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세척제나 용제를 쓰다가 직원 한 명이 쓰러져 병원에 갔는데, 몇 달 사이 같은 공정의 다른 직원 두 명도 비슷한 증상으로 진단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사망자가 없고 모두 회복 중이라 산업재해 처리로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이런 상황도 별도의 중대산업재해로 다룹니다. 같은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생기면, 사망자가 한 명도 없어도 대표이사나 사업주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요건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대표에게 어떤 형이 정해져 있는지, 사고 전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직업성 질병 중대산업재해 — 사망 없이도 성립하는 세 번째 유형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는 중대산업재해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가목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나목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다목이 이 글의 주제인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입니다. 앞의 두 유형이 사고라는 한 시점의 사건을 전제로 하는 것과 달리, 다목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시간을 두고 환자가 나오는 경우를 겨냥합니다.
다목의 구조는 세 가지 요건이 모두 맞아야 성립합니다. 질병자가 시행령이 정한 직업성 질병에 해당해야 하고, 그 원인이 동일한 유해요인이어야 하며, 환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한 명이 심하게 앓았다고 해서 성립하지 않고, 세 명이 앓았더라도 원인이 서로 다른 물질이거나 1년을 넘겨 흩어져 발생했다면 다목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환자가 한 명, 두 명째 나온 시점부터 세 번째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형사 책임의 갈림길이 됩니다.
사망자가 없어도 같은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안에 3명 이상 생기면 중대산업재해이고, 이 경우 경영책임자는 법 제6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의 범위 — 시행령 별표 1이 정한다
법 조문은 '급성중독 등'이라고만 쓰고 구체적인 질병은 대통령령에 맡겼습니다. 이에 따라 시행령 제2조는 별표 1에서 정하는 직업성 질병에 걸린 사람을 법 제2조 제2호 다목의 질병자로 규정합니다. 의사가 어떤 병명을 진단했더라도 그 병이 별표 1에 열거된 직업성 질병이 아니라면 3명을 채우는 숫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반대로 별표 1에 있는 질병이라면 산재 승인 여부와 별개로 숫자에 포함될 수 있으므로, 산재 요양 신청이 이뤄졌는지만 보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이 별표는 유해물질에 짧은 기간 노출되어 생기는 급성 질병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근골격계 질환 같은 만성적·복합적 질환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노동계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용제·세척제·가스처럼 특정 물질에 노출된 결과로 나타나는 급성중독이 전형적인 사례이고, 장기간의 업무 부담이 원인인 질환은 이 유형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질병이 별표 1에 들어가는지는 진단명과 노출 물질을 함께 놓고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질병의 종류 — 시행령 별표 1에 열거된 직업성 질병인지가 출발점입니다.
원인 — 진단서·특수건강진단 결과·역학조사 결과에서 같은 물질이 원인으로 특정되는지 봅니다.
시기 — 첫 환자의 발병일이 아니라 질병자 3명이 모두 1년 기간 안에 들어오는지를 따집니다.
사업장 — 상시 근로자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은 법 제3조에 따라 적용되지 않습니다.
동일한 유해요인과 1년 3명 — 숫자를 세는 방식
'동일한 유해요인'은 같은 화학물질, 같은 공정, 같은 작업환경에서 비롯된 노출을 뜻한다고 이해하면 실무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라인에서 같은 세척용제를 쓰다가 세 명이 연이어 급성중독 진단을 받았다면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볼 여지가 큽니다. 반면 한 명은 용제 중독, 다른 한 명은 분진 노출, 또 다른 한 명은 가스 흡입이라면 질병이 각각 다른 원인에서 나온 것이어서 세 명이라는 숫자가 합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환자들의 진단 내용과 작업 내역, 사용 물질의 기록이 맞물려야 다목이 인정되므로, 수사기관은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작업 배치 기록을 먼저 확보합니다.
1년이라는 기간은 사업장 단위로 연속해서 따집니다. 첫 번째 환자가 3월에, 두 번째가 9월에, 세 번째가 이듬해 2월에 발생했다면 첫 환자부터 세 번째 환자까지 11개월이므로 요건을 채웁니다. 반대로 세 번째 환자가 첫 환자 발병 후 1년을 넘겨 나왔다면, 그 기간만으로는 첫 환자를 제외하고 새로 세어야 합니다. 이때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도 법상 종사자에 포함되므로 원청 소속 직원만 세어서는 안 됩니다. 사업주는 환자 발생 시마다 날짜와 원인 물질, 작업 위치를 한 장의 표로 정리해 두어야 기간 계산에서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처벌 수위 — 징역 7년 이하, 법인에는 벌금 10억원 이하
제4조 또는 제5조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다목의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제6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사망 사고를 규정한 제6조 제1항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고 하한이 있는 것과 달리, 제2항에는 징역의 하한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벼운 범죄는 아닙니다. 징역형이 선택될 수 있고, 같은 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저지르면 제6조 제3항에 따라 각 항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법인도 별도로 처벌받습니다. 제7조는 경영책임자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제6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는데, 제6조 제2항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법인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 단서 때문에 평소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기록이 법인 처벌 여부에서도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추가로 법 제8조에 따라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법인의 경영책임자등은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수하지 않으면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경영책임자가 지켜야 했던 의무 — 유해요인 확인·개선이 핵심
처벌은 질병자가 3명 나왔다는 결과만으로 곧바로 성립하지 않고, 경영책임자등이 법 제4조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직업성 질병 사안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시행령 제4조 제3호입니다. 사업장의 특성에 따른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그 절차대로 확인과 개선이 이뤄지는지 반기 1회 이상 점검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의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해 평가 결과를 보고받았다면 이 점검을 한 것으로 봅니다.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이라면 여기에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건조치와 건강진단 의무가 겹칩니다. 유해가스·증기·분진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막는 보건조치(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작업환경측정(제125조), 특수건강진단(제130조)을 제때 하고 그 결과를 개선으로 연결했는지가 법 제4조 제1항 제4호와 시행령 제5조가 요구하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 점검의 대상입니다. 따라서 질병자가 나온 뒤 수사에서는 측정 결과가 기준을 넘었을 때 환기설비를 보강했는지,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을 확인했는지, 이상 소견이 나온 직원을 배치 전환했는지가 하나씩 확인됩니다.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의 마련과 반기 1회 이상 점검 (시행령 제4조 제3호)
개선에 필요한 예산의 편성과 용도에 맞는 집행 (제4조 제4호)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작업 중지·구호·추가 피해 방지 매뉴얼 마련과 반기 1회 이상 점검 (제4조 제8호)
관계 법령상 의무 이행 여부의 반기 1회 이상 점검과 미이행 시 인력·예산 조치 (제5조 제2항)
직업성 질병 사건의 책임 판단은 환자가 세 명 나왔다는 숫자가 아니라, 유해요인 확인·개선 절차와 예산, 점검 기록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는가에서 갈린다.
도급·하청 근로자의 질병 —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
유해물질 취급 업무는 외주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 제5조는 사업주나 법인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을 한 경우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다만 그 시설·장비·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합니다. 즉 원청이 도급 근로자가 일하는 세척 설비와 작업 장소를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 하청 소속 근로자가 급성중독에 걸린 때에도 원청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법 제2조 제7호가 종사자를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넓게 정의하기 때문에 하청과 파견 근로자도 3명 숫자에 합산됩니다.
예를 들어 원청 공장 안의 탱크 세척을 하청 업체가 맡았고, 환기 설비와 작업 장소를 원청이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하청 직원 두 명과 원청 직원 한 명이 같은 용제에 중독되었다면 합산 3명으로 다목이 성립할 수 있고, 원청이 하청의 안전보건 역량을 평가하고 작업 장소의 관리비용을 보장했는지(시행령 제4조 제9호)가 쟁점이 됩니다. 반대로 하청 업체가 자기 장비와 자기 장소에서 독립해 작업했다면 원청의 지배·운영·관리 책임 요건이 부정되어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의 대응 — 서류 보관과 수사 대비
두 번째 환자가 나온 시점부터는 세 번째를 막는 조치와 증거 정리를 동시에 해야 합니다. 먼저 작업을 중지하거나 해당 공정의 노출을 즉시 낮추는 조치를 하고, 그 조치를 시간순으로 문서에 남겨야 합니다. 시행령 제13조에 따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제4조, 제5조 등에 따른 조치의 이행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해 그 조치를 이행한 날부터 5년간 보관해야 하고, 이 서류가 나중에 의무를 이행했다는 반증 자료가 됩니다. 건강진단 결과, 작업환경측정 결과, 개선 공사 계약서, 점검 회의록이 전형적인 자료입니다.
수사는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감독관의 조사와 검찰 송치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안전보건 업무를 실제로 보고받고 결정할 권한이 있었는지가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진술은 본인이 직접 관여한 사실과 보고받은 사실을 구분해서 해야 하고, 서류에 없는 조치를 있었다고 말하면 오히려 신빙성을 해칩니다. 조사에 응하기 전에 질병자별 진단서와 노출 이력, 사용 물질 목록, 점검 기록을 한 곳에 모아 사건의 시간순 정리본을 만드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민사책임까지 — 손해액의 5배 이내 징벌적 배상
형사처벌과 별개로 법 제15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법상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사업주·법인 또는 기관이 손해를 입은 사람에게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법원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정도, 의무위반의 종류와 내용, 피해의 규모, 의무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 위반 기간과 횟수, 재산상태,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노력의 정도를 고려해 배상액을 정합니다. 여기서도 법인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책임이 면제됩니다.
직업성 질병에서는 치료비와 휴업손해뿐 아니라 후유장해로 인한 일실수입과 위자료가 문제 됩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된 부분이 있더라도 근로자는 그 범위를 넘는 손해에 대해 별도로 청구할 수 있어, 형사 사건의 결과가 민사 협상에 곧바로 영향을 줍니다. 질병자와 합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실제로 이행하는 노력은 위 고려요소에 들어 있어 배상액 산정에서도 의미를 가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원 3명이 같은 날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갔는데 모두 중대산업재해인가요?
A. 시행령 별표 1에 해당하는 직업성 질병이고 원인이 동일한 유해요인이며 1년 이내에 3명 이상이어야 성립합니다. 진단이 별표 1에 없는 질병이거나 원인이 서로 다르면 숫자에 합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진단서와 노출 물질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환자 모두 완치되었는데도 처벌 대상이 되나요?
A. 다목은 치료 기간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했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합니다. 완치 여부는 이 요건을 없애지 못하지만, 합의와 재발방지 노력은 양형과 민사 배상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Q. 직원이 5명 미만인 소규모 사업장도 적용되나요?
A. 법 제3조에 따라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개인사업주에 한정)와 경영책임자등에게는 이 장의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시 근로자 수는 사업장 전체를 기준으로 따져야 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은 별개로 남습니다.
Q. 대표가 아닌 안전관리자나 현장소장도 처벌받나요?
A.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대상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입니다. 안전관리자와 현장소장은 이 법의 의무 주체가 아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는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직책이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하는지는 안전보건 업무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권한이 있는지로 판단합니다.
Q. 하청 직원이 중독되었다면 원청 대표는 책임이 없나요?
A. 원청이 해당 시설·장비·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다면 법 제5조에 따라 제4조의 조치 의무가 있고, 위반이 인정되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청 근로자도 법상 종사자이므로 3명 숫자에 합산됩니다.
Q. 사고 이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A. 추가 노출을 막는 작업 중지와 구호 조치를 하고, 그 내용을 날짜별로 서면에 남기는 것입니다. 이어 진단서, 건강진단과 작업환경측정 결과, 점검 기록을 정리하고 진술에 앞서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확정해야 합니다.
맺음말
직업성 질병 유형의 중대산업재해는 사망 사고가 없어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많은 경영자가 놓치기 쉽습니다. 같은 유해요인, 시행령 별표 1의 질병, 1년 이내 3명이라는 세 요건이 맞으면 경영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10억원 이하 벌금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결과를 가르는 것은 환자가 나오기 전과 후의 기록입니다. 유해요인 확인·개선 절차, 예산 집행, 반기 점검, 건강진단 사후조치가 서면으로 남아 있는지, 두 번째 환자가 나온 시점에 즉시 대응했는지가 형사와 민사 책임을 동시에 좌우합니다. 사건이 이미 발생했다면 진술하기 전에 사실관계와 자료부터 정리하시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의해 대응 방향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