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나 사무실 PC를 압수한 뒤 기소까지 이어졌는데, 그 압수수색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영장도 없이 가져간 거니 이 기소는 무효 아닌가요”, “영장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재판까지 갈 수 있나요”라고 물으십니다. 그런데 막상 재판이 시작되면 사건이 곧바로 끝나지 않고, 위법한 압수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다른 증거로 유죄가 선고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됩니다.
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엄격하게 배제해 왔고, 위법 수집의 기본 효과는 증거능력 배제입니다. 다만 2026년 10월 2일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된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즉 압수수색이 위법했다고 해서 곧바로 기소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위법이 그 정도에 이르렀는지와 그 증거를 빼고도 유죄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아래에서는 위법한 압수수색이 공소기각으로 이어지는지, 증거배제는 어떤 경우에 어디까지 미치는지, 그리고 재판에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다퉈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위법한 압수수색이 있었더라도 공소기각이 되는 것은 원칙이 아닙니다
위법 압수의 기본 효과는 ‘기소 무효’가 아니라 ‘그 증거의 사용 금지’입니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 제327조가 정한 사유가 있을 때 판결로 하는 재판입니다. 제2호는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를, 제8호는 “그 밖에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때”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8호의 공소제기 절차는 기소 그 자체의 절차를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고소가 필요한 친고죄에서 고소 없이 기소한 경우처럼 기소할 조건 자체가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고소가 취소된 경우는 제6호의 공소기각 사유이고,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사건을 다시 기소한 경우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는 공소기각이 아니라 제326조의 면소 사유입니다.
반면 압수수색은 기소 이전 수사 단계에서 증거를 모으는 처분입니다. 형사소송법은 그 처분이 위법할 때의 효과를 제308조의2에 따로 두어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법한 수사의 결과물은 쓰지 못하게 하되,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아니라면 기소 자체는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위법한 압수수색 사실만으로 곧바로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는 것은 아닙니다. 공소기각 사유가 되는 것은 제327조 제2호의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된 경우이고, 어떤 압수수색 위반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판례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영장 제시 누락이나 참여권 미보장 같은 압수수색 절차 위반은 우선 증거배제 문제로 다투고, 위법이 중대하다면 공소기각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위법한 압수수색의 기본 효과는 증거능력 배제이고,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한 공소가 아니라면 사건의 결말은 남은 증거로 정해집니다.
2. 위법수집증거는 증거로 쓸 수 없고, 이 법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확립했습니다
영장주의를 어긴 압수물은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제308조의2는 2007년 개정으로 신설되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그 시행에 앞서 대법원은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원칙을 선언했습니다. 압수수색이 영장주의를 위반했다면 법원은 그 압수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습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다만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 수사기관의 의도 등을 종합하여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
실무에서 위법 판단이 많이 갈리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장을 처분받는 사람에게 제시하지 않은 경우(제219조·제118조), 피압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경우(제121조), 압수한 뒤 압수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경우(제129조),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 관계없는 물건을 가져간 경우(제215조의 관련성 요건),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압수한 뒤 사후 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경우(제216조·제217조) 등입니다.
모든 위반이 곧바로 증거배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반이 영장주의의 핵심을 침해했는지, 사소한 절차상 흠에 그치는지가 구별되고, 예외를 주장하는 쪽, 곧 검사가 그 예외 사정을 증명해야 합니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도 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려면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영장주의의 핵심을 어긴 압수물은 증거로 쓰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는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3. 위법한 압수에서 파생된 증거까지 배제될지는 인과관계로 판단합니다
압수물을 근거로 얻은 2차 증거도, 인과관계가 이어져 있다면 함께 배제됩니다.
위법하게 압수한 물건을 단서로 피고인의 자백을 받거나 다른 증거를 새로 확보했다면, 그 2차 증거도 사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절차와 2차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는지를 보아 판단합니다. 위반의 내용과 정도, 수사기관이 위법을 회피할 수 있었는지, 위법 수사와 2차 증거 사이의 거리,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이 고려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영장 없이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대화 내용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조사해 진술을 받았다면, 그 진술은 위법한 압수와 인과관계가 직접적이어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위법한 압수와 무관하게 독립된 경로로 확보한 증거, 예컨대 이미 접수된 고소장이나 피해자의 최초 신고 내용, 금융기관에서 별도 영장으로 받은 거래내역은 쓰일 수 있습니다.
피고인이 법정에서 증거 사용에 동의하더라도 위법수집증거라는 사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두셔야 합니다. 증거동의는 전문증거의 증거능력 문제에서 작동하는 제도이고, 위법수집증거 배제는 그와 별개의 원칙입니다. 그래서 어떤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되었다고 판단했다면, 의견서에서 증거 부동의 의견만이 아니라 위법수집증거라는 점을 따로 명시해야 합니다.
위법 압수의 배제 범위는 그 압수물에서 끝나지 않고, 인과관계가 이어진 2차 증거까지 넓어질 수 있습니다.
4. 위법 증거가 빠진 뒤의 결말은 남은 증거에 따라 무죄와 유죄로 갈립니다
핵심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면 무죄가, 독립된 증거가 충분하면 유죄가 선고됩니다.
위법수집증거가 배제된 뒤에는 남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는지가 판단됩니다. 증명이 부족하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 판결이 선고되고, 증명이 충분하다면 유죄가 선고됩니다. 유죄가 되는 경우의 형량은 사건의 죄명(마약, 성범죄, 사기, 횡령 등)에 따라 정해지고, 증거배제는 형량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유죄 여부 자체를 다투는 수단입니다.
이 때문에 사건에서 위법한 압수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마약 사건의 투약 증거가 위법하게 압수한 소변이나 휴대전화뿐이라면 증거배제의 효과가 크고, 반대로 피해자 진술과 별도 거래내역, 제3자 증언이 이미 갖춰진 사건이라면 압수물이 배제되어도 유죄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증거배제는 선고 단계가 아니라 공판 초기에 신청해야 실익이 있습니다. 어떤 증거가 위법수집증거라는 주장은 검사가 증거조사를 신청하고 법원이 증거 채택 여부를 정하는 시점에 제기해야 하고, 뒤늦게 주장하면 이미 그 증거를 본 재판부의 심증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증거배제는 공소기각이 아니라 무죄를 향한 길이고, 남는 증거의 무게가 결과를 정합니다.
5. 기소 후 재판에서는 이런 순서로 위법 증거를 다투게 됩니다
압수 경위를 정리해 증거 채택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의견을 내야 합니다.
절차는 통상 ①수사기관(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의 압수수색 → ②공소청(수원지방공소청)의 기소 → ③법원(수원지방법원)의 공판준비기일·공판에서 증거 채택 여부 결정 → ④증거배제 후 남은 증거로 판결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한편 기소 전이라면 압수 처분에 대해 준항고(제417조)로 압수의 취소나 변경을 구하거나, 압수물의 환부·가환부를 청구해 돌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위법한 압수수색을 의심하게 됐다면, 아래 순서로 자료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압수수색영장의 기재 내용(대상자·장소·압수할 물건·범죄사실·유효기간)과 실제 압수 경위를 대조하고, 영장을 제시받았는지 압수조서·압수목록으로 확인합니다.
참여권 보장 여부와 압수목록 교부 여부, 영장 없이 압수했다면 긴급체포·현행범 체포 근거와 사후 영장 청구 여부를 확인합니다.
압수물에서 파생된 2차 증거(진술·감정·추가 수사)를 목록으로 정리해 증거 채택 단계에서 위법수집증거 의견서로 제출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형사사건에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증거능력 다툼과 사실관계 방어를 함께 설계해 위법 증거를 제외한 사건의 결론을 미리 점검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압수수색이 위법했다는 확신이 있어도 “이 정도면 기소 자체가 무효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정작 증거 다툼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법한 수사를 받은 입장에서는 기소 무효 주장에만 기대기보다, 어떤 증거가 어떤 절차 위반으로 수집되었는지를 증거 단위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영장, 압수조서, 압수목록, 참여 여부를 기록으로 확인할수록 증거배제가 인정될 여지가 커집니다.
반대로 증거 사용의 정당성을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위법 가능성이 큰 증거에만 의존하기보다, 독립된 증거와 예외 사유를 함께 갖추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결론은 증거 하나하나의 적법성에서 갈립니다.
저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받은 분들의 방어와, 증거 적법성을 둘러싼 공방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절차 위반 하나가 사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압수가 이미 이루어졌다면, 증거 채택이 정해지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장 없이 압수했다면 기소가 무효가 되어 공소기각되나요?
A. 원칙적으로 아닙니다. 그 압수물은 증거로 쓰지 못하지만, 기소는 유지되고 남은 증거로 판결합니다. 다만 중대한 위법수사에 기하여 공소가 제기되었다고 인정되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됩니다.
Q. 영장을 보여주지 않고 압수했는데 증거가 모두 배제되나요?
A. 영장 제시는 제219조·제118조가 정한 필수 절차이므로 위반이 중대하면 배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반의 내용과 정도를 종합해 판단하므로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Q. 위법한 압수물에서 알아낸 내용으로 받은 자백도 쓸 수 없나요?
A. 인과관계가 단절되거나 희석되지 않았다면 함께 배제됩니다. 독립된 경로로 얻은 진술이라면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Q.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하면 위법수집증거도 쓸 수 있나요?
A. 위법수집증거 배제는 증거동의와 별개의 원칙이어서,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의견서에서는 위법수집증거라는 점을 따로 밝혀야 합니다.
Q. 위법한 증거를 뺀 뒤 남은 증거가 부족하면 어떤 판결이 나오나요?
A.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해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됩니다. 공소기각이 아니라 무죄라는 점이 다릅니다.
Q. 변호사는 언제 선임하는 것이 좋은가요?
A. 압수 직후부터 기소 전까지가 가장 좋습니다. 준항고나 환부 청구 같은 기소 전 수단은 기소 후에는 쓰기 어렵고, 초기 진술도 사건 방향을 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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