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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사에서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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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수사에서 DNA 채취를 거부할 수 있나요 

김상훈 변호사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수사관이 "DNA 채취에 협조해 달라"며 면봉이 든 키트를 꺼내면, 거부해도 되는지 바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부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까 걱정되고, 반대로 응했다가 기록이 평생 남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 자리에서 내린 한 번의 선택이 이후 수사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DNA 채취는 구속 여부와 동의 여부에 따라 길이 갈립니다

성범죄 수사에서 DNA가 쓰이는 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현장·피해자 신체·피해자 소지품에서 나온 DNA와 피의자의 DNA를 비교해 이 사건의 범인인지 가리는 용도이고, 다른 하나는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DNA법)에 따라 채취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올려 다른 사건 수사에 두고두고 대조하는 용도입니다. 같은 면봉 한 번이라도 어느 쪽 법적 근거로 채취하느냐에 따라 거부할 수 있는지,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거부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한 줄로 나오지 않습니다. 구속 여부, 영장 유무, 서면 동의 여부를 하나씩 확인해야 하고, 그 확인 없이 현장에서 "협조하겠다"고 말하거나 동의서에 서명해 버리면 나중에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직 구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로 채취에 응하는 경우, 그 결과가 곧바로 비교 감정의 자료가 되어 사건의 증거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구속피의자 채취, 영장, 서면 동의, 7일 불복 기한의 기준

DNA법이 정한 채취 대상은 두 부류입니다. 유죄가 확정된 수형인등(제5조)과 일정한 범죄로 구속된 피의자(제6조)입니다. 대상 범죄에는 형법상 강간과 추행의 죄 중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부터 제301조까지, 제301조의2, 제302조, 제303조, 제305조가 들어 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부터 제11조까지 및 제15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8조, 제12조부터 제14조까지도 포함됩니다. 반대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카메라등이용촬영)의 기수범처럼 이 목록에 없는 죄명은, 구속되더라도 DNA법 제6조에 따른 채취 대상이 아닙니다. 죄명이 무엇으로 적용되느냐가 채취 가능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기준입니다.

다음은 채취 방식입니다. 제8조는 영장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발부받은 디엔에이감식시료채취영장으로 채취하는 것이 원칙이며(제8조 제1항),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구속피의자의 시료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제8조 제2항). 영장 청구서에는 채취 이유와 소명자료를 붙여야 하고, 판사는 영장 발부를 심사할 때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의견을 낼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제8조 제4항, 제5항). 즉 영장이 청구되는 단계에서 "채취가 필요 없다"거나 "죄명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가 열려 있습니다.

동의 채취도 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대상자가 동의하면 영장 없이 채취할 수 있지만, 이때 수사기관은 미리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제8조 제3항). 거부권 고지 없이 구두로 "협조해 주세요" 정도로 넘어가거나, 고지 없이 서명만 받았다면 절차 요건을 갖췄는지 따져볼 부분이 생깁니다. 또 채취할 때에는 채취 이유와 시료의 종류·방법을 미리 알려야 하고, 구강점막 채취 등 신체와 명예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써야 합니다(제8조 제9항, 제9조 제1항).

영장에 따라 채취가 이뤄진 뒤에도 다툴 길이 있습니다. 채취된 날부터 7일 이내에 해당 법원에 처분의 취소를 서면으로 청구할 수 있고(제8조의2), 취소 결정이 확정되면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정보도 삭제해야 합니다(제13조 제3항). 이 7일은 지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기한이라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또한 구속피의자의 정보라도 검사의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처분이 있거나 법원의 무죄·면소·공소기각이 확정되면 삭제 대상이 됩니다(제13조 제2항). 시료 자체는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면 지체 없이 폐기됩니다(제12조 제1항).

정작 많은 분이 놓치는 부분은 구속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DNA법 제6조는 "구속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불구속 상태에서는 데이터베이스 등재를 위한 채취 근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자체의 증거로 쓰기 위한 채취는 별개의 수단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감정을 위촉하면서 판사의 허가를 받아 신체검사 등을 하는 감정처분허가장(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73조), 또는 압수·수색·검증영장(형사소송법 제215조)이 그것입니다. 이 경우에는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영장·허가장이 발부되면 채취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한편 조사 중 피의자가 마시고 버린 컵이나 담배꽁초 같은 버려진 물건은 수사기관이 수집해 감정에 쓰는 일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막기 어렵습니다.

끝으로 "거부하면 처벌받는가"입니다. DNA법 제17조의 벌칙 조항은 허위 작성·변개, 시료의 인멸·은닉·손상, 목적 외 사용 등을 처벌할 뿐 채취를 거부했다는 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거부가 곧 안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영장이 발부되면 의사와 관계없이 집행될 수 있고, 시료를 숨기거나 손상시키는 행위는 제17조 제2항(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부 사실이 수사기관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증거인멸 우려 등)를 판단하는 사정으로 거론될 여지도 있으므로, 거부는 단독으로 판단하지 말고 사건 전체의 흐름 속에서 정해야 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서명 전 확인부터 영장 단계 의견서, 7일 불복까지

채취 요구를 받은 순간부터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 현장에서 서명하지 않고 근거부터 확인 — 구속 상태인지, 영장이 있는지, 동의 채취라면 거부할 수 있다는 고지를 받았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영장이 없는 동의 채취라면 서면 동의서에 서명하는 순간 거부권을 스스로 접는 셈이므로, 변호인과 상의하겠다고 말하고 결정을 미루는 것이 원칙입니다.

  • 죄명과 대상 여부 점검 — 적용된 죄명이 DNA법 제5조 제1항에 열거된 죄인지, 구속된 상태인지부터 확인합니다. 대상이 아닌 죄명(예: 성폭력처벌법 제14조 기수범 단독)이거나 구속되지 않았다면 DNA법 제6조에 따른 채취 요구에는 응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정리해 둡니다.

  • 영장 청구 단계에서 의견서 제출 — 판사는 영장 발부 심사 때 대상자에게 서면 의견을 낼 기회를 줍니다. 이때 채취의 필요성과 상당성, 대상 죄명 해당 여부에 대한 반박 의견을 서면으로 분명하게 남깁니다. 의견서는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이면서, 이후 불복 사유의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 채취 후 7일 이내 취소 청구 — 영장에 따라 이미 채취가 이뤄졌다면 채취일부터 7일 안에 처분 취소를 청구할 수 있는지 즉시 검토합니다. 청구서는 서면으로 법원에 제출해야 하므로 기한 안에 준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 수사 결과에 따른 삭제 신청 — 혐의없음·죄가안됨·공소권없음 처분이나 무죄·면소·공소기각 확정 등으로 사건이 종결되면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정보의 삭제를 신청하고, 삭제 후 30일 이내 통지를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 감정 결과의 증거능력과 증명력 점검 — 이미 채취가 끝난 경우에는 채취 절차가 적법했는지, 시료 보관·감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출된 DNA가 성적 행위의 존재를 증명하는지 아니면 단순 접촉 가능성도 설명하는지를 따져 방어 논리를 세웁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서명 한 번, 7일 기한이 결과를 바꿉니다

DNA 채취는 한 번 이뤄지면 원상으로 돌리기 어려운 수사입니다. 거부할 수 있는 경우인지, 거부해도 영장으로 채취될 수 있는 경우인지는 구속 여부와 죄명에 따라 달라지고, 영장 발부 전 의견 제출과 채취 후 7일 불복 기한은 놓치면 기회가 사라집니다.

채취 요구를 받았거나 곧 받을 것으로 보이신다면,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현재 상태에서 어느 근거로 채취가 이뤄지는지와 대응 순서부터 먼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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