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권은 타인의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물권입니다(민법 제279조).
즉 건물 기타 공작물이나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타인의 토지에 지상권을 설정하였다면 그 토지의 사용권은 토지 소유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상권자에게 있습니다.
한편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합니다(민법 제256조 본문, 부동산에의 부합).
예를 들면 타인의 토지에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는 토지와 일체가 되어버리므로 토지 소유자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에 대한 예외가 있으니,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되면 부동산에 부합이 되지 않습니다(민법 제256조 단서).
여기서 '‘권원’이란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과 같이 타인의 부동산에 자기의 동산을 부속시켜서 그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앞서 살펴본 지상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는 지상권자의 소유이지 토지 소유자의 소유가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는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사용권인 지상권이 바로 민법 제256조 단서의 '권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지상권'이나 '부동산에의 부합'에 관한 원칙적인 내용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금융기관이 대출을 하면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함과 동시에 토지의 담보가치를 보존하기 위하여 지상권도 함께 설정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금융기관이 지상권을 설정한 목적은 토지의 담보가치를 보존하기 위함이지 토지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담보가치 보존을 위해 지상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앞서 살펴본 원칙적인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맞을까요?
실제 있었던 사례를 단순화 시켜 살펴보겠습니다.
A는 토지소유자이고, B는 금융기관입니다. A는 B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A 소유 토지에 B 앞으로 근저당권과 지상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A는 그 후 C와 A 소유 토지에 대한 사용대차계약을 맺었고, C는 A 소유 토지에 나무 300그루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A가 B에 대한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A 소유 토지에 대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었고, D가 토지를 낙찰받았습니다.
D는 A의 소유였던 토지를 낙찰 받은 후 그 토지 위에 C가 심었던 나무 300그루를 모두 베어서 팔아버렸습니다.
이에 C는 자기 소유의 나무를 D가 마음대로 베어 팔아버린 것은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D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하급심 법원은 A가 B에게 지상권을 설정해 줌으로써 B가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취득하고 A는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상실하였으므로, C가 A와 토지 사용에 관한 사용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토지 사용을 위한 적법한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였고, A와 C 사이의 사용대차계약은 민법 제256조 단서의 '권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C가 심은 나무는 토지에 부합하여 토지를 낙찰 받은 D의 소유가 된 것이므로 D가 그 나무를 베어서 팔았다 하더라도 불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금융기관이 대출금 채권의 담보를 위하여 토지에 저당권과 함께 지료 없는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채무자 등의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지 않은 경우, 지상권은 저당권이 실행될 때까지 제3자가 용익권을 취득하거나 목적 토지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키는 침해행위를 하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확보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토지소유자는 저당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다면 이러한 권리는 민법 제256조 단서가 정한 ‘권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3. 15. 선고 2015다69907 판결).
위 사례에서 B가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A의 토지 사용·수익권을 배제하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못하고, A의 토지 사용,수익으로 인해 토지의 담보가치가 하락될 우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A는 토지를 사용,수익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C가 A와 체결한 사용대차계약은 민법 제256조 단서의 ‘권원’에 해당하고, C가 심은 나무는 토지에 부합하지 않아 C의 소유이므로, D가 C의 소유인 나무를 마음대로 베어서 팔아버렸다면 이는 C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어 D는 C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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