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항거불능의 의미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항거불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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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항거불능의 의미 

고산요 변호사

준강간죄의 대상(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의미)

실제로 '준강간죄'로 저를 찾아오시는 의뢰인 중에서는 피해여성이 술에 만취한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은 피해여성과 합의 하에 자연스러운 성관계를 가졌다고 말씀하시면서, 억울함으로 호소하시는데요. 아마도, 의뢰인께서는 준강간죄를 피해여성이 술에 만취하여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를 이용하여 성관계를 해야 성립하는 것으로 오인한 나머지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넓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의미를 좀 더 명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라는 측면에서 이번 포스팅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정확한 의미

고소인과 성관계 당시, 고소인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음을 신속히 입증한다면, 여러분은 형사 재판까지 가지 않고,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 사건을 조기에 종결 지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찰 단계에서의 '무혐의' 처분을 받도록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만약 사건이 재판으로 가면 무죄 판결을 받기가 상당히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법원에서 설시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법원은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를 같은 법 제297조, 제298조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죄와 같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죄가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9조에서의 심신상실의 상태라 함은 형법 제10조에서 말하는 정신장애로 인한 심신상실 이외에도 성적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그 밖의 사유, 즉 술에 만취하거나 인사불성인 상태를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신미약의 상태는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11518 판결 참조)하였고, “이 죄가 정신적 또는 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해 주는 것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같은 법 제302조에서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의 처벌에 관하여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9조에서의 항거불능의 상태라 함은 위 제297조, 제298조와의 균형상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참조)하였습니다.

즉, 우리 대법원은 '만취', '인사불성',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매우 엄격하게 보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차라리 저런 표현을 사용하지 말던가?" 변호사로서 가장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형법 해석상으로 판례의 태도는 올바른 해석입니다. 그러나 실제 유죄 사안을 보면, 너무나 쉽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유죄가 확정된 사례

실제 유죄가 나온 사례를 통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얼마나 넓게 해석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피고인은 나이 차이가 있는 직원과 함께 술을 마셨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술을 많이 마셨기에 술을 마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CCTV상으로 피해자는 화장실로 향했고, 그 곳에서 구토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인과 피해자는 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고, 술집 주인의 진술로도 피고인과 피해자는 다소 술에 취했으나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텔로 향했습니다. 모텔 입구 CCTV를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는 함께 손을 잡고 모텔로 들어왔습니다. 로비CCTV를 보면 피고인은 계산을 하고 있고, 피해자는 뒤쪽에 서있는데, 잠시 몸이 흔들리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술에 취한 피고인은 방을 잘못 찾아갔고, 이후 복도 CCTV상으로는 피해자가 앞장서서 호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습니다. 이후 상황에 대해 피고인은 피해자가 먼저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였고, 이후 손가락을 음부에 집어 넣는 등 스킨십을 하였으며, 성관계를 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성관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 핸드폰으로 수차례 연락이 왔고 모텔로 찾아온다고 하길래, 피고인이 먼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위 사안은 유죄가 확정된 사안입니다.

   

다소 거칠게 말씀드리자면, 모텔 CCTV상 피해자가 '다소 취하여 흔들리는 모습'과 피해자의 '구토', 피해자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의 존재 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통상 성관계로 이어지지 않았으리라 보이는 관계라면 솔직한 말로 당장 합의를 봐야 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법원에서는 '만취 또는 인사불성'의 개념을 여러분의 생각보다 넓게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제가 다수의 '준강간' 사건을 담당하면서 얻은 결론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판단 기준

제가 다수의 '준강간' 사건을 다루면서 내린 결론은, 법원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판단할 때,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와 피고인의 '오인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죄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법원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성관계를 처벌하고자 할 것입니다. 비록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이는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성관계라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모습은 개인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 심지어 만취하였는데도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고요. 즉, 피고인은 피해자가 정상적인 상태라고 오인하여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였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결국, 법원은 위 두 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준강간죄의 유죄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즉, 법원은 위 기준을 토대로,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연령 차이(통상적인 성관계가 발생할 개연성), 사건 발생 이전의 경위, 피해여성의 거동 상태와 음주량, 성관계 발생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 피고인과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등을 구체적으로 고려합니다.

   

준강간죄 대응방법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세요.

성관계 등 성적인 영역은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게 됩니다. 그만큼 은밀한 공간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객관적인 증거 내지 현장 목격자를 확보하기가 매우 곤란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다른 범죄와는 달리 성범죄의 특수성 및 성인지 감수성을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만으로도 충분히 유죄판결을 내리곤 합니다.

 

즉,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적이고,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사정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 신빙성을 탄핵해야 합니다.

  

그러나 준강간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는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 성관계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준강간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부분적이고, 부정확하며, 일관성이 없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결국 준강간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는 것은 광장히 어렵습니다.

   

결국, 피고인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따라서 준강간죄 사건의 경우 사건 초기부터 신속하게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준강간죄와 관련된 추가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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