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달책 무죄사안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대부분 유사한 모습으로 이뤄집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은 알바몬 등 구직 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던 중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현금을 받아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알려줍니다. 전달책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수하고, 조직원이 알려주는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거나 다른 전달책에게 재차 현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CCTV 등으로 특정된 보이스피싱 전달책만 처벌을 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불가능한게 현실입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에서 핵심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사기범죄가 성립하려면 사기 범행을 알고서 실행행위를 해야 하는데, 전달책의 경우 본인이 하는 행동이 아르바이트인줄 알았지 보이스피싱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미필적 고의란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그대로 행동하는 의사를 말합니다(금융기관의 채권추심을 해달라는 일을 아르바이로 했다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채권추심을 하는 경우는 결코 없습니다. 즉 자신이 하는 일이 이상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순간 그만두어야 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아르바이트를 한 경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하는 무죄사안은 미필적 고의가 부정된 사안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속은 피해자들에게 8회에 걸쳐 196,200,000원을 현금으로 교부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알려주는 계좌로 입금하거나 다른 전달책에게 현금을 전달해주는 행위를 하여 사기 방조로 공소제기가 되었습니다.
제1심의 판단(유죄)
제1심은 아래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미필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을 유죄로 선고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은 39세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기업 근무를 포함하여 2019. 12.경까지 여러 사회생활을 하였으므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의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인식할만한 학력 및 사회경험이 있다.
② 피고인은 AH에서 AI 법무사 사무소 명의로 나온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하여 AJ 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채권회수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전화 통화만으로 채용되었다. 피고인은 거액의 현금을 취급하는 업무를 담당하면서 별다른 검증도 없이 채용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AI 법무사 사무소의 실재를 인터넷에서 홈페이지, 사진으로 확인하였을 뿐이고 법무사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AJ 실장의 신원이나 사무소의 실 근무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았다.
③ 피고인은 AJ 실장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그때그때 다른 회사명 및 담당자 명으로 소개하고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령한 뒤 피해자 또는 피고인이 아닌 다수의 제3자 명의로 채무자가 아닌 다수의 제3자 명의 계좌로 분산하여 ATM으로 입금하였는데, 이와 같은 채권회수 방식은 자금 흐름을 불명확하게 하여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정상적인 채권추심 업무가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다.
④ 피고인도 채권추심업무에 대하여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보고 통상적인 채권추심업무는 위험성 및 업무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인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는 자발적인 채무변제 의사가 있는 채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령하여 무통장 입금을 하는 단순 업무로 이와 같은 채권추심업무의 필요성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나아가 피고인은 이와 같은 단순 업무의 대가로 경비 포함하여 5일 동안 합계 310만 원의 수당을 받았는 바 피고인은 자신의 사회경험에 비추어보다라도 이와 같은 단기 고액의 수당이 이례적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이례적인 상황에 대하여 AJ 실장이 시키는 대로만 하였고 당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하나, 정부 및 언론에서 지난 수년간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업무가 보이스피싱일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례적인 행위가 보이스피싱과 관련될 수 있다는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2심 및 대법원의 판단(무죄)
제2심과 대법원은 아래의 내용을 바탕으로 피고인에게 사기 범행을 방조한다는 미필적인 인식을 부정하여 피고인을 무죄로 선고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은 2020. 5. 6.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AI 법무사 사무소라는 곳에서 기재한 ‘법원 경매 및 채권 관련 외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그 곳으로 연락하여 AJ 실장이라는 사람(성명불상자, 이하 ‘AJ’라고만 한다)과 취업상담을 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AJ로부터 ‘채권을 회수하는 일을 한다. 하루 일당 10만 원과 회수 금액의 1%를 추가 수당으로 주겠다. 교통비는 별도로 지급 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하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등의 입사서류의 제출을 요구받고 이를 사진 촬영하여 송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인은 일단 자신이 채권회수업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였거나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피고인은 2020. 5. 8.부터 2020. 5. 14.까지 총 8회에 걸쳐서 AJ의 지시에 따라 돈을 수거하는 일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한 일이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수거하는 과정에서 AJ와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AJ가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인적사항, 수금액, 이동할 장소, 수금 이후 돈을 전달할 장소나 무통장 입금할 계좌 등을 알려주는 단순한 지시가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을 암시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피고인에게 업무를 지시한 AJ 등을 비롯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이나 관리책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 밖에 달리 ‘AJ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직접증거는 없다.
③ 금융감독원이나 금융기관 직원 등으로 신분이나 소속을 사칭하는 것은 보이스피싱의 전형적인 수법인데,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 D은 경찰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돈을 전달할 당시에 피고인이 자신에게 ‘M은행에서 보내서 왔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하였다(증거기록 제18면, 원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그때그때 다른 회사명 및 담당자명으로 소개했다고 설시하였으나 피해자 D의 위 진술 외에는 원심 설시에 부합하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피고인은 그러한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변소하고 있다. 그런데 ㉠ 피해자 C, Y, X은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는 성명불상자(콜센터 역할을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와 통화를 하면서 피고인을 만났고, 그 성명불상자가 피고인을 바꿔달라고 해서 피고인에게 전화를 건네주었으며, 피고인과 성명불상자가 잠시 통화를 한 후 피고인으로부터 다시 전화를 돌려받았고, 그 성명불상자가 전화상으로 ‘피고인에게 돈을 주라’고 말하여 돈을 주게 되었다”라고 진술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 D을 만났을 때에도 동일하게 피해자 D으로부터 전화를 건네받아 성명불상와 통화를 하였고, 그 성명불상자로부터 ‘B씨가 맞냐’는 말을 들었으며, ‘예 맞아요’라고 답하자, ‘휴대폰을 다시 돌려줘라’라고 해서 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신분이나 소속을 밝힐 필요가 없었다. ㉡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피해자 D을 만난 시점을 비롯해 이 사건 각각의 수금행위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실시간으로 AJ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대화내용에도 ‘특정 금융기관에서 보내서 왔다’라는 말을 피해자들에게 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없다(특히 피해자 D을 만난 상황에서, AJ는 피고인에게 ‘돈을 받고 인사하고 헤어지면 된다’는 취지로 간단하게 지시를 내리고 있을 뿐이다). ㉢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 X를 만났을 당시에 자신의 실명을 말했는데, 피해자 X은 피고인을 알아보지 못했다. 피고인은 X과 헤어진 뒤 AJ에게 ‘저보고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먼저 물어보면, 법무사 사무소에서 왔다고 해도 괜찮나요?’라고 물어보았다. 피고인이 이전에는 피해자들에게 먼저 신분이나 소속을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에 AJ에게 위와 같이 물어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피해자 D은 콜센터 역할을 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전화상으로 말한 내용을 마치 피고인이 말한 것처럼 오인하여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고, 피고인의 변소가 거짓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④ 피고인은 피해자 D을 만나러 갈 당시에 AJ의 지시에 따라 주거지인 광명시 BR에서 택시를 타고 춘천시로 이동하였다. 당시 춘천시까지의 택시요금은 125,000원이었고, 택시기사는 피고인에게 다시 광명시로 돌아갈 것인지 물어보았는데, 피고인이 ‘그렇다’고 하자, 택시기사는 ‘7만 원에 태워주겠다’고 제안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수락하여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만약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택시기사에게 선뜻 알려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⑤ 피고인이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시를 받아 특별한 확인 절차도 없이 돈을 수거한 다음 특정인에게 전달하거나 지시받은 계좌로 입금하는 수상한 방식으로 일을 한 점, 업무를 지시하는 AJ와 대면 접촉이 없었던 점, 면접 절차 없이 채용이 이루어진 점, 피고인이 받은 수당에 비해 하는 일이 단순한 점 등 정상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의심할만한 여러 사정이 있기는 하다. 나아가 실제로 피고인은 수금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채권추심’에 관하여 검색해보았고, ‘채권추심을 담당하는 직원이 채무자에게 현금을 요구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글을 보았으며, AJ에게 이 글을 캡처한 화면을 전송하면서 자신이 하게 될 일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본 사실도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위 무렵에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심은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J는 피고인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원래 채권회수업무는 금융권에서 하는 것인데 요즘은 법무사 쪽에서 위임을 받아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좌 이용 등이 어려운 신용불량자나 가압류신청이 들어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화를 하여 현금으로 채권회수를 하고 있다. 법에 저촉되는 것은 없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인터넷에서 ‘AI 법무사 사무소’를 검색해보았는데 실제로 개인회생업무 등을 하는 곳이고, 서울 BS근처에 소재하고 있으며, 24시간 업무대행을 한다는 것을 보았다. 이와 같은 사정에 피고인의 이 법원에서의 진술태도 등을 보태어 볼 때, 피고인이 자신보다 법을 더 잘 알고 있는 법무사 사무소 실장이라는 AJ의 말을 신뢰하고 의심을 거둔 채 만연히 생활비 등을 벌 목적으로 AJ의 지시를 그대로 이행하면서 돈을 수거하는 일을 단순 반복해서 해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인이 여전히 불법적인 일에 가담한다는 의심을 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금전 거래는 도박 자금, 탈세, 불법 환전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앞서 본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넘어서 ‘자신과 연락하는 AJ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이라거나, 자신이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금’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⑥ 피고인은 AI 법무사 사무소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확인하였을 뿐이고, 법무사 사무소에 직접 방문해 보거나, AJ 실장의 신원이나 실제 근무 여부에 대하여 추가로 확인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의력의 정도와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취업과정에서 고용주 등을 상대로 신원정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흔한 일이라거나 쉬운 일도 아닌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최선을 다해 고용주의 신원 등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사정이 미필적인 고의를 추인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⑦ 보이스피싱 범행이 사회적으로 만연하여 수년간 정부와 언론에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 업무가 보이스피싱에 해당할 수 있다는 홍보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알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조직원 등에게 돈을 직접 전달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관리하는 계좌로 돈을 송금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지, 돈이 바로 전달되지 않고 번거롭게 현금수거책을 보내서 현금을 직접 받게 한 후 다시 이를 전달하거나 입금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건을 접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알기 어렵다.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자신이 한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의 일종이라는 것을 전해 듣거나 접해보았다는 증거도 없다. 더욱이 피고인은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이전에 보이스피싱과 관련된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 따라서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정부나 언론에서 홍보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및 피고인이 1981년생으로 어느 정도의 사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돈을 수거·취합하는 방식’까지 알고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수거·취합하는 과정의 일부’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부족함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형사 전문변호사의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형사 전문변호사 입장에서도 매우 어려운 사건입니다.
기존 무죄 판결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무죄 판결의 근거와 의뢰인의 사건과 유사성을 변론 및 변호인의견서를 통해 적극적으로 재판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아울러 피고인도 재판정에서 피고인신문을 통해 본인의 억울한 사정을 충분히 어필해야 합니다.
앞선 판례에서 보신 바와 같이, 미필적 고의 여부가 사건의 핵심입니다. 경찰은 조사를 받을 때 근거를 제시하면서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았느냐?"라고 지속하여 물어봅니다. 이 모든 질문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느끼긴 했다"라고 답변하는 순간. 본인에게 불리한 답변을 한 것이 됩니다. 보이스피싱 전달책 사건은 경찰조사에 앞서 반드시 형사 전문변호사의 상담을 받고, 진술전략을 수립하여 본인의 억울함을 충분히 주장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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