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인간은, 아버지가 살해된 것은 곧 잊지만 그 유산을 없앤 것은 좀처럼 잊지 않는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사상가, 정치철학자이자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가 한 말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의 유산을 두고 상속분쟁은 변함이 없었나 봅니다.
현행 민법은 부모가 유산을 자식에게 주고 싶지 않아도 '유류분'이라는 제도를 통해 일정 부분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유류분은 유언자의 의사만으로 재산을 자유롭게 처분할 경우 남은 가족의 생활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속인이 법률상 반드시 취득하도록 보장되어 있는 몫으로 민법 1112조는 유류분 비율을 직계비속(자녀들)과 배우자가 법정상속분의 절반, 직계존속(부모)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류분 제도의 취지와 달리 불효자나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자매에게 내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유산을 상속해 줘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왜 불효자에게 내 의사와 관계없이 재산을 물려줘야 하나"
지난해 1월에는 유류분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한 현직 부장판사가 유류분 제도가 (민법 제1112조 등) 위헌이라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라며 "재산 형성 과정에 기여가 없고 불효나 불화 등으로 관계가 악화된 자녀들에게 재산이 무조건 귀속되도록 강제한 현행 법률의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 1월 7일 법무부가 상속권 상실과 용서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일명 '불효자 상속권 상실 제도' .
이번 시간에는 새롭게 입법예고된 상속권 상실 제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민법」 제1004조의 2 상속권 상실 제도 신설
상속권 상실 제도는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하여 중대한 부양의무의 위반 또는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상속관계의 중요성에 비추어 가정법원으로 하여금 상속인 및 이해관계인의 입장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하고 피상속인의 의사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한 취지의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식이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피상속인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한 중대한 범죄행위, 학대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 상속권을 상실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민법」 제1004조의 3 용서 제도 신설
상속권 상실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피상속인이 용서를 통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상속인이 될 자를 용서한 때에는 그 사유로 인한 상속권 상실의 선고를 청구하지 못하고, 상속권 상실의 선고는 효력을 잃습니다. 다만, 이러한 용서는 공증인의 인증을 받은 서면 내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하여야 합니다.
현행 대습상속제도 정비
대습상속(代襲相續)은 상속인이 될 자가 사망 또는 상속결격으로 상속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그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이 대신 상속을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런데 현행 대습상속 제도는 상속인에게 상속권을 상실시키면서도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습상속을 인정할 경우 상속권 상실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할 수 있어 상속권 상실을 대습상속 사유로 추가하지 않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도 대습상속 사유에서 제외됩니다.
즉, 상속권 상실을 대습상속 자유로 추가하지 않고, 민법 제1004조의 상속결격도 대습상속 사유에서 제외해 상속권 상실 등의 경우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대습상속이 인정되지 않게 됩니다.
부모가 불효자 상속권 상실 직접 소송 가능할까
이번 입법예고된 상속권 상실 제도가 신설된다면 앞으로 부모가 불효자의 상속권을 없애 달라고 직접 소송을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효자’에 대해 다른 자녀들이 소송을 낼 수도 있고, 다른 유족들이 생전에 양육 의무를 저버린 친모에 대해 소송을 낼 수도 있습니다.
유자손이안(遺子孫以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자손에게 유산을 남기면 자식이 놀고 먹는 위태로운 버릇에 빠지기 쉽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현행 민법은 상속 재산 일부를 이처럼 강제로 배정하는 유류분을 정해두고 있기에 평생 땀 흘려 재산을 모은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생 부모를 괴롭혀온 불효자를 제쳐놓고 나머지 아들딸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유언장을 남겨도 소용이 없습니다.
실제로 어느 부모가 대학에 전 재산을 기부하고 사망하자 자녀가 유류분 반환 소송을 제기해 그중 일부를 되찾아간 사례도 있죠.
민법에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후 43년 동안 부모 부양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습니다.
개인이 자기 재산을 자신의 뜻대로 기부하거나 상속해 줄 권리도 존중해야 하겠죠.
유류분과 관련해 지난해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청구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과연 어떻게 내려질지 주목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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