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가 보편화되다 보니, 새롭게 가상자산에 관한 법적 규율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의 주제는 '비트코인이 착오전송된 경우, 상대방이 비트코인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착오로 비트코인을 타인의 계좌로 전송하였지만, 전송받은 상대방이 비트코인을 소비하거나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전송하여 비트코인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민사상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진행하여야 할까요? 이에 관한 최신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횡령죄와 배임죄의 의미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배반'하여 피해자에게 경제적 손해를 가한 경우를 규율하기 위한 처벌규정입니다(피해물에 따라 단순화 하자면, 재물은 횡령죄, 재산상 이익은 배임죄). 따라서 범죄의 주체는, 횡령죄의 경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이고, 배임죄의 경우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입니다.
이러한 신임관계는 계약뿐만 아니라, 사무관리, 관습 또는 신의칙(신의성실의원칙)에 의해서도 성립하는데요. 신의칙에 의한 신임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대표적인 판례가 '착오송금' 케이스입니다.
대법원은 "어떤 예금계좌에 돈이 착오로 잘못 송금되어 입금된 경우에는 그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송금 절차의 착오로 인하여 피고인 명의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하고, 이는 송금인과 피고인 사이에 별다른 거래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판시(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참조)하였습니다(돈은 형법상 재물로 보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합니다).
만약 비트코인이 착오로 전송된 경우는 형사적으로 어떤 처벌이 이뤄질까요? 신임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공소사실(예비적 공소사실, 배임)
피고인은 알 수 없는 경위로 피해자의 거래소 가상지갑에 들어 있던 199.999비트코인(이하 ‘이 사건 비트코인’이라 한다)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 받았으므로 착오로 이체된 이 사건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할 임무가 있었는데도, 그중 29.998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1 생략)’ 계정으로, 169.996비트코인을 자신의 ‘(계정명 2 생략)’ 계정으로 이체하여 재산상 이익인 합계 약 1,487,235,086원 상당의 총 199.994비트코인(29.998비트코인 + 169.996비트코인)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즉 검찰측에서는, 착오로 이체된 비트코인을 받은 피고인은 비트코인을 반환하기 위하여 이를 그대로 보관하여야 하는 신임관계가 있는데도, 이를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하여 착오로 이체한 피해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배임죄로 기소를 하였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유죄)
1심과 2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신임관계를 인정하였고, 배임죄의 주체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배임죄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있다. 피고인이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 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같은 죄질의 재산범죄로서,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에 대해 송금 받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어 계좌명의인에게 송금의뢰인을 위하여 송금 받거나 이체된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데, 가상자산을 원인 없이 이체 받은 경우를 이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이체 받은 비트코인을 신의칙에 근거하여 소유자에게 반환하기 위해 그대로 보관하는 등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할 임무를 부담하게 함이 타당하므로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무죄)
1심 및 2심의 판단과는 달리, 대법원은 배임죄의 주체 즉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배임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법정화폐와 비트코인은 보호의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기초로 판례를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가.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는 가상자산의 권리자 등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은 어떠한 경위로 이 사건 비트코인을 이체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 명확하지 않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사람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써(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배임죄의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 가상자산은 국가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블록체인 등 암호화된 분산원장에 의하여 부여된 경제적인 가치가 디지털로 표상된 정보로서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도9855 판결 참조). 가상자산은 보관되었던 전자지갑의 주소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 그 주소를 사용하는 사람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고, 거래 내역이 분산 기록되어 있어 다른 계좌로 보낼 때 당사자 이외의 다른 사람이 참여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자산과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이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라.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ㆍ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등 참조)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이 사건 비트코인이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피해자로부터 피고인 명의의 전자지갑으로 이체되었더라도 피고인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상,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즉, 대법원은 가상자산이 재산상 이익에 해당은 하지만, 강제통용권을 가진 법정화폐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형법을 적용하면서까지 가상자산을 보호하지는 않겠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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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은 본연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변호사 입장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스마트컨트랙트'의 발전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는 거래로 기존 민사상 법리 만으로는 규율하기 어려운 부분도 존재합니다. 아울러 가상자산에 관한 '컴퓨터등사용사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상자산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에 관한 이해가 사건의 파악의 기초가 됩니다. 가상자산에 관한 법정분쟁은 이를 충분히 다뤄본 전문 변호사와 반드시 상담을 하여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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