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준 채무자가 얼마 전 하나뿐인 부동산을 가족에게 넘겨 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많은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막상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면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날과 계약서를 쓴 날이 서로 다르고, 어느 날짜를 기준으로 기간을 세어야 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해행위취소권은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어서, 기산점을 잘못 잡으면 본안 판단을 받아 보지도 못하고 소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406조 제2항의 두 기간이 각각 언제부터 흐르는지, 특히 5년의 제척기간을 등기한 날이 아니라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등기부상 원인일자)부터 세어야 하는 이유와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지점을 정리하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사해행위취소권 — 민법 제406조가 정한 요건과 두 개의 기간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채권자가 법원에 그 행위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제도로 민법 제406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채무자의 책임재산은 모든 채권자에게 공통의 담보인데,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서 재산을 헐값에 넘기거나 가족에게 증여해 버리면 그 담보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되돌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소송은 채무자가 아니라 재산을 넘겨받은 수익자(경우에 따라서는 그 재산을 다시 넘겨받은 전득자)를 상대로 제기합니다.
이 권리에는 기간 제한이 이중으로 걸려 있습니다. 민법 제406조 제2항은 소를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내에" 제기하도록 정하고 있고,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면 소를 낼 수 없습니다. 두 기간 모두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라서 중단이나 정지 개념이 없고, 상대방이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기간 경과 여부를 따져 소를 각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채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간이 끝나기 전에 소장을 법원에 접수하는 것뿐입니다.
1년 —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주관적 기준으로 사람마다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음.
5년 —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객관적 기준으로 채권자가 알았는지와 무관하게 흐름.
두 기간은 별개로 진행되며 하나라도 도과하면 소가 부적법해짐.
기간의 종기는 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날을 기준으로 판단.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 안에 제기해야 하며 둘 다 중단이 없는 제척기간이다.
5년의 기산점 — 등기한 날이 아니라 법률행위가 있은 날
문제는 "법률행위가 있은 날"이 구체적으로 어느 날이냐입니다. 조문의 문언 그대로 사해행위가 되는 법률행위 자체가 성립한 날, 즉 매매·증여·대물변제 같은 계약을 맺은 날이 기준입니다.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날은 그 계약을 이행해 물권변동을 완성한 날일 뿐이고,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인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과는 구별됩니다. 따라서 계약일로부터 5년을 계산해야 하며, 등기를 늦게 했다고 해서 기산점이 뒤로 밀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2021년 3월 2일에 아들과 증여계약을 맺고, 등기는 같은 해 6월 15일에 마쳤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5년의 제척기간은 6월 15일이 아니라 3월 2일부터 흐르기 시작하므로 2026년 3월 2일까지 소를 접수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등기일을 기준으로 2026년 6월 중순까지 여유가 있다고 믿고 있다가 3월 말에 소를 내면 이미 기간이 지난 것이 됩니다. 불과 3개월 남짓한 차이지만 소송 전체의 성패를 가르는 차이가 됩니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이 5년은 채권자가 사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와 전혀 상관없이 흐른다는 것입니다. 채무자가 몰래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가 수년 뒤에야 알게 되었더라도 이미 계약일로부터 5년이 지났다면 취소권은 소멸합니다. 이 때문에 5년 기간은 법률관계를 일정 시점에 확정시키기 위한 장기의 상한으로 기능합니다.
등기부등본 읽는 법 — 접수일자와 등기원인일자는 다르다
실무에서 기산점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부동산 등기부등본 갑구(소유권에 관한 사항)를 읽는 것입니다. 소유권이전등기 한 줄에는 보통 접수일(등기신청서가 등기소에 접수된 날)과 등기원인(예: "2021년3월2일 증여")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사해행위취소의 5년을 세는 날짜는 접수일이 아니라 등기원인 옆에 적힌 계약일, 즉 원인일자 쪽입니다. 접수일과 원인일자가 다르게 적혀 있다면 그 사이 간격만큼 기산점이 앞당겨지는 것이므로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등기원인이 "매매"가 아니라 "증여", "대물변제", "해제", "재산분할", "상속재산분할협의" 등으로 적혀 있는 경우에도 원리는 같습니다. 해당 법률행위가 성립한 날이 원인일자로 기재되므로 그 날짜가 출발점입니다. 다만 등기부에 적힌 원인일자가 실제 계약일과 다르다고 다투는 상황이라면 계약서, 계약금 이체내역, 당사자 진술 같은 객관 자료로 실제 법률행위가 언제 있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어떤 날짜를 쓰든 소장을 내기 전에 등기부 원본으로 원인일자를 확인해 두어야 기간 계산이 틀어지지 않습니다.
등기부 갑구에서 "접수" 칸의 날짜와 "등기원인" 칸의 날짜를 구분해서 확인.
5년의 기산점은 등기원인 칸의 계약일(원인일자) 쪽.
등기부와 실제 계약일이 다르다면 계약서·이체내역으로 실제 시점을 소명.
등기사항전부증명서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음.
1년의 기산점 — 취소원인을 안 날은 어떻게 판단하나
5년과 달리 1년은 채권자의 인식에 달려 있습니다. 판례는 "취소원인을 안 날"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법률행위를 했다는 사실, 즉 사해행위의 객관적 사실과 채무자의 사해 의사를 모두 알게 된 날로 봅니다. 단순히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실만 안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 처분으로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 빠져 채권자를 해하게 된다는 점까지 알게 되어야 1년이 시작됩니다. 채권자가 막연한 의심만 가졌던 때가 아니라 소를 제기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알게 된 때가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증명 부담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제척기간 도과 여부는 법원이 직권으로 조사하는 사항이고 그 증명책임은 상대방인 수익자에게 있지만, 실무에서는 수익자가 채권자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는 정황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채권자도 알게 된 시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등기부등본을 처음 열람한 날, 채무자와의 연락 기록, 내용증명 수령 시기 같은 것들이 알게 된 날을 가르는 근거로 등장합니다. 따라서 1년은 넉넉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등기부를 확인한 시점부터 곧바로 시계가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간 계산에서 실제로 문제가 되는 사례들
첫째는 계약일과 등기일의 간격이 큰 경우입니다. 대금을 나누어 치르는 매매나 증여 후 한참 뒤에 등기를 하는 경우, 계약일 기준으로 5년이 이미 임박했거나 지났는데 등기일만 보고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하는 실수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등기부상 원인일자를 먼저 확인하고, 5년 종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다른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우선 소장을 접수해 기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송 중에 청구 취지나 입증 자료를 보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도과한 기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수익자가 다시 제3자에게 재산을 넘긴 전득 사안입니다. 이때 전득자를 상대로 취소를 구하려면 전득자가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하고(민법 제406조 제1항 단서),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최초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을 기준으로 5년을 세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전득행위가 5년 이내에 있었다고 해서 기간이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사해행위 시점부터 흐른 기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셋째는 계약의 성립 시점이 쟁점이 되는 경우입니다. 예약만 먼저 하고 나중에 본계약을 맺었다면 어느 시점이 법률행위일인지, 또는 가등기를 먼저 마쳤다면 어느 시점이 사해행위인지에 따라 기산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안은 기산점 자체가 법률적 다툼이 되므로 소 제기 전에 계약 경과를 정확히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기간을 넘겼다면 — 남는 구제수단과 한계
5년이 지나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낼 수 없게 되었다면, 취소를 통한 원상회복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채권 자체는 소멸시효가 따로 진행되므로 채무자를 상대로 한 대여금 청구나 지급명령,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 같은 일반적인 채권 회수 절차는 여전히 가능합니다. 채무자 명의로 남아 있는 다른 재산이 있다면 가압류·압류를 통해 별도로 확보하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한편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행위가 사해행위로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통정허위표시(민법 제108조)처럼 처음부터 무효인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무효인 법률행위에는 제척기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채권자는 채무자를 대위해 말소등기를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허위표시임을 입증하는 것은 사해행위취소보다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가족 간 매매나 증여처럼 실제 계약이 이루어진 사안에서는 보통 이 길이 막혀 있습니다. 결국 기산점을 정확히 계산하고 기간 안에 소를 내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5년이 지나면 사해행위취소는 불가능하지만, 채권 자체의 회수 절차나 허위표시 무효 주장은 별도로 검토할 수 있다.
소 제기 전에 준비할 것 — 기간을 지키는 실무 순서
기간이 걸린 소송이기 때문에 준비도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문제된 처분의 접수일과 등기원인 일자를 확인하고, 계약일 기준 5년의 종기를 달력에 표시해 둡니다. 그다음 채권자가 처분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시점을 정리해 1년 기간의 종기도 함께 계산합니다. 두 종기 중 빠른 날이 실제 마감일입니다.
소를 제기하면서 함께 고려할 것은 보전처분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수익자가 다시 재산을 팔아 버리면 원상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울러 채권의 존재를 입증할 차용증, 판결문, 계약서와 채무자가 무자력이라는 점을 보여 줄 자료(다른 채무 현황, 재산 조회 결과)를 갖춰야 합니다. 이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기간 종기가 임박했다면 소장을 먼저 접수하고 자료는 이후에 보완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등기부등본 발급 후 등기원인 일자 확인, 5년 종기 계산.
취소원인을 안 날 정리, 1년 종기 계산 — 둘 중 빠른 날이 마감일.
피보전채권 증빙(차용증·판결문)과 채무자의 무자력 자료 준비.
소 제기와 함께 수익자 앞 처분금지가처분 신청 검토.
자주 묻는 질문
Q. 5년은 등기를 한 날부터 세면 안 되나요?
A. 민법 제406조 제2항은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으로 정하고 있어, 계약을 맺은 날이 기준입니다. 등기는 계약을 이행해 물권변동을 마친 절차일 뿐이므로, 등기부상 접수일이 아니라 등기원인 일자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사해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5년이 지난 뒤에 알았다면요?
A. 5년은 채권자가 알았는지와 상관없이 흐르는 객관적 기간이므로, 5년이 지난 뒤에 알았더라도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낼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채무자를 상대로 한 일반 채권 회수 절차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Q. 1년과 5년 중 하나만 지나도 안 되는 건가요?
A. 두 기간은 모두 제척기간이고 어느 하나라도 지나면 소가 부적법해집니다. 예컨대 계약일로부터 3년이 지났어도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면 소를 낼 수 없습니다.
Q. 제척기간은 중단시킬 수 없나요?
A. 제척기간에는 소멸시효와 같은 중단·정지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내용증명이나 이의 제기만으로는 기간이 멈추지 않습니다. 기간 안에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Q. 전득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도 5년은 같은가요?
A. 전득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도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최초 법률행위가 있은 날을 기준으로 5년을 셉니다. 전득자는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야 취소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Q. 기간이 임박했는데 증거가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요?
A. 종기가 임박했다면 증거를 모두 갖추지 못했더라도 먼저 소장을 접수해 기간을 지키고, 이후 소송 진행 중에 입증 자료를 보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도과한 기간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사해행위취소의 소는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이라는 두 개의 제척기간에 묶여 있고, 5년의 출발점은 등기를 마친 날이 아니라 법률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진 날이고, 보통은 등기부상 등기원인 일자로 확인됩니다. 접수일과 원인일자가 다른 등기에서는 이 차이가 곧 소송의 성패를 가를 수 있으므로, 처분 사실을 알게 되면 가장 먼저 등기부등본의 두 날짜를 구분해 읽어야 합니다.
기간은 중단되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도 따지기 때문에, 준비가 덜 되었더라도 종기 안에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본인 사안에서 어느 날짜가 기산점이 되는지 불분명하다면, 소를 제기하기 전에 계약 경과와 등기부를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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