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이 접촉이 정말 치료에 필요한 것이었나" 하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명 없이 가슴이나 허벅지 안쪽, 하복부를 만지거나, 진료와 관계없어 보이는 부위까지 손이 닿았는데도 그 자리에서는 "치료 과정이려니" 하고 넘어갔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불쾌감과 의심이 커지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의료인 입장에서도, 정당한 진찰이었는데 환자가 신고해 갑자기 피의자가 되는 일이 생깁니다. 결국 핵심은 "치료라는 말이 붙었는가"가 아니라 "그 접촉이 실제로 치료·진찰에 필요한 범위와 방법이었는가"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진료 중 신체접촉, 강제추행 성립 여부를 가르는 세 가지 축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경우에 성립하고,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98조). 진료 장면에서는 이 요건이 그대로 적용되지만, 의료행위라는 특수한 맥락 때문에 판단 축이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접촉의 필요성입니다. 증상과 진료 목적에 비추어 그 부위를 만져야 했는지를 봅니다. 둘째는 접촉의 방법과 정도입니다. 필요한 부위라도 진료에 통상 쓰이는 방식과 시간을 넘어섰다면 달리 평가됩니다. 셋째는 설명과 동의입니다. 어떤 검사를 왜 하는지 알려주고 환자가 받아들인 상태였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진료를 흉내 내는 경우입니다. 마사지사·운동 트레이너·상담사가 "치료"나 "교정"을 내세우며 신체를 만지는 경우에는 정당한 의료행위라는 항변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고, 일반적인 추행 판단으로 곧바로 들어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의료행위 항변의 한계와 폭행·추행 요건, 대법원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먼저 추행이 무엇인지부터 보겠습니다. 대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보며, 추행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을 종합해 판단한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행위자에게 필요한 것은 추행의 고의이고,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성적 동기까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폭행" 요건입니다. 진료 중에는 환자를 때리거나 누르는 일이 없으니 폭행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은, 강제추행죄의 폭행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면 되며, 폭행 자체가 추행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일 필요 없이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는 종전 법리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즉 환자가 가만히 누워 있었다고 해서 폭행 요건이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동의 없는 접촉 자체가 유형력 행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료행위라는 항변은 어디서 힘을 얻을까요. 정당한 진찰·치료로서 의료 목적에 필요한 범위 안의 접촉이라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그 밖에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위법성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항변이 통하려면 접촉이 의료 목적에 비추어 필요하고 상당했다는 점이 받쳐줘야 합니다. 한의사가 진료 중 환자의 가슴과 음부를 손가락으로 눌렀다는 공소사실이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이 치료 목적이라는 주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접촉 부위·방법, 진료상 필요성, 사전 설명 여부 등을 따져 유죄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2022도9676 판결(2025. 6. 5. 선고)이 이 흐름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보는 사정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호소 증상과 접촉 부위의 연관성 — 어깨 통증으로 내원했는데 하복부나 서혜부를 접촉했다면, 그 부위를 만져야 했던 의학적 이유가 설명되어야 합니다.
진료 방식의 통상성 — 같은 진료과의 일반적인 검사 방법과 비교해 접촉 시간·압박 정도·손의 위치가 벗어났는지를 봅니다.
사전 설명과 동의 — 속옷을 내리거나 옷 속에 손을 넣기 전에 이유를 설명했는지, 환자가 거부 의사를 밝힐 기회가 있었는지를 봅니다.
진료 환경 — 간호인력 입회 여부, 문이 열려 있었는지, 가림막과 환자복 제공 여부 등 주변 상황입니다.
진료 전후의 언행 — 진료와 무관한 신체 평가나 사적 발언이 있었다면 추행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한편 피해자가 의식이 없거나 마취·수면 상태였다면 준강제추행(형법 제299조)이 문제 되며, 이 경우 폭행·협박 요건 없이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했다는 점이 핵심이 됩니다. 수면마취 상태의 환자는 사후에 기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료기록, 마취 시간, 입회자 진술, 영상 기록 같은 객관 자료가 사실상 승부처가 됩니다.
또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로 평가될 수 있는지가 문제 되는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의 적용 여부도 함께 검토합니다. 다만 환자가 의사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마다 다투어지므로, 모든 진료 관계에 당연히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형량과 고려 요소가 달라질 수 있어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 흔히 쟁점이 되는 것은 "고의"입니다. 의료인은 "치료하려던 것이었다"고 말하고, 환자는 "치료와 무관했다"고 말하기 때문에 결국 위 사정들을 객관 자료로 얼마나 뒷받침하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에서는 진술의 구체성·일관성, 신고 경위, 진료 직후의 행동(메시지, 지인에게 알린 내용, 병원을 나온 뒤의 반응)이 신빙성 판단에 쓰입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피해를 입은 쪽과 의심받는 쪽, 증거 확보부터 수사 단계 대응까지
어느 쪽에 서 있느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지지만, 공통되는 원칙은 기억이 선명할 때 기록을 남기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당일 기억을 시간순으로 기록 — 접촉이 있었던 부위, 순서, 지속 시간, 그때 한 말, 접촉 전 설명이 있었는지를 메모나 메시지로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면 세부가 흐려지고 진술의 일관성이 흔들립니다.
진료기록 확보 — 환자는 본인 진료기록 열람·사본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의료법 제21조). 호소 증상, 시행한 검사, 처치 내용이 기록상 어떻게 적혀 있는지가 접촉의 필요성 판단 자료가 됩니다.
주변 증거 정리 — 병원 방문 예약·결제 내역, 대기실 CCTV 존재 여부, 입회 직원 유무, 사건 직후 지인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 둡니다. CCTV는 보관 기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서두르는 편이 좋습니다.
고소 전 판단 — 고소는 수사기관에 사실관계를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므로, 어떤 접촉을 문제 삼는지와 입증 가능한 사정을 구분해 구성합니다.
의료인이나 진료 관계자로서 의심을 받는 경우입니다.
진료기록과의 정합성 점검 — 해당 접촉이 진료기록상 증상과 처치에 연결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사후에 기록을 고치면 오히려 불리하므로, 기존 기록을 그대로 보존합니다.
필요성·통상성 소명 — 해당 진료과의 일반적 검사 방법, 학회 지침이나 교과서적 근거, 설명 및 동의 절차가 있었다면 그 자료를 의견서 형태로 정리합니다.
진술 일관성 관리 — 경찰 조사 전에 진료 당시 상황을 정리하고, 모호한 부분을 단정하지 않으며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낫습니다. 첫 진술이 이후 전 과정의 기준이 됩니다.
합의 접근은 신중히 —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나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행정 영향 파악 — 형사 결과가 의료인 면허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염두에 두고 대응 수위를 정합니다.
어느 쪽이든 수사기관 출석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 구조를 한 번 정리하고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기록과 영상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이유
진료 중 접촉이 문제 되는 사건은 당사자 진술이 엇갈리기 쉽고, 결국 남아 있는 객관 자료의 양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CCTV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덮어쓰기로 사라지고, 메신저 대화나 통화 기록도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의심받는 입장에서도 첫 진술과 초기 대응이 이후 전체를 규정하므로, 정리 없이 조사에 임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진료 중 접촉이 마음에 걸리거나, 반대로 진료 행위가 추행으로 신고되었다면 기록이 흐려지기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차분히 정리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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