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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을 해외 계좌로 빼돌리면 재산국외도피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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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돈을 해외 계좌로 빼돌리면 재산국외도피죄인가요 

김상훈 변호사

회사 자금을 맡아 관리하던 중 해외 계좌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이 드러나, 횡령만이 아니라 "재산국외도피"라는 낯선 죄명까지 거론되어 당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해외 법인 설립 자금이나 거래 대금 명목으로 송금했는데 나중에 용도가 문제 되기도 하고, 실제로 개인 목적으로 돈을 옮긴 사안도 있습니다. 같은 "해외 송금"이라도 어떤 법령을 어떻게 어겼는지에 따라 횡령으로만 끝날 수도, 형량이 몇 배로 무거워질 수도 있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어떤 경우에 두 죄가 함께 문제 되는가

회사 돈을 개인 목적으로 빼돌리는 행위는 우선 업무상횡령(형법 제356조)이 됩니다. 여기에 그 돈을 해외 계좌로 옮겼다면 별도로 재산국외도피(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이하 특경법)가 문제 됩니다. 두 죄는 보호하는 이익이 달라서 각각 성립할 수 있습니다. 회사 돈을 빼낸 행위와 해외로 옮긴 행위가 별개이면 경합범(형법 제37조)으로, 한 행위가 두 죄에 모두 해당하면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으로 처리됩니다.

다만 "회사 돈을 해외로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재산국외도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조문은 법령을 위반하여 재산을 국외로 이동하거나, 국내로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처분하여 도피시켰을 때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외국환거래법 등 법령을 어긴 이동이어야 하고, 그 결과가 "도피"에 해당해야 합니다. 신고를 마친 정상 송금은 같은 금액이라도 이 죄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세 가지를 따로 봅니다. 첫째 돈의 성격(회사 자금인지, 누구의 재산인지), 둘째 이동 과정에서 어떤 법령을 어겼는지, 셋째 그 이동이 도피라고 평가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이 세 축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입건되는 죄명과 구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법령 위반·도피 요건, 도피액 5억·50억 기준의 법정형

특경법 제4조 제1항의 구조를 먼저 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국민의 재산을 대상으로, ① 법령을 위반하여 국외로 이동하거나, ②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하여 도피시킨 경우가 처벌 대상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령은 주로 외국환거래법이 정한 지급·자본거래 신고 의무입니다. 허가나 신고를 해야 하는 거래를 하지 않았거나, 신고하면서 용도·상대방을 허위로 적었다면 "법령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법령이 정한 절차를 밟아 정상 신고한 송금이라면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 요건이 "도피"입니다. 법원은 재산이 국외로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도피를 인정하지 않고, 그 재산이 국내의 법적 관리·통제를 벗어나 해외에서 자유롭게 처분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지, 행위자가 그 점을 인식했는지를 봅니다. 행위 당시 행위자의 경제적 사정, 추구한 경제적 이익, 행위의 동기, 수단이 은밀하고 탈법적이었는지, 행위 이후의 조치 등을 종합해 판단하며, 이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태도입니다. 그래서 정상적인 사업 목적의 송금이 사후에 용도 불일치로 문제 되었더라도, 곧바로 도피로 평가되지는 않습니다.

법정형은 도피액(범죄행위의 목적물 가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라갑니다.

  • 기본형(제4조 제1항) —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도피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 벌금

  • 도피액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제4조 제2항 제2호) — 5년 이상의 유기징역

  • 도피액 50억 원 이상(제4조 제2항 제1호) —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한 미수범도 기수와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제4조 제3항). 송금이 실제로 완료되기 전에 적발되었더라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횡령 쪽 형량과 겹쳐 보면 부담이 더 분명해집니다. 업무상횡령은 형법 제3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횡령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경법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자금 10억 원을 개인 목적으로 빼내 신고 없이 해외 계좌로 보냈다면, 횡령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구간, 재산국외도피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구간에 각각 해당하게 됩니다. 두 죄가 경합범으로 인정되면 형의 장기가 가중되므로(형법 제38조), 집행유예(징역 3년 이하일 때 검토 가능)는 정상참작감경 등으로 형이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한 어렵습니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대목은 법인과 개인의 관계입니다. 법인의 대표자나 직원이 업무와 관련해 위반행위를 했다면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법인에도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제4조 제4항).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를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면책됩니다. 이 부분은 회사 측과 행위자 측의 이해가 엇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결국 질문의 답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회사 돈을 해외 계좌로 옮겼다고 해서 자동으로 재산국외도피가 되지는 않지만, 신고 없이 또는 허위 신고로 옮겼고 재산이 국내 통제를 벗어났다면 횡령과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송금 경위 복원부터 도피 의도 부인까지 단계별 대응

수사기관의 소환이나 압수수색을 받았다면 다음 순서로 대응을 설계합니다.

  • 송금 자료와 신고 내역부터 확보 — 해외 송금 내역, 외국환은행에 제출한 신고서류, 송금 사유로 적은 거래 증빙, 상대 계좌의 명의와 실제 관계를 먼저 정리합니다. 신고 의무를 어떻게 이행했는지가 "법령 위반" 요건을 다투는 출발점입니다.

  • 돈의 성격과 사용처 확인 — 회사 승인(이사회·결재) 하에 이루어진 정당한 투자나 거래 대금이었는지, 이후 실제로 그 목적에 사용되었는지를 입증 자료로 정리합니다. 횡령의 고의(불법영득의사)와 도피 인식을 함께 부인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 "도피" 요건 다투기 — 송금 당시의 경제적 사정, 회사 이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는 사정, 거래 내역을 숨기지 않았다는 점(계좌 공개·회계처리 여부), 사후 환수 조치를 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도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합니다.

  • 피해 회복과 합의 — 횡령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면 회사 측과 변제·합의를 서두릅니다.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이고, 도피액과 이득액이 5억 원 구간을 넘나드는 경우에는 금액 산정을 정확히 다투는 것만으로도 법정형 구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진술은 자료를 본 뒤에 — 경위를 기억에 의존해 진술하면 송금 시점·금액이 어긋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계좌 거래내역을 대조한 뒤 진술하고, 조서에 적히는 표현 하나가 "도피 인식"으로 읽히지 않는지 점검합니다.

수사 단계에서는 압수된 휴대전화·이메일·메신저 대화가 송금 의도를 읽는 핵심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돌려놓으려고 했다"는 취지의 대화가 있다면 영득의사 부인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송금 사실을 감추자는 취지의 대화가 있다면 도피 인식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료가 확보되어 있는지 먼저 파악한 뒤 진술 방향을 정해야 하고, 상대 계좌가 제3자 명의라면 그 명의자와의 관계와 자금의 실제 귀속을 설명할 자료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입건 전 단계에서 송금 경위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해외 송금 사안은 금융기관 거래 기록이 이미 남아 있어, 시간이 지난다고 사실관계가 흐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련 자료와 기억이 흩어지는 쪽은 행위자입니다. 같은 송금이라도 초기 단계에서 정상 신고 여부, 돈의 성격, 사용처를 어떻게 정리해 두었느냐에 따라 횡령 한 가지로 정리되는지, 재산국외도피까지 얹히는지가 갈릴 수 있습니다.

회사 자금의 해외 송금과 관련해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회사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았다면, 진술 전에 송금 자료부터 정리하고 어떤 죄명이 문제 되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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