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망인,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재산보다 채무(빚)가 많은 경우라면, 또는 장기간 연락이 닿지 않던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피상속인의 재산 상태에 대해 알 수가 없는 상태라면, 상속인은 상속포기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경우에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상속포기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적절히 대처할 수가 있을 것인데요.
이에 오늘은 상속포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상속포기란?
상속은 피상속인(망인,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사망으로 개시됩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은 법률상 당연히 상속의 효력을 받게 됩니다(상속인이 “상속을 받겠다.”라는 의사표시 등을 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상속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과 채무(빚)를 상속인이 물려받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피상속인이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에도 무조건 상속인이 상속받아야 한다면, 상속인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됩니다. 이에 우리나라 민법은 상속의 포기를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 상속포기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상속승인이 있습니다. 상속의 승인은 단순승인과 한정승인이 있는데요.
우선 단순승인은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과 채무를 아무런 제한 없이 물려받는 것입니다.
피상속인의 사망 후 특별히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한 것이 됩니다.
또한 피상속인의 재산을 처분(부동산을 팔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등)하는 경우에도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므로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예정인 경우라면 주의를 요합니다.
한정승인은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과 채무를 물려받기는 하되, 채무는 물려받는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의 재산이 2억, 채무가 3억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채무 3억은 상속으로 취득할 재산 2억의 범위 내에서만 변제하면 되므로(초과하는 채무 1억은 상속인이 상속은 받되,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상속인이 느끼기에는 아무런 재산을 물려받지 않은 것과 같이 됩니다.
2. 상속포기의 요건과 효과
1) 상속포기의 요건
민법
제1041조(포기의 방식)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때에는 제1019조제1항의 기간내에 가정법원에 포기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
제1019조(승인, 포기의 기간) ①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은 이해관계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상속포기는
(1)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 내
(2) 가정법원에 신고
(3) 가정법원의 수리
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민법 제1041조, 제1019조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법원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에 대하여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되는 사실의 발생을 안 날을 말함이 아니요 그 원인사실의 발생을 알고 또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다.
대법원 1969. 4. 22. 선고 69다232 판결
라고 판시하고 있으므로,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상속포기를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 A에게 상속인으로 자녀 B(1순위), 부모 C(2순위)가 있다면, 자녀 B는 A의 사망으로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 상속포기를 할 수 있고, 부모 C는 B의 상속포기로 자신이 A의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속포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C의 입장에서는 B의 상속포기가 수리되기를 기다려 상속포기를 해야한다면 그 또한 불합리한 제한에 해당할 것이므로(상속포기 숙려기간 3개월은 상속인 C의 권리이므로 이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죠.), C는 A가 사망한 이후라면 B의 상속포기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상속포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인천지방법원 2003. 4. 29.자 2003브1 결정).
다만 상속개시 전에 한 상속포기는 무효이기 때문에 피상속인 사망한 이후에 상속포기를 해야만 합니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8다9021 판결).
2) 상속포기의 효과
민법
제1042조(포기의 소급효) 상속의 포기는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
상속포기를 한 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됩니다. 그러므로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을 받게 됩니다.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된다는 점이 한정승인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피상속인의 재산이 2억, 채무가 3억인 사례에서, 상속인은 상속받은 재산 2억 범위 내에서 채무 3억을 변제하면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무런 재산을 상속받지 않는 상속포기와 큰 차이점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정승인의 경우, 일단 재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받되, 그 책임 범위만 취득할 재산에 한정된다는 것이어서 초과하는 채무 1억 역시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변제를 하지 않아도 될 뿐이죠.). 반면 상속포기는 처음부터 아무런 상속을 받지 않는 것이라서 피상속인의 재산이든 채무든 전혀 물려받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가 있습니다.
민법
제1043조(포기한 상속재산의 귀속)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제1000조(상속의 순위) ① 상속에 있어서는 다음 순위로 상속인이 된다.
1.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2. 피상속인의 직계존속
3.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
② 전항의 경우에 동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친등의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공동상속인이 된다.
③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
상속인이 포기한 재산은 상속 순위에 따라서 다른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3. 상속포기 사례적용
피상속인 A는 가족으로 자녀 B와 C, 손자녀 D(B의 자녀), 부모 E, 형제 F, 조카 G, 5촌 조카 H가 있습니다.
(1) A가 사망하면 우선 A의 재산과 채무는 자녀 B와 C가 1/2씩 각 상속을 받습니다.
(2) 그런데 A의 사망으로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자녀 B가 상속포기를 한다면, B의 상속분은 동순위 상속인인 자녀 C가 상속을 받게 되므로 C가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 제1043조). 만약 A의 자녀가 3명이고, 그 중 1명만 상속을 포기한다면 나머지 2명의 자녀가 각 1/2씩 상속분을 나누어 갖게 되겠죠.
(3) 그렇다면 자녀 B와 C 모두가 상속을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손자녀 D가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A가 사망하면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A의 직계비속인 B, C, D가 상속 순위 1순위이고, 민법 제1000조 제2항에 따라 그 중 최근친인 B, C가 상속인이 되는 것이나, B, C가 상속포기 했으므로 후순위인 D가 상속인이 되는 것이죠.
(4) 만약 자녀 B, C, 손자녀 D가 모두 상속포기를 한다면 상속순위에 따라 2순위 상속인인 부모 E가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2호).
(5) 또한 자녀 B, C, 손자녀 D, 부모 E가 모두 상속포기를 한다면 상속순위에 따라 3순위 상속인인 형제 F가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3호).
(6) 마찬가지로 자녀 B, C, 손자녀 D, 부모 E, 형제 F가 모두 상속포기를 한다면 상속순위에 따라 4순위 상속인인 조카 G가 단독 상속인이 됩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
(7) 5촌 조카 H의 경우에는 민법 규정상 상속 순위에 들지 않으므로 A의 상속인들의 상속포기 여부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상속인의 상속포기에 따라 후순위 상속인들에게 상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채무가 많아서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라면 모든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한정승인이 더 간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한정승인은 재산목록 작성, 청산절차(신문공고, 배당 등) 등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포기가 더 간편할 수도 있습니다.
상속 순위에 들지만 피상속인과 관계가 소원하여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을 모르거나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포기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있을텐데요.
이러한 경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상속인이 되면 어쩌나 걱정하실 수도 있겠으나, 상속포기는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하면 되는 것이므로 피상속인의 채권자 등으로부터 채무 변제를 요구받거나 소제기를 당하는 등으로 상속인이 된 것을 알고 3월 내 상속포기를 하시면 되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까지 상속포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법적 대처 방안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행위 전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와 상담을 통해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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