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매체에 광고를 하나 싣지 않으면 이 건을 기사로 쓰겠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하는 사업자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취재 과정에서 광고 이야기가 오갔다가 "공갈로 신고당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하는 언론 종사자분도 있습니다. 같은 광고비 지급이라도 어떤 경위로 오갔는지에 따라 정상적인 광고 계약이 되기도 하고, 형법상 공갈죄가 되기도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사 보도를 빌미로 한 광고비 요구, 공갈과 정상 광고의 경계
언론사가 기업이나 개인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광고비를 받아내는 행태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돼 왔습니다. 광고 자체는 합법적인 영업 활동이므로 광고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범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상대방이 자유로운 의사로 광고를 집행했는가, 아니면 기사 보도에 따른 불이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는가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벌 가능성뿐 아니라 이미 지급한 돈을 되돌릴 수 있는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피해를 본 쪽에서는 형사 고소와 함께 광고비 반환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하고, 요구한 쪽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정상 영업의 범위를 벗어났는지 미리 점검해야 합니다.
실제 분쟁은 대부분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보도하지 않는 대가"를 직접 말하거나 암시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기사를 게재한 뒤 "내리려면 광고를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후자는 기사가 이미 나갔다는 점이 오히려 상대방의 불안을 키우는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에 더 쉽게 문제가 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형법 제350조 공갈죄의 성립요건과 정당한 보도·광고 영업의 한계
공갈죄는 형법 제350조가 규정하며,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미수도 처벌됩니다(제352조). 성립하려면 네 가지가 갖춰져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협박(해악의 고지)이 있어야 하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처분행위(돈을 건네는 행위)를 해야 하며, 그 결과 재물이나 이익이 넘어가야 하고, 행위자에게 불법영득(이득)의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해악의 고지"가 무엇인지가 문제 됩니다. 기사를 쓰겠다는 말은 상대방의 명예와 신용,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해악의 내용이 반드시 허위일 필요도 없습니다. 고지한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그것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면 협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공갈죄 법리의 기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보도하겠다는 말이 곧바로 공갈인 것은 아니고 그 말이 금품 요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판단의 핵심입니다.
다음으로 정당한 권리 행사와의 구분입니다.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수단이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넘으면 공갈이 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광고비를 받을 정당한 권리가 있어도 "안 내면 기사로 때리겠다"는 방식으로 받아내면 수단이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취재 결과를 그대로 보도하는 것 자체는 언론의 본래 기능이므로 그것만으로 협박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실제 사건에서 살펴보는 사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기사와 광고 요구의 선후·연결 — 기사 작성 예고 직후에 광고 이야기가 나왔는지, 광고를 거절하자 기사가 나갔는지 등 시간적 흐름
금액의 상당성 — 해당 매체의 발행 부수·방문자 수·통상 광고 단가에 비추어 과도하게 높은지
광고 집행 실체 — 실제로 광고가 게재·송출되었는지, 계약서·세금계산서가 있는지
기사 내용의 성격 — 공익적 취재인지, 처음부터 협상용으로 만든 것인지
상대방의 반응 — 두려움 때문에 응했다는 정황(거절 후 재촉, 반복 요구, 지급 직후 기사 삭제 등)
기사 내용이 허위이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공갈과 별개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이나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 제70조)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형법 제310조가 있지만, 금품을 받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라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협박의 정도가 공갈에 이르지 않더라도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면 강요죄(형법 제324조)가 검토되고, 광고주의 영업에 지장을 줄 위력을 행사했다면 업무방해(형법 제314조)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상황을 비교하면 감이 잡힙니다. 예를 들어 지역 신문사 기자가 어느 업체의 위생 문제를 취재한 뒤 "기사를 보류하는 대신 연 광고 계약을 하자"고 제안해 업체가 500만 원을 입금한 경우, 보도 보류와 대가가 직접 연결되어 있어 공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기자가 광고 영업 담당 부서의 일반 광고 상품을 안내했고, 업체가 단가표를 보고 자유롭게 계약했으며 취재와 무관했다면 정상 영업으로 보게 됩니다. 두 상황의 차이는 금액이 아니라 돈이 오간 이유가 해악 고지에 있는지 여부입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피해자의 지위입니다. 돈을 낸 사람이 "기사가 사실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그 사실 자체가 공갈 성립을 막지는 않습니다. 다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지급 경위를 꼼꼼히 보기 때문에, 피해를 주장하는 쪽도 자신의 약점이나 지급 동기를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정리해 두는 편이 유리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증거 확보부터 고소·반환 청구, 혐의 방어까지 단계별 정리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은 대응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합니다.
대화 기록 보존 — 통화 녹음, 문자·메신저 대화, 이메일 등 기사 예고와 광고 요구가 함께 나온 자료를 원본 그대로 저장합니다. 통화 녹음은 대화 당사자가 직접 녹음한 것이라면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지급 내역 정리 — 계좌이체 내역, 광고 계약서, 세금계산서, 게재된 광고 지면이나 화면을 확보해 얼마를 언제 어떤 명목으로 냈는지 표로 정리합니다.
기사 관련 자료 확보 — 문제가 된 기사의 게재일·내용·삭제 여부를 캡처하고, 광고 집행 전후 기사 변화를 비교합니다.
고소장 작성·제출 — 협박 문구, 처분행위, 재물 교부 경위를 구성요건에 맞춰 정리해 공갈(필요하면 강요·명예훼손 병합)로 고소합니다. 지급 시점과 요구 시점이 여러 번이면 사건별로 나눠 적습니다.
민사상 반환 청구 — 공갈로 체결한 계약은 민법 제110조에 따라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하면 부당이득으로 광고비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부터 3년, 계약일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반대로 광고비를 받았다가 공갈 혐의를 받는 경우에는 방어 방향이 달라집니다. 광고 영업이 취재와 별개로 이루어졌다는 점, 광고 단가가 통상 수준이라는 점, 실제 광고가 집행되었다는 점을 계약서와 게재 이력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수사기관 조사 전에 대화 기록을 정리하고, 진술이 앞뒤가 맞는지 점검한 뒤 출석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미 합의를 시도하는 경우라면 반환·합의의 시기와 방식이 양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변호사와 상의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대화 기록과 지급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이유
기사를 빌미로 한 광고비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거가 흐려집니다. 메신저 대화가 삭제되거나 기사가 수정·내려가면 협박과 지급 사이의 연결고리를 입증하기 어려워지고, 반복해서 돈이 오갔다면 요구가 정상 영업으로 비칠 위험도 커집니다.
정리하면 공갈 여부는 광고비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보도 불이익을 고지하며 그 대가로 돈을 요구했는지로 갈립니다. 피해를 입으셨다면 증거 보존과 지급 내역 정리부터, 혐의를 받고 계시다면 광고 영업의 실체를 보여주는 자료 정리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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