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델로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오델로'는 질투로 인한 비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오델로 장군에게는 정숙하고 아름다운 부인 데스데모나가 있는데, 주변의 모함으로 자신의 부인이 심복 부하 카시오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의심하면서 결국 복수심에 불타 아무 죄 없는 두 사람을 죽이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이처럼 오델로 증후군은 질투로 인한 망상으로 명확한 증거 없이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고, 이 때문에 자신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증상을 말합니다. 의부증, 의처증의 다른 말이 오델로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의처증, 의부증은 정신의학 관점에서 보자면 일종의 망상장애로 부정망상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부정망상 발병률은 전체 인구의 1~4%로. 주로 35~55세의 연령층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합니다.
발병 원인으로는 대부분 편집증적 성격에 기인에 하는 것으로 어릴 때부터 까다롭고 무슨 일이든지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지나칠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예민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사람들, 이기적이고 쉽게 앙심을 품고 불평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이들은 대부분 융통성이 없거나 남을 잘 믿지 못하며 여성의 경우는 의존적이고 미숙해서 배우자가 옆에 있어야 안심하는 성격 유형에서 의부증이 자주 나타나고 시샘이 많고 독점력이 많은 경우에도 의부증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또 이러한 부정망상은 부부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 자주 나타나는데 남성의 경우는 사회적 환경적으로 자존감이 하락한 경우 부인이 초라한 자신을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방어기제로 의처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의처증이나 의부증 증세를 '사랑이 지나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밀히 말해 배우자에 대한 부정망상은 병입니다.
정상인들은 대부분 배우자가 의심스럽다가도 아니라는 증거가 확실하면 결백을 믿지만 의처증, 의부증 환자들은 아니라는 증거가 있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 합니다.
이들은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기에 배우자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질투망상'과 그 망상 때문에 잔혹한 폭력이나 폭언, 끝없는 추궁 같은 행동이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처증과 의부증이 정신과적으로 망상장애로 분류되는 것은 이들을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설득해도 전혀 변하지 않는 잘못된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가진 배우자와 살아가는 상대방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러한 부정망상 외에는 다른 면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오히려 주변 사람으로부터 배우자가 정말 의심을 받을만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부터 내어놓아 배우자는 더욱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처증, 의부증은 이혼 사유가 될까요.
이번 시간에는 배우자의 부정망상은 이혼 사유가 되는지, 또 부정망상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해 위자료 청구는 가능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의처증, 의부증 이혼 사유 되려면
의처증이나 의부증은 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러한 증세 환자들은 반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나와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피웠다 생각하고 증거를 찾고 싶어 하는 특징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의심이 의심을 낳아 나중에는 결혼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증세가 심각해져 배우자를 의심하는 수준을 넘어 폭행이나 살인과 같은 강력 사건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의부증, 의처증으로 정신적 고통을 초래했다면 민법 제840조 제3호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에 해당하고, 이러한 혼인생활을 계속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므로 이는 민법 제840조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므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의처증, 의부증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그리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느냐입니다.
판례에 의하면 부부 일방이 정신병적인 증세를 보여 혼인관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증상이 가벼운 정도에 그치거나 회복이 가능한 때에는 상대 배우자는 그 병의 치료를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가벼운 의처증, 의부증만으로는 이혼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배우자의 의심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을 받아왔고 더는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있다는 상대와 협의에 의한 이혼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결국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때 배우자의 귀책사유가 될 수 있는 의부증 증상을 보이고 있는 문자 메시지, 녹음파일 녹취록, 주변인들의 진술 등이 증거자료로 사용될 수 있으며,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병원 진단서, 치료비 등을 종합하여 위자료 금액을 산정할 수 있습니다.

부인의 의부증으로 인한 이혼 인정 사례
부인 A 씨는 정신질환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결혼 직후부터 일상생활에서 가끔 피해 망상, 대인공포증, 조울증 등의 정신병적인 발작 증세 비슷한 행동을 하였고 수시로 남편의 직장에 전화를 걸어 두서없이 말을 하거나 그릇, 괴성을 지르는 등 이상한 행동을 자주 해 부득이 남편은 해당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취직했으나, 그곳에도 수시로 아내가 전화를 걸어 남편 상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남편이 아들을 죽이려 한다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하여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위와 같은 이상한 행동을 고치기 위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하려고 수차 노력하였으나 아내가 이를 완강히 거부하여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위 사안에 대해 가정은 단순히 부부만의 공동체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그 자녀 등이에 관계된 모든 구성원의 공동생활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서 부부 중 일방이 불치의 정신병에 이환되었고, 그 질환이 단순히 애정과 정성으로 간호되거나 예후가 예측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가정의 구성원 전체에게 끊임없는 정신적·육체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며 경제적 형편에 비추어 많은 재정적 지출을 요하고 그로 인한 다른 가족들의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온 가족이 헤어날 수 없는 고통을 받더라도 상대방 배우자는 배우자 간의 애정에 터 잡은 의무에 따라 한정 없이 이를 참고 살아가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는 민법 제840조 제6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므로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1995. 5. 26 선고 95므 90 판결)
병적인 증상에 의한 행동이라면 위자료 지급까지는 가혹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의처증, 의부증은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상대 배우자가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파탄 상태에 놓여있다든지, 의심을 빌미로 부당한 대우를 했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되어 이혼 청구가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혼 청구와 함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까.
이에 대해 흥미로운 판례가 있습니다.
근거 없는 의심을 계속하는 부인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남편의 이혼청구에 대해 법원은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혼 판결을 내렸으나, 그런 의심이 의도적인 것은 아니고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병적 증상 때문인 점을 감안하면 부인에게 위자료까지 내라고 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위자료 청구 부분은 기각한 것이 그것입니다.
즉, 의부증 때문에 이혼을 하더라도, 의부증 자체는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병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위자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입니다.
의처증 위자료 지급, 입증 여하에 따라 가능합니다.
그러면 의처증, 의부증 배우자에게는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없는 걸까요.
법원의 판례는 소송 시 참고 사례는 될 수 있으나,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안에 따라 정신적 고통에 대해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위자료 지급 판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실례로 근거 없이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면서 아내의 휴대전화에 몰래 위치 추적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아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 몰래 CCTV를 설치해두고 감시하는가 하면, 아내가 부부관계를 거절하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아내를 폭행하다가 주방에 있는 칼을 들고 와 방바닥과 벽면을 칼로 찍으면서 "어떤 놈하고 만나는지 바른대로 말하라"라고 협박하기도 한 피고에 대하여 재판부는 피고의 의처증으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이혼 및 재산분할과 함께 피고는 원고인 아내에게 위자료로 2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한 사례가 있으며
극심한 의처증과 편집증으로 주변 사람들을 수시로 고소하고 피고의 괴롭힘과 협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여 이혼소송을 청구한 아내에게 소송 중에도 계속 "원고(아내)가 내연남과 동거하고 있는데 경찰이 원고를 숨기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원고의 거주지를 밝혀 줄 것을 요구한 피고에 대하여 재판부는 피고의 의처증으로 인하여 혼인이 파탄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이혼 및 재산분할과 함께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로 1천만 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한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의처증 및 의부증에 의한 이혼 소송 및 위자료 청구를 위해서는 그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법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자료나 증거들을 제출해 재판부를 설득하고 의뢰인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대변할 수 있는 변호인의 체계적인 조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