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와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 오다가 "그루밍 성범죄"로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본인은 연애 감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상대가 어린 나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봅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그래도 초범이고 합의도 하면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었는지에 따라 답이 완전히 달라지고, 벌금형이 가능한 죄명과 애초에 벌금형이 없는 죄명이 뒤섞여 있다는 점부터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그루밍은 죄명이 아니라, 적용되는 조문이 벌금 가능 여부를 가릅니다
먼저 짚어둘 것은 "그루밍"이라는 이름의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는 점입니다. 그루밍은 성인이 친밀감과 신뢰를 쌓아 미성년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인 뒤 성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말이고, 실제 입건은 그 과정에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에 따라 다른 조문으로 이루어집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대화를 반복하거나 신체 사진 등을 찍도록 유인한 경우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5조의2(성착취 목적 대화 등)가 적용됩니다. 둘째, 신뢰관계를 이용해 만나서 신체 접촉을 한 경우로,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형법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추행) 또는 아청법 제7조 제5항(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이 문제 됩니다. 셋째, 이 둘이 겹쳐 대화 단계부터 만남과 접촉까지 한 사건으로 기소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벌금형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어느 단계의 어떤 행위로 어떤 조문이 적용되었는가로 바꾸어 물어야 합니다. 법정형에 벌금이 아예 없는 조문이라면 아무리 정상이 좋아도 벌금형은 선택지가 아니고, 벌금이 있는 조문이라도 법원이 실제로 벌금을 선택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여기에 벌금으로 끝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 같은 부가 처분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아, 형량만 보고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벌금형이 열려 있는 조문과 막힌 조문, 감경과 부가 처분의 기준
적용 조문별로 벌금형 여부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청법 제15조의2 제1항(19세 이상, 성적 착취 목적 대화·유인)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벌금형이 법정형에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면 성착취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도 같은 행위를 같은 형으로 처벌하고, 미수범도 처벌합니다(제3항).
아청법 제7조 제5항 중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 — 제3항의 예에 따라 2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 하한 1천만원이 있는 벌금형입니다.
아청법 제7조 제5항 중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 — 제1항의 예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벌금형이 없습니다.
형법 제305조 제2항(13세 이상 16세 미만을 간음·추행한 19세 이상) — 간음은 제297조의 예에 따라 3년 이상의 징역으로 벌금형이 없고, 추행은 제298조의 예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13세 미만이면 제1항이 적용되며 상대방의 동의 여부는 따지지 않습니다. 다만 13세 미만을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하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벌금형이 없습니다.
즉 대화·유인 단계에 그친 사건과 신체 접촉이 추행에 그친 사건은 법정형상 벌금형이 열려 있지만, 간음이 있었다면 벌금형으로 끝낼 길 자체가 막혀 있습니다. 이 경계를 모르고 "합의하면 벌금"이라고 생각하다가 조사 단계에서 크게 당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벌금형이 법정형에 있더라도 법원이 실제로 벌금을 택하려면 양형 조건(형법 제51조: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결과, 범행 후의 정황)이 받쳐 주어야 합니다. 이 사건 유형에서 법원이 특히 보는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접촉의 범위와 반복성 — 일회성에 그친 것인지, 장기간 반복되었는지, 대화에 그친 것인지 신체 접촉이 있었는지
관계를 이용한 정도 — 나이 차이, 지위, 상대의 의존 상태를 이용했는지, 금품·선물·계정 정보 같은 수단이 동원되었는지
피해자 측의 처벌의사 — 합의 여부와 그 진정성, 고소 취하가 아니라 처벌불원 의사가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
재범 위험성과 반성 — 동종 전과, 범행 후 연락·압박 여부, 치료·상담 이수 등 재범 방지 노력
감경도 계산이 필요합니다. 정상참작감경(형법 제53조)을 하면 벌금은 다액의 2분의 1로 줄어듭니다(제55조 제1항 제6호). 아청법 제7조 제3항의 예에 따른 벌금 1천만~3천만원 사건이라면 감경 후 500만원 이상 1천5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정하게 됩니다. 징역형 쪽은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형기가 2분의 1이 되어(제55조 제1항 제3호) 선고형이 3년 이하로 내려오면 집행유예(제62조)를 검토할 수 있는 구간에 들어옵니다.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는 500만원 이하일 때만 가능합니다.
벌금형이 나오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확인해야 할 부가 처분이 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이 확정되면 등록대상자가 되며(성폭력처벌법 제42조 제1항), 벌금형이면 등록기간은 10년입니다(제45조 제1항 제4호). 징역 3년 이하는 15년입니다.
취업제한 명령 — 법원은 원칙적으로 판결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명하며(아청법 제56조),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고 벌금형이면 형이 확정된 날부터 계산합니다.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등에는 명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수강·이수명령 — 유죄판결이나 약식명령 시 500시간 범위에서 병과하는 것이 원칙이고(아청법 제21조 제2항), 벌금형이면 형 확정일부터 6개월 이내에 집행합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 아청법 제49조에 따라 공개명령이 선고될 수 있으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벌금형은 형량만 보면 가벼워 보이지만, 약식명령으로 허무하게 확정되면 등록과 취업제한, 이수명령도 그대로 확정됩니다. 실무에서 수사 초기에 "빨리 벌금으로 끝내자"는 생각으로 서둘러 약식 절차를 받아들이다가, 등록과 취업제한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적용 조문 정리부터 합의, 약식 여부 판단까지
벌금형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끌어올리려면 사건 초기부터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합니다.
조사 전에 적용 조문부터 확정 — 입건 죄명이 아청법 제15조의2인지, 제7조 제5항인지, 형법 제305조인지에 따라 벌금 가능 여부 자체가 달라집니다. 고소장·출석요구서를 기준으로 어떤 행위가 어느 조문의 구성요건에 들어가는지 먼저 정리하고, 간음 부분이 쟁점인지 추행·대화에 그치는지 선을 긋습니다. 이 선을 잘못 이해한 채 진술하면 불리한 조문으로 가는 근거를 스스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화·메시지 원본의 전체 보존과 분석 — 성착취 목적이 있었는지, 대화가 지속적·반복적이었는지, 먼저 유인했는지 상대가 먼저 요구했는지는 대화 내용 전체로 판단됩니다. 일부만 발췌된 캡처가 아니라 전체 흐름을 확보해 제출하면, 성적 목적이 아니라 교제 관계였다는 사정이 드러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우거나 삭제하면 증거인멸로 비칠 수 있으므로 원본은 건드리지 않아야 합니다.
피해자 측과의 합의는 반드시 대리인을 통해 — 본인이 직접 연락하면 2차 가해나 합의 강요로 오해받아 오히려 양형에 불리해지고, 보복범죄나 접근금지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만큼 법정대리인과 협의해야 하고, 합의서에는 금액과 처벌불원 의사만이 아니라 합의가 이루어진 경위가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법원이 진정성을 인정합니다.
반성·재범방지 자료의 준비 — 전문 상담·치료기관의 이수 확인서, 재범위험성 평가를 위한 심리검사 결과, 가족과 직장의 탄원서를 양형 자료로 갖춥니다. 취업제한이나 공개명령을 면하거나 줄이려면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식명령 여부는 반드시 신중하게 — 검찰이 벌금 약식 기소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지 않습니다. 약식명령에는 부가 처분 결정이 함께 담기므로, 정식재판을 청구해 부가 처분을 다툴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다만 정식재판을 청구해도 약식명령보다 중한 종류의 형은 선고받지 않지만 벌금액은 늘어날 수 있으므로, 7일의 청구기간 안에 결정해야 합니다.
간음이 쟁점인 사건은 방어 방향 자체를 달리 — 벌금형 선택지가 없으므로, 구성요건(위계·위력의 존재, 피해자의 연령 인식, 실제 간음 여부) 자체를 다투거나 집행유예를 목표로 감경 사유를 축적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입건 직후 몇 주가 벌금과 징역을 가르는 시기입니다
정리하면 그루밍 사건에서 벌금형으로 끝날 수 있는지는 적용 조문, 접촉의 범위, 합의와 반성의 질에 따라 갈립니다. 대화·유인이나 추행 단계에 머무른 사건은 법정형상 벌금이 가능하지만, 간음이 있었다면 벌금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벌금으로 끝나더라도 신상정보 등록 10년, 취업제한, 이수명령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수사 초기에 진술이 굳어지고 대화 기록이 정리되며 합의 시기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이 생깁니다. 경찰 연락을 받으셨거나 고소 사실을 알게 되셨다면, 조사에 응하기 전에 어떤 조문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부터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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