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를 마치고 건축허가를 신청해 두었는데, 심사가 진행되는 사이 용적률이나 건폐율, 용도지역 관련 기준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하는 건축주분들이 있습니다. 설계비와 토지 매입 자금은 이미 들어갔고 금융 일정도 맞춰 놓은 상태에서, 신청할 때의 기준이 아니라 바뀐 기준으로 다시 따지겠다는 말을 들으면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된 경우에는 신청을 새로 해야 하는지, 지금 진행 중인 심사에 바로 반영되는지도 궁금해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신청 시점 기준이냐 처분 시점 기준이냐, 갈림길은 개정 부칙과 예외 사유
건축허가 심사에서 어느 시점의 법령을 적용하느냐는 결국 한 문장으로 갈립니다. 신청 당시의 법령이 아니라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처분 당시의 법령이 기준이 되는 것이 원칙이고, 여기에 몇 가지 예외가 붙습니다.
첫째, 개정 법령의 부칙(경과규정)입니다. 개정 법령이 "이 법 시행 당시 허가를 신청하여 심사 중인 경우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취지로 정해 두었다면 그 문구가 우선합니다. 둘째, 행정청이 신청을 받아 놓고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미루는 사이 기준이 바뀐 경우입니다. 이때는 바뀐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셋째, 법령 개정이 아니라 건축허가 제한(건축법 제18조)처럼 일정 구역의 허가 자체를 한시적으로 묶는 조치가 생긴 경우입니다. 이 셋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같은 개정이라도 결과가 전혀 달라집니다.
그래서 개정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법이 바뀌었는가"가 아니라 "개정 법령 부칙에 신청 중인 건에 대한 특례가 있는가, 우리 건의 처리가 늦어진 경위가 어떠한가"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행정기본법 제14조 제2항, 처분시법 원칙과 정당한 이유 없는 지연의 예외
행정기본법 제14조 제2항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처분은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처분 당시의 법령등을 적용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분 당시의 법령등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건축허가는 건축주의 신청에 따른 처분이므로 이 조항의 적용 대상입니다. 즉 신청서를 접수한 날의 기준이 아니라, 허가권자가 허가 또는 불허가를 결정하는 날의 기준으로 심사한다는 것이 명문의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조문화되기 전부터 판례가 취해 온 입장입니다. 대법원은 허가 등 행정처분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처분 시의 법령과 허가기준에 따라 하는 것이고, 허가신청 후 처분 전에 관계 법령이 개정·시행되어 그 기준에 따라 불허가처분을 하더라도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5. 7. 29. 선고 2003두3550 판결,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4두2974 판결 참조). 다만 위 판결들은 건축허가 자체가 아니라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등 인·허가 일반에 관한 사안이므로, 건축허가에서는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 사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원칙에 달린 예외입니다. 2004두2974 판결은 허가권자가 신청을 수리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처리를 늦추어 그 사이에 허가기준이 변경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기준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해당 사건에서는 지연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허가권자가 심사를 일부러 끌거나 방치해서 건축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준이 바뀌었다면, 그 불이익을 건축주에게 지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것이 인정되려면 건축주 측이 자료 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아 늦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즉 지연의 원인이 행정청에 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보완 요구 이력, 접수일, 민원 처리 경과가 이때 핵심 증거가 됩니다.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11조에 따라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는 절차이고,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설계도서와 함께 관계 법령이 요구하는 서류를 갖춰 신청해야 합니다(건축법 제11조 제3항). 허가권자는 건축허가를 하려는 때 한국건축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며(같은 조 제4항), 위락시설·숙박시설이거나 상습 침수 우려 지역의 건축물처럼 법이 정한 경우에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법령 기준이 바뀌면 이 확인의 잣대도 함께 바뀌므로, 개정 내용이 어느 조항에 닿는지를 먼저 특정해야 합니다.
개정이 아니라 허가 제한이 걸린 경우는 구조가 다릅니다. 건축법 제18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은 국토관리상 특히 필요하거나 주무부장관이 국방·국가유산 보존·환경보전·국민경제를 위해 요청하면 건축허가나 착공을 제한할 수 있고,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지역계획이나 도시·군계획상 특히 필요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의 건축허가나 착공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제한하려면 주민의견 청취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제3항), 제한기간은 2년 이내이며 1회에 한하여 1년 이내로 연장할 수 있습니다(제4항). 제한 목적·기간·대상 구역 등은 허가권자에게 통보되어 공고됩니다(제5항). 제한 기간에는 신청 시점과 무관하게 허가를 받기 어려우므로, 공고의 대상 구역과 용도, 기간에 우리 필지가 들어가는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미리 결정을 받아 둔 경우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건축법 제10조의 사전결정은 해당 대지에 건축하는 것이 법령상 허용되는지와 건축 가능한 규모를 허가 신청 전에 미리 확인받는 제도입니다. 사전결정 통지를 받으면 개발행위허가, 산지전용허가, 농지전용허가·협의, 하천점용허가를 받거나 협의한 것으로 보는 효과가 있으나(같은 조 제6항), 이 효과가 허가 시점의 개정 기준까지 막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사전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2년 이내에 건축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사전결정의 효력이 상실됩니다(같은 조 제9항). 사전결정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법 개정에서 안전하다고 믿기 쉬운데, 실제로는 이 기간과 부칙 문구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정리하면 판단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원칙 — 행정기본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처분 당시의 법령으로 심사
예외 1 — 개정 법령 부칙에 신청 중인 건에 대한 경과규정이 있으면 그에 따름
예외 2 — 처분 당시 법령을 적용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 3 — 정당한 이유 없는 처리 지연으로 기준이 바뀐 경우 종전 기준 적용 주장
별도 쟁점 — 건축법 제18조에 따른 허가 제한(2년 이내, 1회 1년 연장)
이렇게 나누어 보면 "법이 바뀌었으니 무조건 안 된다"는 말도, "신청할 때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각각 절반만 맞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부칙 확인부터 지연 경위 입증, 거부처분 불복까지 단계별 대응
개정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다음 순서로 대응합니다.
개정 법령의 부칙부터 확인 — 개정 조문 본문보다 부칙이 먼저입니다. 시행일, 신청 중인 건에 대한 경과규정, 이미 허가를 신청하거나 사전결정을 받은 경우의 특례 문구가 있는지 읽고, 있다면 그 문구에 해당하는 요건(신청 접수 여부, 서류 완비 여부 등)을 우리 건이 갖췄는지 확인합니다. 경과규정이 있으면 처분시법 원칙보다 그 규정이 우선합니다.
접수일과 보완 요구 이력 정리 — 허가신청서 접수증, 보완 요구 공문, 보완서류 제출일, 담당 부서와 주고받은 민원 기록을 날짜순으로 정리합니다. 심사가 늦어진 원인이 행정청에 있는지, 건축주의 보완 지연에 있는지가 정당한 이유 없는 지연 여부를 가르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개정이 우리 설계에 미치는 지점을 특정 — 개정 기준이 건폐율·용적률·높이·주차·조경 등 어느 항목을 건드리는지 설계도서와 대조해 불합치 항목을 정확히 특정합니다. 일부만 걸린다면 허가권자와 협의해 설계 변경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 전부 걸린다면 다툴 여지가 있는지가 갈립니다.
제18조 허가 제한 공고 확인 — 시·도 또는 시·군·구 공고에서 제한 대상 구역, 용도, 기간을 확인합니다. 제한이 적용된다면 개정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제한 기간의 문제이므로, 제한의 근거와 절차(주민의견 청취, 건축위원회 심의)가 법에 맞게 이뤄졌는지, 우리 필지가 대상 구역에 실제로 포함되는지를 따져 봅니다.
불허가·반려되면 불복 절차로 — 허가권자가 개정 기준을 이유로 거부하면 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이나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행정심판은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취소소송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거부 통지서를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기한을 바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때 주장의 축은 부칙의 경과규정, 정당한 이유 없는 지연, 처분 당시 법령을 적용하기 곤란한 특별한 사정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심사가 길어질수록 개정 위험과 불복 기한이 동시에 다가옵니다
건축허가 심사 중에 법이 바뀌면 신청 당시의 기준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처분 당시 법령이 기준이라는 것이 원칙이므로, 심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개정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한편 부칙의 경과규정이나 행정청의 정당한 이유 없는 지연이 있었다면 종전 기준을 주장할 여지가 있고, 불허가를 받았다면 90일이라는 불복 기한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허가신청 후 법 개정 소식을 들으셨다면, 부칙 확인과 접수·보완 이력 정리를 먼저 해 두시고, 허가 제한 공고 여부까지 함께 점검한 뒤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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