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지 여부
-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을 중심으로 -
입력 : 2021-01-29 오후 1:59:51글자크기 :확대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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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1. 들어가며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지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불황의 여파로 사업이 어려운 시기에 영업상황 악화, 금융비용 증가 등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생절차를 밟으려고 하는데,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대법원 2019. 8. 14. 선고 2019다204463 판결(이하 ‘대상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사안의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 중이던 당시 이사회 결의 없이 피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은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각하하였습니다. 이후 원고는 퇴직하면서 피고 회사에 퇴직금을 지급하여 달라고 청구하자, 피고 회사는 원고가 이사회 결의 없이 위법하게 피고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러 피고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바, 그 손해배상채권으로 퇴직금지급채무를 상계한다고 주장한 사안입니다.
참고로 회생법원 실무는 회생절차개시신청 시 채무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이사회 의사록을 첨부서류로 요구하고,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는 경우 이를 각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상 판결 사안에서도 원고가 이사회 결의 없이 신청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은 각하되었고, 그 무렵 회사 주식 10.1%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 또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하였는데 그 신청 요건 가운데 하나인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음’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되기도 하였습니다.
3. 쟁점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
대상 판결은 아래와 같은 회생절차개시결정의 효과에 비추어 보면 주식회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은 대표이사의 업무권한인 일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하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주식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할 경우 개시결정 전에도 그 신청사실은 금융위원회와 감독행정청 등에 통지되고(채무자회생법 제40조), 법원의 보전처분을 통해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한 처분권한이 통제되는 등(채무자회생법 제43조) 채무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②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는 경우 이를 이유로 한 계약의 해지 및 환취권 행사 등으로 인하여 회사의 영업 또는 재산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식회사의 업무수행권과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고, 관리인이 재산의 처분이나 금전의 지출 등 일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채무자회생법 제56조 제1항, 제61조 등 참조) 회사의 경영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③ 주식회사는 회생절차를 통하여 채권자·주주 등 여러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있으나(채무자회생법 제1조), 회생절차 폐지의 결정이 확정된 경우 파산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등(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 회생절차 신청 여부에 관한 결정이 주식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4. 대상 판결의 의미
상법 제393조 제1항은 주식회사의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주식회사의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권한이 있습니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는 회사의 영업에 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상법 제389조, 제209조), 법률 또는 정관 등의 규정에 의하여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아니한 업무 중 이사회가 일반적·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위임하지 않은 업무로서 일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대하여는 여전히 이사회에게 그 의사결정권한이 있습니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6다48282 판결). 즉, 대표이사의 업무집행권한은 회사의 중요한 업무가 아닌 “일상업무”에 국한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법원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일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중요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대표이사는 상법상 요구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회사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 역시 앞서 살펴본 논거를 들어 원심법원의 판단을 유지한 것입니다. 대상 판결 사안에서는 대표이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 사실 자체만으로 회사가 부담하던 대출금 채무의 기한의 이익을 상실하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그로 인한 지연손해금 등 금전적 부담이 회사의 손해로 인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대상 판결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 회사의 중요한 업무에 해당한다는 점을 밝혔고, 이사회 결의 없는 대표이사의 회생절차개시신청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대표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대표이사의 신중한 업무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한 판결로 이해됩니다.
안동욱 변호사 (dwan@law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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