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스타트업과 직장인들이 공간의 유연성 때문에 공유오피스(공유사무실)를 많이 이용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만약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던 직원의 개인 물품(예: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다면, 그 기업이 건물 전체의 화재 피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요?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공유오피스의 특성상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과 동일한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보조배터리 휴대를 과실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배경
공유오피스 계약: 피고 회사(입주사)는 공유오피스 운영사인 C사와 계약을 맺고, 건물 3~4개 층의 좌석 46석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화재 발생: 피고 회사의 파견 근로자가 업무용 책상 위에 올려둔 외장형 리튬이온 보조배터리에서 자체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유오피스 건물과 시설, 집기 등이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보험금 지급과 소송: 건물 화재보험사인 원고(보험사)는 공유오피스 운영사(C사)에 보험금 약 2억 9,200만 원을 지급한 후, 화재의 원인을 제공한 입주사(피고)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 주요 쟁점 및 법원의 판단
보험사 측은 "입주자가 건물을 빌려 쓰다 불을 냈으니 임대차 종료 시 원상복구(반환)의무 불이행 책임을 져야 하고, 근로자의 잘못에 대한 사용자책임 및 공작물책임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① 일반 임대차 계약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나요? (NO)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일반적인 건물 임대차에서는 임차인이 목적물을 잘 보관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화재 손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유오피스는 일반 임대차와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운영사인 C사가 직접 시설을 관리하고 출입을 통제하며 좌석을 수시로 변경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건물을 지배·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입주사에게 일반 임차인과 같은 무거운 증명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② 보조배터리 휴대를 과실(주의의무 위반)로 볼 수 있나요? (NO)
화재 당시 공유오피스의 이용약관이나 수칙에는 보조배터리 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습니다.
재판부는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 노트북, 보조배터리 등 리튬이온 기기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필수품이며, 그 자체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이 사무실에 보조배터리를 휴대하고 충전한 것을 두고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③ 입주사에게 사용자책임이나 공작물책임이 있나요? (NO)
사용자책임: 직원이 업무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2년 전에 구매해 사용하던 보조배터리였고, 직원의 사용 방법에 특별한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아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공작물책임: 피고 회사가 해당 보조배터리를 사실상 지배하면서 관리할 책임이 있는 '공작물 점유자'라고 보기 어렵고, 설령 점유자라 하더라도 일상적인 보조배터리 휴대까지 막아야 할 방호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기 어렵습니다.
3. 이번 판결의 시사점
이번 판결은 공유오피스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의 화재 책임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운영사의 보험 가입과 위험 분담: 공유오피스 운영사는 입주자들로부터 이용료와 관리비를 받아 화재보험에 가입할 의무를 집니다. 기술 발전에 수반되는 일상적인 전자기기(보조배터리 등)의 사용 위험은 결국 운영사가 가입한 화재보험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본 것입니다.
규정의 중요성: 만약 공유오피스 측에서 사전에 약관이나 안전수칙으로 특정 기기의 반입이나 충전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입주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공유오피스 이용 중 발생한 사고나 임대차 화재 분쟁으로 고민 중이시라면, 계약의 구체적인 형태와 약관 내용, 관리 책임의 주체에 따라 법적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사건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면밀히 대응하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