진 형제가 아니라면 100대 매 맞을 거 불면 50대만 맞게 해준다는데 굳이 자백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타고 들어가다 보면 판매, 알선, 유통, 밀수까지 다양한 마약사범들을 검거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가상화폐 거래 내역으로도 많이 잡힌다.
- 짤막 지식, 유죄협상제도 :
현재 국내에서는 "사법협조자 형벌 감면을 위한 형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으로 2011년 7월부로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반면 미국은 제도화되어 형사사건의 95% 이상이 이 제도를 통해 신속히 종료된다. 참고로 프랑스나 독일 등은 제한적으로나마 받아들이고 있다.
마약사법은 반드시 구속 시킨다.
얼마 전 한 남성이 필로폰 투약 후에 자수하고 불과 16시간 만에 다시 필로폰을 투약 후 또 자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약 투약 → 자수 →마약 투약 → 자수
많은 사람들은 이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이 자수한 사람의 마음을 안다. 마약은 자신의 의지로는 절대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 자수한 사람은 꽤 용기를 냈고 최소한 단약의 의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 시절 현장은 위험하니 나가지 말라는 선배들의 만류에도 기어코 나가 눈에 불을 켜고 마약 사범을 잡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마약 조직 위장 잡입 수사를 하던 경찰관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 투약한 필로폰 한 번에 중독자로 전락해 인생이 망가졌다는 뉴스처럼, 호기심에 시작하는 순간 자신의 의지로는 절대 끊어낼 수 없다.
마약사범들은 내 결정이 가혹하다 생각할지 몰라도 검사로서 난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이다. 평범한 인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
글쓴이 : 그 시절 검사, 배한진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