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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의도가 없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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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의도가 없었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하지 않나요 

김상훈 변호사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다", "장난이었고 성적인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말을 수사기관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신체 접촉이 있었더라도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면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를 믿고 조사에 응했다가, 의도가 아닌 다른 지점에서 유죄 판단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강제추행죄에서 성적 의도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실제로 통하는 경우는 언제인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성적 의도 부재 주장이 곧바로 무죄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강제추행죄는 형법 제298조에 규정되어 있고,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조문 어디에도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으로"라는 문구는 없습니다. 법이 요구하는 것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 그 행위가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행위자에게 그 사실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

그래서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그 자체로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하고, 어떤 내용을 말하는지에 따라 의미가 갈립니다. 하나는 "내 마음속에 성적 동기가 없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방의 몸을 만진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즉 우연한 접촉이었다"는 뜻입니다. 앞의 것은 법원이 거의 받아들이지 않지만, 뒤의 것은 사실관계에 따라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강제추행죄의 판단 방식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2023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법원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곤란한 상태였는지보다 행위자가 유형력을 행사했는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만한 해악을 고지했는지를 중심으로 폭행·협박 요건을 살펴봅니다.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사정은 이 구조 안에서 점점 더 비중이 작아지는 대목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추행의 객관적 기준, 고의만으로 충분하다는 법리, 우연 접촉과의 경계

먼저 주관적 요건입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도17879 판결,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7981 판결 등에서 같은 취지가 이어집니다). 즉 직장 내 장난, 친근감의 표시, 술자리 분위기 등 어떤 이유였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인용했다면 고의는 인정됩니다. 확정적 고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합니다.

다음은 추행의 객관적 판단 기준입니다. 법원은 추행을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보고, 피해자의 의사·성별·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당시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서 결정적인 것은 행위자의 내심이 아니라 행위가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받아들여졌는가입니다. 가해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은 이 종합 판단 중 "경위"의 한 요소로 참작될 수는 있어도,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추행이 아니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이 힘을 갖는 경우는 어디일까요. 법원이 실제로 문제 삼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접촉 사실 자체에 대한 인식 여부 — 만원 지하철이나 좁은 통로에서 몸이 스친 경우처럼 우연한 접촉이라면 추행의 고의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접촉 부위가 가슴·엉덩이·허벅지 안쪽 등 성적 부위이고 접촉이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지속되었다면 우연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습니다.

  • 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 — 한 번의 순간적 접촉인지, 손을 뗐다가 다시 대는 등 반복되었는지가 고의 판단에서 크게 작용합니다.

  • 폭행·협박 요건 —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의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별도의 강한 폭행이 없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요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2023년 전원합의체 이후에는 이 요건을 유형력 행사 여부 중심으로 따지므로 접촉의 방식과 세기를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 사후 행동 — 접촉 직후 곧바로 사과했는지,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는지,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고의 판단 자료가 됩니다. 사과 문자가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인지 "잘못했다"는 취지인지에 따라 정반대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성적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법적으로는 동기에 관한 주장이어서 요건 판단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무죄를 다툴 수 있는 것은 "접촉을 인식하지 못했다", "추행이라 볼 만한 행위가 아니었다", "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 같은 구성요건 자체에 대한 주장입니다. 어느 쪽으로 방어선을 세울지는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유죄가 인정되면 형벌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병과될 수 있으며, 취업제한이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이 부수 처분들은 의도가 어땠는지와 무관하게 유죄 판단이 나오면 따라붙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도가 아닌 구성요건을 중심으로 방어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의도 항변을 접고 접촉 인식·행위 태양·증거부터 정리하는 순서

사안을 맡으면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경찰 조사 전에 진술 방향부터 정리 — 첫 조사에서 "성적인 생각은 없었다"고만 반복하면 접촉 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진술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접촉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느 부위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있었는지, 그 사실을 인식했는지를 구분해 답하도록 준비합니다. 한 번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는 이후 번복이 어렵습니다.

  • CCTV·블랙박스 등 객관 영상 확보 — 현장 영상은 접촉이 우연이었는지, 반복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강한 자료입니다. 보관 기간이 짧아 시간이 지나면 덮어써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건 직후 보존 요청을 서둘러야 합니다. 영상이 불리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더라도 먼저 확인해야 방어 방향이 정해집니다.

  • 메시지·통화 기록과 사후 행동 점검 — 피해자와 주고받은 문자, 사과 표현, 사건 전후 대화를 모아 어떻게 해석될지 검토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자백으로 읽히는 표현이 있다면 그 맥락을 설명할 수 있도록 자료를 갖춰 둡니다.

  •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검토 — 진술이 처음부터 일관되었는지, 접촉 부위·시간·방식이 단계마다 달라지지는 않았는지를 따집니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단순한 흠 잡기가 아니라 객관 자료와 어긋나는 지점을 구체적으로 짚어야 합니다.

  • 합의 여부와 시점 판단 — 다툴 여지가 적은 사안이라면 피해자와의 합의가 처벌 수위와 신상정보 등록, 이수명령 등 부수 처분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해자가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 또는 증거인멸 시도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대리인을 통해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의도가 아닌 구성요건 중심으로 방어선을 세워야 하는 이유

"성적 의도가 없었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응을 미루면, 영상은 지워지고 진술은 굳어지며 방어의 선택지가 줄어듭니다. 법이 보는 것은 마음속 동기가 아니라 접촉의 인식과 행위의 모습이라는 점을 기준으로, 무엇을 다툴 수 있고 무엇은 다툴 수 없는지를 조사 전에 가려 두시기 바랍니다.

같은 접촉이라도 증거를 어떻게 정리하고 첫 진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 진술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증거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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