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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간부가 조합원 동의 없이 합의하면 배임죄인가요 

김상훈 변호사

노동조합 간부가 사측과 임금, 성과급, 소송 취하 같은 사안을 두고 합의했는데, 정작 조합원들은 그 내용을 전혀 몰랐고 투표나 총회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우리 돈과 권리를 마음대로 넘겼다"며 분노하고, 간부는 "교섭 권한이 있는 대표로서 판단한 것"이라고 맞서면서, 형사 고소로까지 번지곤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 배임죄가 되느냐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동의 없이 합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고, 합의의 내용과 그로 인한 재산상 손해가 있었는지가 승패를 가릅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절차 위반과 배임죄는 별개, 손해와 임무위배가 핵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했을 때 성립합니다(형법 제355조 제2항).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며, 업무상 임무에 위배한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중됩니다(형법 제356조). 노조 간부는 보통 직무상 노조 사무를 맡고 있으므로 고소장에는 대개 업무상배임으로 적힙니다.

그런데 조합원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임무위배" 판단의 한 요소일 뿐입니다. 배임죄는 절차를 어긴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죄가 아니라, 그 행위로 본인(노조 또는 조합원)에게 재산상 손해가 생기거나 생길 위험이 구체적으로 발생했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같은 "동의 없는 합의"라도 조합 재산을 합의금으로 내주었다거나 조합원 개인의 청구권을 포기시킨 경우와, 임금 인상률을 두고 교섭 끝에 타결한 경우는 형사책임의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누구의 사무를 처리하는가"입니다. 법인으로 등기하지 않은 노동조합은 법인격 없는 사단이어서 조합 재산은 조합원 전체의 총유에 속하고, 간부는 그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조합원 개인의 임금채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같은 개인 권리는 노조가 당연히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포기하는 합의는 별도의 위임이나 동의 없이는 효력과 책임 문제가 따로 생깁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합의서에 조합원 개인의 권리 포기 문구가 한 줄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 나중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부는 "교섭 타결의 일부였다"고 설명하고 조합원은 "그런 내용인 줄 몰랐다"고 하는데, 이 차이가 바로 고소의 출발점입니다. 따라서 합의서 전체 문구를 한 줄씩 확인하는 것이 첫 작업입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총회 의결 대상(노조법 제16조)과 배임죄 성립 4요건, 어디서 갈리는가

먼저 노동조합법이 정한 절차부터 보겠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제3호), 예산·결산에 관한 사항(제4호), 기금의 설치·관리 또는 처분에 관한 사항(제5호) 등을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에 따라 총회는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한편 같은 법 제29조 제1항은 노조 대표자에게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즉 교섭 권한은 대표자에게 있지만,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은 총회 의결 대상이라는 구조입니다. 노조 규약에 "단체협약 체결 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다"는 조항을 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규약 규정을 어기면 대표권의 내부적 제한을 넘은 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배임죄는 이 절차 위반을 출발점으로 삼되, 다음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합니다.

  • 타인의 사무처리자 지위 — 노조 대표자·재정 담당 간부처럼 노조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지위인지 여부

  • 임무위배 행위 — 법령·규약·총회 의결에 어긋나게, 또는 본인의 이익에 반하게 사무를 처리했는지 여부

  • 재산상 이익 취득 및 손해 발생 — 간부나 제3자(사측 포함)가 재산상 이익을 얻고 노조·조합원이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경우도 손해에 포함되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 배임의 고의와 불법이득의 의사 — 임무에 위배된다는 점과 그로 인해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알면서 했는지 여부

실무에서 갈림길이 되는 지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합의의 대상이 무엇인가입니다. 임금 인상률, 근로시간, 복지 조건처럼 단체교섭의 통상적 의제에 대한 타결은 설령 총회 의결 없이 이루어졌더라도 노조 재산을 직접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서 배임죄의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교섭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과 재산상 손해는 다른 문제이고, 법원은 노사 교섭의 정책적 판단에 형법이 쉽게 개입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 경우 책임은 형사보다 조합 내부의 징계·불신임, 합의의 효력을 다투는 민사 문제로 정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 합의가 조합 재산의 지출이나 조합원 개인 권리의 포기를 수반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사측과의 분쟁을 끝내는 대가로 조합 기금에서 합의금을 지급했거나, 조합원들이 사측에 갖는 임금·퇴직금·손해배상청구권을 소송 취하와 함께 포기하기로 약속했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기금의 처분은 제16조 제1항 제5호의 총회 의결 사항이므로 절차 위반이 분명하고, 청구권 포기는 조합원 개개인에게 구체적 손해를 줄 수 있어 임무위배와 손해 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개인 청구권을 대표자가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애초에 없다면, 그 포기 합의는 조합원 개인에 대해서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아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도 있어 사안별로 따져야 합니다.

셋째, 간부 본인 또는 사측이 이익을 얻었는지입니다. 합의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금품이나 특별 대우를 받았다면 배임죄에 더해 배임수재(형법 제357조)가 문제될 수 있고, 불법이득의사도 쉽게 인정됩니다. 반대로 간부가 개인적 이득 없이 조합 전체 이익을 위해 현실적 타결을 택한 것이라면, 비록 절차에 흠이 있더라도 고의와 불법이득의사를 부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법원은 그 판단이 조합원 다수의 이익을 위한 선택이었는지, 대안이 있었는지, 위험을 합리적으로 평가했는지를 함께 봅니다.

정리하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임무위배를 뒷받침하는 강한 정황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무엇을 합의했고 누가 얼마의 이익과 손해를 보았는지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고소하는 입장에서는 이 손해를 숫자로 특정하는 것이,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손해가 없었거나 이익이 더 컸음을 보여주는 것이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고소하는 조합원과 수사받는 간부, 각자 먼저 챙길 것

어느 쪽 입장이냐에 따라 준비할 것이 다릅니다.

  • 조합원이라면 — 합의서 원문과 의결 기록부터 확보 — 합의서, 단체협약 체결본, 총회·대의원회 회의록, 규약, 찬반투표 공고 여부를 조합에 정보 공개 요청하고 사진·사본으로 남겨 둡니다. 의결 없이 체결됐다는 점과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가 사건의 뼈대입니다.

  • 손해를 숫자로 특정 — 합의로 포기된 금액, 조합 기금에서 지출된 합의금, 못 받게 된 성과급 등을 계산해 고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손해가 막연하면 수사기관은 노사 교섭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 사측과의 이면 거래 흔적 확인 — 간부가 사측으로부터 금품이나 인사상 혜택을 받은 정황이 있다면 메신저, 계좌 내역, 일정 기록을 정리해 배임수재 가능성까지 함께 주장합니다.

  • 간부라면 — 권한 근거와 이익 비교 자료 정리 — 규약상 대표자 권한 범위, 교섭 경과, 합의로 얻은 이익과 포기한 부분의 비교, 총회를 열지 못한 사정(긴급성, 사측 시한 제시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개인적 이득이 없었다는 점과 조합 전체를 위한 판단이었다는 점이 고의 부정의 핵심입니다.

  • 사후 추인 여부 점검 — 합의 이후 조합원 총회나 대의원회가 이를 사후에 승인했거나 조합원 다수가 이의 없이 합의 혜택을 받아들였다면, 임무위배와 손해 주장은 크게 약해집니다. 추인 사실을 보여주는 회의록과 공지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 수사 초기 진술 관리 — 수사기관 조사에서는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손해나 이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 진술해야 합니다. 첫 진술이 이후 방어 전체를 좌우하므로 조사 전에 변호인과 쟁점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민사와 형사를 함께 고려하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형사 고소로 손해 입증이 어렵다면 합의 무효 확인이나 총회 결의 하자를 다투는 민사 절차, 조합 내부의 불신임·징계 절차가 더 실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간부 입장에서는 민사상 책임과 형사책임이 서로 영향을 주므로, 한쪽에서의 진술이 다른 쪽에서 불리하게 쓰이지 않도록 처음부터 전체 그림을 보고 대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기록과 진술이 굳기 전에 쟁점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

노조 간부의 동의 없는 합의가 곧바로 배임죄는 아닙니다. 다만 합의가 조합 재산의 지출이나 조합원 개인 권리의 포기와 연결되고 간부나 사측이 이익을 얻었다면 업무상배임이나 배임수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통상적인 교섭 타결이고 손해가 없다면 형사책임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회의록과 메신저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정리되거나 사라질 수 있고, 수사 초기에 한 진술은 이후 번복하기 어렵습니다. 고소를 준비하는 조합원이든 조사를 앞둔 간부든, 합의의 내용과 손해 여부를 먼저 정확히 정리한 뒤 대응 방향을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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