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부모님의 집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장남이, 부모님 사후에도 그 집에서 살다가
다른 형제들로부터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당하고, 그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장남이 다른 형제들과 분할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서 살면서 이득을 보았던 집세의 형제들 몫, 그리고 부모님 집 위아래의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차료 등을 부당이득반환으로 청구한 사건이었다.
본변호사가 맡게될 때는 1심에서 패소하고, 2심으로 항고하였을 때였다.
1심에서 패소했던 이유는, 부모님이 사망한게 2000년대 초반이었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카드라든가 현금내고 영수증을 받는 문화가 없던 때였어서, 장남인 의뢰인이 부모님 치료비에 자신의 돈을 냈다는 사실 자체를 입증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남인 의뢰인이 돈을 버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부모님 명의로 된 그 재산 자체도 애초에 장남이 번돈으로 구입하여 자식입장에서 효도해보겠다고 부모님 명의로 등기해드린 것이었다. 거기다가 부모님이 편찮아지자 다른 자식들은 나몰라라 할때 장남인 의뢰인이 다 병원비, 치료비대가면서 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다른 형제들은 부모님 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이니까 이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해왔고, 거기서 장남이 취한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보아 반환하라는 청구를 하였다.
1심에서는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던 것들에 대해 의뢰인의 기여분을 인정하라는 반심판청구도 냈었다.
그러나 모두 패소하였다.
본 변호사가 2심 항고이유서를 작성할 때만 하더라도, 이거는 똥뿌려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히 의뢰인이 직접적인 영수증은 아닐지언정 은행앞에서 돈을 뽑았던 사실들, 그런 최소한의 자료들을 가져와 마냥 무기력하게 또 지지는 말아보자라는 각오를 하였다.
그리하여 항고이유서를 기깔나게 썼다. 돈을 번 사람은 장남 뿐이고, 나머지 형제들은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었고, 부모님은 돈 들어올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었는데 죽기전까지 치료를 다 받으셨다?? 그리고 돈도 없었는데 집을 지어서 살았다??
결국 돈이 들어온 곳은 장남이 벌어왔다는 논리적인 귀결로 아주 깔끔한 항고이유서를 작성하였다.
그 덕분인지 아직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항고이유서만 작성하여 냈었지, 아직 본격적으로 의뢰인이 준비해준 자료들은 증거로 내지도 않았었는데, 내 항고이유서를 본 2심 항고심 판사가,
“청구인들은 형한테 부모님한테 얹혀 살면서 취한 부당이득 내놓으라고 하지만, 사실은 장남이 부모님을 모시고 치료 다받게 한거 아니냐?”
라고 말씀하실때, 와! 딱 본변호사가 항고이유서를 작성한 의도대로 판사가 판단해주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건 상대편 변호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왜냐면 판사가 둘이 화해를 하는건 어떠냐? 쉽게 말해 쇼부치는건 어떠냐는 제안에 상대편 변호사도 넙죽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사실 냉정하게 말해서, 항고심이 더 진행되었다면, 판사의 심증과는 별개로 과연 우리 항고이유서의 여러 주장들을 증거로써 입증하는게 가능했을것이냐는 좀 의문이 들었었다.
그러나 화해권고결정을 내려준다고 하면, 그 자체로 쇼부가 가능했다.
상속재산분할청구는 원고측이 취하하고 부모님의 재산은 경매에 부쳐 나눠갖고,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취하하기.
우리에게 완전히 유리한 것은 아니었지만, 1심보다는 완전히 개선된 결론이었다.
이때 느낀 것이 증거로써 입증하여 판사의 최종적인 판결을 이끌어내는 것도 법적해결에 있어 중요하지만, 그 최종적인 판결 이전에 판사의 심증을 움직여 적절하게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도 또 다른 법적해결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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