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계약금을 너무 많이 줬어요. 해제시 전부 돌려 받을 수 있나요?
1. 위약금? 해약금? 손해배상액의 예정?
한 의뢰인께서 토지를 구매하셨습니다.
그런데 항상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법! 매도인이 등기를 넘겨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방문하셨습니다.
평범한 부동산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셨고 (동 사건의 경우 대리인 끼어 있는데, 이는 이 글과 쟁점이 다르므로 그냥 본인과 직접 계약한 상황으로 보고 글을 쓰겠습니다.) 약속한 날짜까지 매도인이 등기를 못 넘기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매수인께서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준 상황이고요.
계약 해제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반환청구 하고 손해배상 좀 청구하면 되겠네 하고 쉽게 수임했습니다.
아차! 계약금을 이상하게 많이 지급한 건이네요. 매매금액의 20%나 계약금으로 지급을 하셨습니다.
보통 거래에서 계약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 때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봅니다.
즉, 계약금을 지급한 매매거래에서 쌍방은 이를 해약금으로 하여 계약을 해제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통 부동산에서 거래할때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주고 계약 해제를 할 수 있고 매수인은 계약금을 몰취당하고 계약을 해제 할 수 있다고 하지요.
여기까지는 다들 아시는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 표준계약서를 보면 아래 문구가 또 적혀있습니다.
제 6 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매도인 또는 매수인이 본 계약상의 내용에 대하여 불이행이 있을 경우 그 상대방은 불이행한자에 대하여 서면으로 최고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리고 계약당사자는 계약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각각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에 대하여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손해배상의 기준으로 본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해석하면 계약을 해제하게 되면 그 계약 해제의 귀책사유 있는자는 "계약금"을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즉 이는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에서 쌍방중 어느 일방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싶다면, 계약금을 몰취당하거나 배액을 주고 계약을 해제 할 수 있다는 말이고, 중도금까지 주는 등 계약이행의 일정 단계까지 나아간 상황에서는 해약금으로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계약 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들어 A(매도인)와 B(매수인)가 아파트 매매계약을 맺었습니다. 매매대금은 10억, 계약금은 1억으로 하고 중도금은 5억 잔금은 4억으로 약정하였습니다.
1. A는 계약금을 받고 계약서에 사인 했는데, 갑자기 C가 찾아와 13억에 사겠다고 나섰습니다. 이 경우 A는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고 이미 받은 1억과 해약금 1억을 합쳐 2억을 주고 계약을 해제 할 수 있습니다.
1-1. 반대로 B에게 동일 평수 아파트를 7억에 판다는 D가 나타났습니다. 이 경우 B는 이미 지급한 1억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 할 수 있습니다.
2-1. B는 A에게 중도금까지 총 6억을 지급하였는데, A가 갑자기 변심하여 계약을 해제해 버렸습니다. (혹은 A가 부주의로 집에 화재를 내어 집이 몽땅 타버려서 넘겨 줄 수 없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경우 계약이 해제되었으니 이미 받은 6억은 당연히 A가 B에게 돌려주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계약의 체결을 믿고 B는 대출도 실행하고 이삿짐센터도 계약 완료하고, 새 집에 맞는 인테리어를 위해 인테리어 업체랑도 계약을 하고, 가구도 몇 개 더 샀습니다. 그런데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A가 계약을 해제해 버렸습니다. 이런 경우 A는 B에게 B가 입은 손해(대출이자, 이삿짐 센터, 인테리어 업체 위약금, 새 가구 처리비용) 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손해액은 손해를 입은 사람이 그 금액을 증명해야 합니다. 갑자기 뒷통수 맞은것도 억울한데 내 손해를 내가 하나하나 계산해내서 청구해야 하니 그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2. 반대로 B가 중도금까지 지급하고나서 B에게 급한 사정이 발생하여 계약을 해제해 버렸습니다. A는 집이 팔렸으니 새로 살 집을 구해 이미 계약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B로 인해 새로 구매한 집에 대한 위약금 등등의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역시 A는 그 발생한 손해를 증명해서 B에게 청구해야 합니다. 잘못은 B가 했는데 A가 자신의 손해를 하나하나 계산해야되고 잘못 계산하면 받을수도 없습니다.
이런경우를 대비하여 손해를 본 사람이 귀찮게 손해액을 계산할 필요없이, 계약시에 쌍방의 손해배상액을 미리 약정하여, 손해본 사람이 편하게 그냥 약정한대로의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청구 할 수 있도록 해 둔 조항이 위 표준계약서의 제 6조 부분입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합니다.
다시 위 2-1, 2-2 케이스로 돌아가면, 계약의 해제로 손해를 본 A 또는 B는 귀찮게 자신의 손해액을 계산할 필요없이, 위 약정대로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으로 보고 계약금 1억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면 계산할 필요없이 법원은 손해액을 1억원으로 인정해 주고 1억을 배상하라 라는 판결을 내려 줍니다.
결론적으로 2-1.케이스를 예로 들면, B는 A에게 지급한 계약금 1억, 중도금 5억에 대해서 반환 청구 해 줄것을 요구하고 여기에 더해 실제로 B가 입은 손해액이 얼마였던지간에 어쨌든 1억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어, 총 7억원을 청구 할 수 있게 됩니다.
2. 손해배상액의 예정 - 직권감액
여기까지는 대부분 잘 알려진 법리라 보고, 위 의뢰인이 가져오신 실제사건의 경우 계약금이 20%나 되는 좀 특이한 경우 입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해 우리 법은 또 하나의 제한을 걸어 두었습니다. 계약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다고 하는데, 만약 거래금액의 50%등 말도안되게 높은 계약금을 건 경우, 매도인이나 매수인중 어느 한쪽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계약을 해제하게 된다면, 너무나 과한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내 놔야 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도 있습니다.
위 예시처럼, 10억짜리 아파트 계약에 5억을 계약금으로 걸었고, 매도인의 실수로 집에 화재가 발생하여 매도인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매도인 A는 집을 날려먹은것도 억울한데 받은돈 5억에 손해배상액도 5억 합쳐 10억을 줘야 합니다. 매수인 B는 사실 돈이 많은 사람이라 은행 대출도 안 받았고, 가구도 하나도 안 샀습니다. 인테리어도 관심이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살려고 계획했던 사람입니다.
B는 그냥 앉아서 5억을 벌게 됩니다.
민법 제398조(배상액의 예정) ① 당사자는 채무불이행에 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할 수 있다.
②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
③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이행의 청구나 계약의 해제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④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
⑤ 당사자가 금전이 아닌 것으로써 손해의 배상에 충당할 것을 예정한 경우에도 전4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때 나타나는 법조문이 그 유명한 "직권감액"규정 민법 제 398조 제 2항입니다. 398조 1항의 법조문에 따라 부동산 매매 표준계약서의 제6조가 나왔고, 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판사에게 감액 재량을 부여한 조문이 동조 2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판사의 재량행사에 대해 어떤 법리를 구축해 놨을까요. 우리 대법원은,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손해배상 예정액을 감액하기 위한 요건인 ‘부당성’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동기와 경위,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당시의 거래관행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 인정된다. 이때 감액사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거나 감액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라고 설시했습니다. 한마디로 판사가 잘 살펴서 알아서 감액하라는 판례입니다. 허무하지요? 그래도 만가지의 분쟁이 있으면 만가지의 사정이 있는법. 짧은 판례 문구로 그 감액의 기준을 명시하기가 어려우니 저리 두리뭉실하게 "알아서 잘"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다시 제 사건으로 돌아가겠습니다.
1. 매매금액 : 4억3,000만원
2. 계약금 : 8,600만원
3. 중도금 : 2,800만원
4. 잔금 : 나머지
의 토지 매매계약입니다.
계약금이 8,600만원으로 매매대금의 20%입니다. 매도인의 사정으로 땅을 못 넘겨주게 되어, 저는 계약을 해제하고, 기 지급한 8,600만원과 중도금 2,800만원 및 손해배상액으로 8,600만원 해서 2억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 했습니다.
위의 법리대로 "알아서 잘"을 엄격하게 적용하게 되면 결국 계약금이 일반적인 관행인 10%에 비해 과하므로 4,300만원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 해 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대부분의 판례가 이런 경우 10%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고 10%를 초과하는 부분은 직권으로 감액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판례가 "알아서 잘"하라고 했으니, 판사님이 "알아서"판단 하실 수 있도록, 왜 20%의 계약금을 걸 수 밖에 없었는지를 주장, 증명하는것이 변호사의 능력이겠지요.

(...중략...)

3. 마치며
다행히 승소로 끝나서 의뢰인께서는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계약금이 10%를 초과하는 경우의 해제시 대충 판례를 보면 손해배상을 10%만 인정해 주겠구나 생각하게 되는데, "알아서 잘" 판단하시도록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여 들이미는 소송대리인의 노력과 정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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