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준강간사건의 법정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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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준강간사건의 법정다툼 

안정현 변호사

 



불확실한 준강간사건의 법정다툼 


형법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

▶제297조(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술을 많이 마셔 만취한 상태로 의식이 없는 사람에 대해,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경우 준강간죄에 해당하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건의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고 피해자가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기도 합니다.

아래 소개드릴 사건은 법원 1심, 2심, 3심의 판단이 모두 달랐으며, 피고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인정받고 석방된 사건입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2014. 4. 17. 23:00경 같은 가게 아르바이트생인 피해자 C(여, 18세)와 아르바이트를 마친 후 함께 술을 마시다가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하게 되자, 2014. 4. 18. 01:00경 서울 동작구 D에 있는 피고인의 자취방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간 후, 술에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인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피해자의 몸 위로 올라타 피고인의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함으로써,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2. 1심 법원의 판단

1심 재판부는 준강간죄를 인정하고, 2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하였습니다.

①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기억을 잃은 시점, 그 후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행동, 통증을 느꼈던 부위 등에 관하여 명확하고 대체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어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

② 피해자가 이 사건에 관하여 피고인을 질책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고, 이에 피고인이 사과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사정, 피해자와 피고인의 각 문자매시지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술에 취하여 항거불능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간음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습니다.


3. 2심 법원의 판단

2심 재판부는 준강간미수죄만을 인정하고, 2년 징역형을 선고하여 1심보다 형을 감형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1심과 동일한 판단을 하였습니다.

②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음부에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여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하여,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의 제2회 경찰 진술이 유일한데, 이는 기록상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그대로 믿을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의 이 사건 준강간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여 이를 유죄로 인정하는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았습니다.

③ 피해자가 사건 범행 이후 3개월을 넘긴 시점에 형사고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수사기관은 객관적인 증거 확보를 하지 못하였고,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성기 삽입여부와 관련하여 다소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하였기에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준강간죄에 대한 기수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고, 그보다 가벼운 준강간미수죄의 혐의를 인정하였습니다.


4. 대법원(2017도1793)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의 취지로 판결을 하였습니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는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있고, 그 중에는 피해자의 렌즈 탈착행위 등 피해자를 통한 사실확인이 가능한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장이 허위라고 볼 만한 별다른 근거는 찾기 어려운 점,

②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 관하여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반대신문의 기회가 부여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과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대질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피해자는 자신이 증인으로 채택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런 이유 설명 없이 피해자 대리인과 사이에 일체의 연락을 두절함으로써 제1심 법정에의 증인출석을 사실상 거부하여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 상실한 점,

③ 피해자가 2014. 4. 14. 및 4. 16. 피고인과 술을 마신 후 피고인의 자취방에서의 상황에 관하여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기억을 하며 진술한 사정에 비추어, 2014. 4. 18. 이 사건 당시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④ 관련사건인 서울고등법원 2014노2880호 사건의 경과에 비추어,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행동 자체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는 때에 이루어졌음에도 그 후 피해자가 주취에 따른 일시적 기억상실증 등으로 인하여 나중에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다.

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어느 정도 술을 마셨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원심이 든 사정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하여 의식이 없는 상태이었다는 점 및 피고인이 이러한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알고 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려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조사가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는 점, 피해자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하였으나 이후 연락을 두절한 점, 피해자가 이 사건 전에도 다른 준강간사건에서 피해자로 고소를 한 적이 있었으나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판결을 받았던 점 등을 이유로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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