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침입준강간 미수와 주거침입강제추행의 구별 시점
제가 두 죄의 구별을 설명드리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범죄 행위 자체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구별이 어렵고 자칫 주거침입준강간 미수로 처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기존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시기'와 관련한 법리와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판례를 모르시는 변호사님도 간혹 계시더라구요.
우선 기본적으로 준강간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만취 등) 피해자를 간음하는 범죄이고, 준강제추행은 위 피해자를 추행하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주거침입을 하여 위 범죄를 저지른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가중처벌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제 '주거침입준강간 미수'와 '주거침입강제추행'의 구별 시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안의 개요
제가 담당했던 '주거침입준강간 미수' 사건의 개요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워크샵을 가게 되었고, 술에 만취한 상태로 여성직원이 본인을 맘에들어 한다고 착각을 하여 동료들이 모두 잠에 든 시간에, 여성직원이 홀로 잠들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여성직원 옆에 누워 뽀뽀를 하고 껴안은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술에 취해서 이성을 잃었다며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경험하게 되는 경찰조사에 당혹스러워 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고소장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였고, 피해여성의 변호사는 '주거침입준강간 미수' 혐의로 의뢰인을 고소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의뢰인은 자신이 실수하였지만 성관계를 할 의사는 없었다고 억울해 하셔고요.
과연 이러한 행위가 주거침입준강간 미수일까요? 아니면, 주거침입준강제추행일까요?
주거침입준강간 미수와 주거침입강제추행의 차이점
우선, 두 죄의 형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특수강도강간 등) ① 형법 제319조 제1항(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 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즉, 두 죄의 법정형은 동일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시행중인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르면(13세 이상 대상, 기본유형을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주거침입 증 강간의 경우 5년 이상 8년 이하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고, 주거침입 등 강제추행의 경우 2년6월 이상 5년 이하에 처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주거침입준강제추행보다 주거침입준강간이 훨씬 엄하게 처벌됩니다.
실행의 착수란,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구성요건)를개시하는 시점을 의미합니다.
구별 기준은 바로 주거침입준강간 실행의 착수 시점에 있습니다.
우선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 시점에 관한 법리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여러 범죄가 합쳐져서 하나의 범죄를 이루는 경우, 이러한 범죄를 법률용어로 '결합범'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야간주거침입절도의 경우, 야간주거침입죄와 절도죄가 합쳐져서 하나의 범죄인 야간주거침입절도죄에 해당하므로 전형적인 결합범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합범의 경우, 선행하는 범죄를 개시한 시점에 전체 범죄인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됩니다. 즉, 야간에 타인의 주거로 들어가 물건을 훔치려고 했지만 타인의 주거로 들어갔다가 검거되었다면, 야간주거 침입하는 시점에 결합범인 야간주거침입절도의 실행의 착수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야간주거침입절도 행위를 개시한 것으로 보고, 이러한 야간주거침입 행위만으로 야간주거침입절도 미수가 인정됩니다.
이러한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 이론에 따르면, 위 사안의 경우 주거침입준강간 미수 혐의가 인정되는 것일까요?
주거침입준강간의 실행의 착수 시기에 관한 판례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으로 메스컴을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한 남성이 여성을 강간할 목적으로 몰래 집까지 따라갔고, 여성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쫒아서 집안으로 들어가려다가 실패하고 검거된 사건이었습니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이 강간을 목적으로 주거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주거침입강간으로 조사를 하였고, 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법원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3조 제1항의 주거침입강간죄 등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주거침입행위 당시가 아니라 강간죄 등의 실행에 나아간 때로 보아야 한다. 한편 강간죄는 부녀를 간음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또한 강제추행죄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한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이나,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폭행행위를 한 때에 그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11.12.13 선고 2011도9593 판결 참조)하였습니다.
즉 주거침입강간의 실행의 착수는 강간의 실행의 착수 즉, 피해자의 항거가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을 개시할때 시작되게 됩니다.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 역시 남성은 주거침입으로만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주거침입준강간의 실행의 착수 역시 준강간죄의 실행의 착수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주거침입준강간의 경우 기존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시기와는 다른 논리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주거침입이 성범죄의 전형적인 사전행위가 아닌 점,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와 밀접한 행위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하급심 판례 역시,
[공소사실 내용]
피고인은 2014. 3. 5.경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하면서 술을 마신 후 귀가하지 아니하고, 같은 달 6일 04:00경부터 동해시 C 일대에서 출입문을 열어 놓고 잠이 든 여자가 있으면 강간할 것을 마음먹고 출입문이 열린 소형 다가구주택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 같은 날 04:38경 동해시 D원룸 ○○○호에 있는 피해자 E(여, 24세)의 주거지에 이르러, 출입문 손잡이를 돌려 잠겨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자, 선거 홍보용 전단지를 둥글게 만 것으로 출입문 걸쇠(안전 고리)를 밀어 풀고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다. 피고인은 이불에서 자고 있던 피해자의 옆에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을 만져보고 피해자가 깨어나지 않자, 다시 손으로 음부를 만지면서 강간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소리치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도망하여, 주거침입준강간 미수로 공소제기가 되었습니다.
[주거침입준강간 실행의 착수 판단 시기]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주거침입 준강간죄 등의 실행의 착수시기는 주거침입행위 당시가 아니라 준강간죄 등의 실행에 나아간 때로 보아야 하는바(대법원 2011. 12. 13. 선고 2011도9593 판결 참조), 피고인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옷을 벗긴 후 자신의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음부 등을 만지고 자신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가 몸을 뒤척이고 비트는 등 잠에서 깨어 거부하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간음행위로 더 나아가는 것을 포기한 것이라면,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있겠으나,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지도, 피해자의 옷을 벗기지도 않은 채 그저 피해자의 옷 위로 음부 등을 만진 정도라면 이는 준강제추행의 기수가 될 뿐,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판시내용]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여 자고 있던 피해자의 옷 위로 가슴과 음부를 만진 사실, ② 피고인은 잠에서 깨어난 피해자를 폭행 · 협박하지도 않고, 그대로 도망간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과 위의 법리를 종합해 볼 때, 비록 피고인이 강간을 목적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행위는 준강제추행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이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옷을 벗기거나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는 등 준강간죄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만한 행위를 전혀 하지 않은 아니한 이상,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음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주거침입 준강제추행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례해설
본 사안은 주거침입준강간의 실행의 착수 시점은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고,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는 피해여성의 옷을 벗기는 등의 준강간 행위와 밀접한 행위 개시시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피고인이 비록 주거침입을 하였으나, 피해여성의 옷을 벗기는 등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를 인정할 수 없어, 주거침입준강간 공소사실은 무죄, 주거침입준강제추행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결된 사안입니다.
반드시 성범죄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의뢰인의 사안으로 돌아가, 저는 경찰조사 단계에서 수사관에게 의뢰인은 단지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 피해자에게 입맞춤을 하고 껴안고 누웠을 뿐,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로 인정될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담당 수사관은 이와 같은 주거침입준강간의 실행의 착수시기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결합범의 실행의 착수시기를 기준으로 판단하여 검찰에 주거침입준강간 미수 혐의로 송치하였습니다.
결국, 저는 주거침입준강간 실행의 착수 시기에 관한 법리와 사실관계를 포섭한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하였고, 검찰에서는 변호인의견서의 내용대로 주거침입준강간 미수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하였습니다.
성범죄 사건의 복잡한 법리와 세부적인 판례는 수사기관에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뢰인이 자백이라도 한다면, 본인의 한 행위보다 더 형량이 높은 처벌을 받을 위험이 존재합니다. 성범죄는 반드시 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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