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에게 속아 선 보증도 사기로 취소할 수 있나요 | 사기/공갈 | 로톡
채무자에게 속아 선 보증도 사기로 취소할 수 있나요
법률가이드
사기/공갈계약일반/매매대여금/채권추심

채무자에게 속아 선 보증도 사기로 취소할 수 있나요 

김상훈 변호사

"잠깐만 이름만 빌려주면 된다", "대출 심사용 형식일 뿐이라 너한테 갈 일은 절대 없다"는 말을 믿고 지인의 대출에 보증을 서주었다가, 나중에 채권자로부터 변제 독촉을 받고서야 채무자가 이미 다른 빚과 연체로 신용이 무너진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채무자는 연락이 끊기거나 "곧 해결된다"는 말만 반복하고, 보증인 앞으로는 이자 독촉과 가압류 통지가 날아옵니다. 이럴 때 "속아서 선 보증인데 사기를 이유로 없던 일로 돌릴 수 없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답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누가 속였느냐에 따라 요건이 크게 달라집니다.

먼저 전체를 짚어보겠습니다: 채무자에게 속은 보증, 채권자가 이를 알았는지가 취소의 갈림길

보증계약은 보증인과 채권자 사이에서 맺어지는 계약입니다. 채무자는 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 외부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채무자가 보증인을 속였다면 법적으로는 "계약 상대방(채권자)이 아닌 제3자가 한 사기"로 분류됩니다. 보증인 입장에서는 분명히 속았는데도, 취소의 문턱이 일반 사기보다 한 단계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사업이 잘 돌아가고 빚도 거의 없다", "이 대출은 담보가 충분해서 보증인에게 청구될 일이 없다"고 거짓으로 말해 보증을 서게 했다면, 보증인은 사기를 당한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채권자인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그 거짓말을 전혀 몰랐다면, 원칙적으로 보증인은 사기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채권자가 채무자의 거짓을 알고 있었거나, 조금만 살펴봤어도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었다면 취소의 길이 열립니다.

또 하나 짚어둘 점은, 사기 취소가 막히더라도 착오 취소, 채권자 자신의 기망(침묵 포함), 채무자에 대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이라는 다른 길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주장에 매이지 않고 사실관계에 맞는 구성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은 이렇게 판단합니다: 민법 제110조 제2항 제3자 사기의 요건과 취소의 효과·기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라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3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보증계약에서 보증인의 의사표시는 채권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기망은 이 제2항으로 판단합니다. 취소를 주장하는 보증인이 증명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기망행위의 존재 — 채무자가 허위 사실을 말했거나 중요한 사실(연체·체납·기존 채무 규모 등)을 숨겼다는 점. 거짓말뿐 아니라 알려야 할 사정을 알리지 않은 부작위도 신의칙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기망이 됩니다.

  • 기망과 보증 사이의 인과관계 — 그 거짓이 없었다면 보증을 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 보증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핵심이 된 사정이어야 합니다.

  • 채권자의 악의 또는 과실 — 채권자가 그 기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 이것이 제3자 사기 취소의 가장 큰 관문입니다.

"알 수 있었다"는 쟁점은 구체적 사정으로 판단됩니다. 채권자가 대출 심사 과정에서 채무자의 연체·신용불량 기록, 기존 대출 규모를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보증인에게 이를 말하지 않고 "문제 없는 대출"이라고 설명했다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쪽으로 기울어집니다. 보증인을 데려온 사람이 채권자 측 대출담당자·영업직원이고 그가 채무자와 짜고 거짓 설명을 거들었다면, 이는 단순한 제3자 사기가 아니라 채권자 쪽의 기망 그 자체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상대방의 대리인이나 그와 동일시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기는 제3자 사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 경우에는 민법 제109조 착오 취소를 함께 검토합니다.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고 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의 재산 상태가 좋다고 믿었다" 같은 보증 동기에 관한 착오는, 그 동기를 상대방에게 표시해 계약의 내용으로 삼았을 때 중요 부분의 착오로 다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증서에 보증 한도나 대상 채무를 잘못 이해한 채 서명한 경우에는 표시상의 착오로 접근합니다. 또한 보증은 민법 제428조의2에 따라 보증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있는 서면으로 해야 효력이 생기므로, 서명이 본인 의사로 이뤄졌는지 자체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보증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였던 것으로 됩니다(민법 제141조). 이미 보증채무로 돈을 냈다면 부당이득 반환(민법 제741조)으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사기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제110조 제3항). 보증채권을 양수한 채권추심회사처럼 사정을 모르고 새로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에게는 취소를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취소권에는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추인할 수 있는 날(속은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보증을 선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민법 제146조). 속은 사실을 안 뒤 취소하기 전에 보증채무를 일부 갚으면 법정추인(민법 제145조)으로 취소권을 잃을 수 있고, 이행을 약속해도 추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속은 사실을 알게 된 뒤 "이자만이라도 내겠다"며 입금하는 행동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형사적으로는 채무자가 보증인을 속여 보증을 서게 하고 대출을 받은 행위가 형법 제347조 제1항 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채무자가 처음부터 변제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이를 숨긴 점이 입증되어야 하고, 형사 절차에서 사기 사실이 인정되면 민사에서 기망 증명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와 별개로 채무자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손해배상(민법 제750조)을 청구할 수 있어, 보증인이 대신 갚은 금액을 되찾는 경로도 열려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의 대응, 이렇게: 보증 경위 증거 확보부터 취소소송·형사고소 병행까지

보증인이 속았다는 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입증하기 어려워집니다. 다음 순서로 정리해 대응합니다.

  • 보증 경위 증거 확보 — 채무자와 나눈 카카오톡·문자·통화 녹취, 보증을 부탁받은 시점과 설명 내용이 담긴 자료를 먼저 모읍니다. 채권자 직원과의 통화·문자, 보증서 작성 당시 안내 문구, 대출 신청서류에 적힌 채무자 소득·부채 기재가 실제와 달랐는지도 확인합니다. 대화 상대방 한 명이 자신이 참여한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 채무자의 실제 재산·채무 상태 확인 — 보증 당시 채무자가 연체 중이었는지, 기존 채무가 얼마였는지를 신용정보, 등기부, 판결·가압류 이력으로 대조합니다. "보증 당시 이미 상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드러나야 기망과 인과관계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 채권자의 악의·과실 입증 정리 — 채권자가 채무자의 신용 상태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심사 기록, 이전 거래 이력, 담당 직원의 관여)을 정리해, 제110조 제2항의 관문을 넘는 주장을 구성합니다. 채권자 직원이 기망에 가담했다면 그 부분을 중심에 둡니다.

  • 취소 의사표시와 소송 병행 — 속은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내용증명으로 취소 의사를 밝히고, 보증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미 채권자가 지급명령이나 소송을 제기해 왔다면 이의신청·답변서에서 취소 항변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이미 판결이나 지급명령이 확정됐다면 청구이의의 소와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해야 합니다.

  • 재산 보전과 추인 방지 — 가압류·급여압류가 들어온 상황이라면 이의·취소 절차를 서두르고, 추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부 변제나 변제 약속은 취소 전에 하지 않습니다. 불가피하게 일부를 내야 한다면 "취소를 유보한 채 낸다"는 점을 서면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 채무자에 대한 형사 고소와 민사 배상 — 기망 정황이 분명하면 사기로 고소하고, 별도로 손해배상·구상 청구를 준비합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려는 조짐이 있으면 가압류로 먼저 묶어 두는 것이 실질적인 회수의 열쇠입니다.

망설이는 사이, 시간은 불리해집니다: 취소 기간·법정추인·증거 소실을 놓치지 않으려면

채무자에게 속아 선 보증이라도 사기 취소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고, 그렇지 않다면 착오 취소나 채무자에 대한 형사·민사 책임 추궁으로 길을 나눠 가야 합니다. 여기에 취소권 행사 기간, 일부 변제가 불러오는 법정추인, 시간이 갈수록 사라지는 대화 기록과 녹취 같은 증거 문제가 겹칩니다.

채무자에게 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신다면, 보증서를 쓴 경위와 그때 오간 대화부터 정리해 두시고, 취소 가능성과 채무자에 대한 청구 방법을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 문제는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김상훈 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로톡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무단 복제 및 전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김상훈 변호사가 작성한 다른 포스트
조회수 5
관련 사례를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