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들이 자주 물으시는 질문 중 하나가 “말로만 약속을 했는데 계약으로 인정될까요”입니다. 네 당연히 계약으로 인정됩니다. 우리 민법은 서면으로 체결한 계약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가 있는 경우에는 그것이 서면으로 이루어졌든 구두로 이루어졌든 계약의 성립을 인정합니다.
다만, 구두로만 체결한 계약의 내용을 일방 당사자가 부인하거나 다르게 얘기할 경우에 타방 당사자가 이를 입증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계약은 서면으로 체결되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법적 리스크가 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람들은 계약 금액이 소액이거나 가까운 지인과 간단한 계약을 하는 경우에 구두로만 계약을 체결하거나 아니면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특약을 구두로만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수행했던 소송 중에 후자였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관계
A는 상가 소유자인 B와 2층에 위치한 상가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계약서에는 기재하지 않았으나 B는 A에게 1층에서 임차 목적물까지 바로 통할 수 있는 계단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B는 계약 이후에 위 건물에 계단을 설치하려면 복잡한 행정 절차로 인해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와 약속한 계단 설치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잔금을 지급하고 바로 입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A가 계단 설치 없이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하자 B는 채무 불이행으로 인해 임대차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하겠다는 취지의 내용 증명을 A에게 보냈습니다. 그러자 A는 역으로 B를 상대로 임대차 계약을 해제하면서 계약금과 함께 손해배상인 계약금 배액의 합계액을 청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송진행
임대인 주장
임대인 B는 임대차 계약서에 특약 사항으로 “허가 사항은 임차인 책임임”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하여 이 사건 건물에 계단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관련 행정청으로부터 대수선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위 허가를 받아 계단을 설치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은 임차인 의무이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임차인의 책임에 의해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임차인 주장
한편 임차인은 특약 사항에 “허가 사항은 임차인 책임임”이라고 기재된 것은 일반적으로 영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 사항을 의미하는 것이지 임차 목적물의 모든 허가 사항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수선 허가를 얻어 계단을 설치하는 것은 전적으로 임대인의 임대차 계약상 사용·수익의무에 해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임대인의 책임이다 라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조정
변론기일 전 먼저 조정 기일이 열렸는데 그 자리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금과 일부 손해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결어
법원의 판결이 있었으면 좀 더 명확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계단을 설치해주겠다는 약속을 구두로만 하였음에도 위와 같이 임차인에게 유리한 조정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송 전에 대화를 나누었던 것을 모두 녹음하였고, 이중 이 사건과 관련된 사항을 잘 정리하여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서면으로 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이 말을 바꾼 경우에 미리 상심하지 마시고 끊임없이 증거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시의 적절하게 제출한다면 얼마든지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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