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 의미있는 설시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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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 의미있는 설시내용 

고산요 변호사

이번 포스팅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 무죄판결 중 하급심 법원의 의미있는 설시 내용"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대부분의 사건이 전형적인 유사성을 띄고 있습니다.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조직원은 채권추심업체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정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설명해주는 장소로 가서 고객을 만나 현금을 지급받아 이체해주면 된다는 내용으로 아르바이트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전달책은 본인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으로 오인하여 '텔레그램'을 통해 조직원의 지시를 받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고는 조직원이 보내준 계좌로 현금을 이체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전달책은 뭔가 이상한 점을 인식하였지만 아르바이트하는 걸로 알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행에 가담하게 됩니다. 그러나 수사기관 및 법원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이 전형적인 유사성을 띄고 있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보이스피싱 사건일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하여 '미필적 고의'를 쉽게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하고 있습니다. 그 형량 또한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최근 하급심 법원을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를 너무 쉽게 인정한다는 비판을 인식하고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을 무죄로 선고한 하급심 법원의 의미있는 설시 내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9고단24○○ 판결


이 사건은 왠만한 변호사들은 잘 알고 있는 판결입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에 대한 수사기관 및 법원의 기조에 정면으로 맞선 거의 초창기 판례입니다. 결국 항소심에서 유죄로 변경되었지만, 그 내용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판결입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은 주로 범죄에 취약한 계층을 대상으로 여윳돈을 전부 긁어 갈 뿐 아니라 피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까지 일으키게 하여 받아가고, 사회 전체적으로 피해 규모가 크고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아, 엄단이 필요함은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주범이 잡히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행동책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거의 주범과 같은 책임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엄단의 필요성이 자칫 형사원칙의 왜곡이나 완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원칙의 완화는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이거니와 이와 결합한 과중한 양형은 아래 이유로 보이스피싱 범죄 감소라는 형사정책적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주범 억제 효과가 없다.

행동책은 주범들과 사전 면식이 있거나 일정한 관계, 지인들이 아니고 국내, 국외(중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중국인이 거주하는 아시아권 모든 국가)에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무한대로 조달될 수 있는 일회용 도구에 불과하므로 행동책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주범들에게 범행 자제나 회피로 연결되지 않는다. 조달에 약간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지만, 지급 정지될 경우 미련 없이 버리면 되는 대포 계좌와 같은 것이다.

   

수사기관의 주범에 대한 근원적 수사 독려가 필요하다.

현재 행동책이 체포되면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이 체포되었다고 발표하고는 사건을 종결짓고, 주범에 대해서는 전혀 수사를 하지 않는다. 범인을 체포하였으니 사건을 해결한 것이다. 중국 등 외국 기관과 공조, 메신저나 휴대폰 등 통신 자료 추적 등 개별 사건의 처리뿐 아니라 범행의 도구로 쓰이는 통신중계기에 대한 일반인의 사용 자체의 금지(외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국내 휴대폰 번호로 변조하는데 활용, 현재는 범행 등 부정한 목적인 경우만 처벌) 등 제도적으로도 보완할 요소가 많다.

  

잠재적 행동책에 대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

이론적으로는 형벌 목적 중 하나는 일반인에 대한 범죄예방효과이고 엄한 처벌은 더 큰 효과를 가질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보이스피싱 사건에서는, 그러한 효과가 매우 의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상화된 사건이어서 사건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는 점, 피해자가 되지 않는 데에만 빈약한 홍보가 있을 뿐 수많은 실직자나 최저임금 수준에서 일하는 우리의 청년들이 쉽게 잠재적 도구가 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홍보는 전혀 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원인이다.

 

원칙의 왜곡, 완화와 과도한 처벌로써 피해자 보호(무일푼인 대부분의 행동책은 배상 능력이 없다)와 사회 방위를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은 실태에 무지한 자아도취이고, 보이스피싱 사건이 전혀 줄지 않는 현 상황을 오히려 고착화하는 것이다.

   

현재의 수사 및 공판 관행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원칙에 따른 엄격한 심리를 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은 새로운 접근(주범 수사, 다각도의 적극적 홍보, 제도 정비)이 필요함을 수사기관과 제도를 담당하는 행정기관 및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고단2○○ , 54○○ 판결


이 사건은 '미필적 고의'를 쉽게 인정하는 수사기관 및 법원의 태도에 정면으로 반대의 견해를 취한 하급심 판결입니다. 항소심에서 유죄로 변경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미필적 고의'의 판단에 대해서 제 견해와 동일하여 소개해드립니다.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5618 판결 등 참조). 더욱이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취업이 절실한 사회초년생 등의 구직자나 경제사정이 어려워 대출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접근하여 마치 정상적인 금융회사의 대출 및 금원회수 관련 업무나 대출을 위한 과정의 일부인 것처럼 교묘하게 기망하면서 위 사람들을 범행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고,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이나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는 사람들 모두 객관적으로 보면 상식에 맞지 않는 범죄자들의 말에 속아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지시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중 금전적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만 피해자로 분류하고, 결과적으로 범행의 도구로 이용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결과가 중대하고 그 경위에 비난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주관적 고의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

 

춘천지방법원 20208○○ 판결


대부분의 사건은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의 경우 유사성으로 인해 일반인의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충분히 예상가능하다는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경험하지 않고서는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이 여전히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금전 거래는 도박 자금, 탈세, 불법 환전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앞서 본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넘어서 자신과 연락하는 AJ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자신이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인은 AI 법무사 사무소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확인하였을 뿐이고, 법무사 사무소에 직접 방문해 보거나, AJ 실장의 신원이나 실제 근무 여부에 대하여 추가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의력의 정도와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취업과정에서 고용주 등을 상대로 신원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거나 쉬운 일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최선을 다해 고용주의 신원 등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사정이 미필적인 고의를 추인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스피싱 범행이 사회적으로 만연하여 수년간 정부와 언론에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업무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할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조직원 등에게 돈을 직접 전달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관리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지, 돈이 바로 전달되지 않고 번거롭게 현금수거책을 보내서 현금을 직접 받게 한 후 다시 이를 전달하거나 입금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알기 어렵다.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의 일종이라는 것을 전해 듣거나 접해보았다는 증거도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이전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 따라서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정부나 언론에서 홍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및 피고인이 1981년생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반드시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세요!


보이스피싱 사건은 전문변호사라고 하더라도 매우 다루기 어려운 사건입니다. 앞서 하급심 법원의 태도 변화가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사건에서는 아직도 '미필적 고의'를 너무나도 쉽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완납증명서'를 피해자에게 제공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따라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된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고, 최대한 합의를 통해 선처를 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다만, 합의할 비용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를 현실적으로 부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판사들도 피해자들이 일부라도 피해를 변제받기 위해 가해자들이 적은 돈을 합의금으로 제안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최근 법원에서는 합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합의금이 현저히 적은 경우, 합의의 효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하급심 판례 중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설시한 판결을 최대한 많이 취합하여 판사를 설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형량은 매우 높습니다. 반드시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억울함을 충분히 호소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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