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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계약 해지 사유와 절차를 따로 정했다면, 민법 제689조 언제든 해지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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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계약 해지 사유와 절차를 따로 정했다면, 민법 제689조 언제든 해지는 통하지 않는다 

강대현 변호사

용역·대행·관리처럼 일을 맡기는 계약서에 "다음 각 호의 사유가 있을 때에만 해지할 수 있고, 해지하려면 30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관계가 틀어지면 한쪽은 "위임은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며 민법 조항을 내세우고, 다른 쪽은 "계약서에 정한 대로만 해지된다"고 맞서면서 해지의 효력과 손해배상 책임이 갈립니다. 해지 사유와 절차를 따로 정한 계약에서 민법의 언제든 해지는 그대로 통할까요? 이 글에서는 민법 제689조의 성격, 약정이 우선하는 범위, 약정에 없는 사유로 끊어야 할 때의 길과 손해배상의 구조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민법 제689조 — 위임은 언제든 해지할 수 있다는 원칙

위임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사무의 처리를 맡기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하여 성립하는 계약입니다(민법 제680조). 변호사 선임, 부동산 관리, 영업·판매 대행, 업무대행처럼 상대방의 재량과 신뢰를 바탕으로 사무를 맡기는 계약이 이 유형에 들어갑니다. 위임에서 당사자의 신뢰가 핵심이라는 점 때문에 민법 제689조 제1항은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해지 사유를 따로 대지 않아도, 기간이 남아 있어도 의사표시만으로 장래를 향해 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자유롭게 끊을 수 있다는 것이 아무 부담 없이 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당사자 한쪽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위임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손해를 배상하라고 정합니다. 예를 들어 수임인이 이미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일을 진행하던 중에 아무 예고도 없이 해지를 당하면, 해지 자체는 유효해도 그로 인한 손해는 배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제689조는 해지의 자유와 불리한 시기의 배상책임이라는 두 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민법 제689조는 해지 자체는 자유롭게 허용하되, 불리한 시기의 해지로 생긴 손해는 배상하게 하는 구조다.

제689조는 임의규정 — 약정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제689조의 해지의 자유는 당사자의 약정으로 배제하거나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임의규정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법이 위임계약에서 해지의 자유를 크게 열어둔 이유는 신뢰가 깨진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일 뿐, 공익을 위해 당사자의 합의까지 막으려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계약기간 동안은 일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면, 그 약정은 효력이 있고 당사자는 이에 구속됩니다.

이 점에서 중요한 판례가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다53265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당사자가 위임계약의 해지 사유와 절차,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민법 제689조와 다르게 정했다면, 민법 제689조가 약정과 별개로 적용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에서 정한 해지 사유와 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계약서가 민법의 언제든 해지를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판단이 "계약서에 해지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그 조항이 민법 규정을 대체하려는 의사로 정해졌는지로 이어집니다.

  • 약정이 있는 경우 — 해지 사유·절차·배상을 따로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약정의 요건과 절차를 지켜야 해지됨.

  • 약정이 없는 경우 — 민법 제689조에 따라 언제든 해지 가능하되, 불리한 시기라면 손해배상 책임이 따름.

  • 약정이 민법 규정을 그대로 되풀이한 정도라면 — 약정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지 않고 민법이 적용될 수 있음.

어디까지가 민법을 배제한 약정인가 — 조항의 문구를 읽는 법

분쟁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것은 계약서 조항이 민법 제689조를 배제하려는 취지였는가입니다. 해지 사유가 한두 개 적혀 있다고 해서 모두 배제 약정으로 읽히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조항의 문언과 함께 계약 체결 경위, 계약기간과 대가의 구조, 투입 비용의 회수 방식, 해지 시 배상 조항의 유무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사업 설비나 인력을 투입하고 몇 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의 계약이라면, 해지 사유와 절차를 엄격히 정한 것은 투입 비용을 보호하려는 취지로 읽힐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쟁점과 관련해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7다286003 판결은 제689조 제1항이 임의규정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해지 사유와 절차를 제689조 제1항과 다르게 정한 약정을 단순히 주의적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계약서에 "해지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한한다"는 한정적 표현이 있는지, "서면으로 통지하고 30일이 경과하면 해지된다"는 절차가 있는지, 해지 시 정산이나 배상 기준이 별도로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반대로 "필요한 경우 해지할 수 있다"처럼 열려 있는 표현이라면 민법의 자유로운 해지를 배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실무에서는 한 가지를 더 챙겨야 합니다. 약정이 사유만 정하고 배상은 정하지 않았다면 불리한 시기의 배상을 다룬 제689조 제2항이 그대로 적용되는지가 다투어집니다. 이때도 답은 계약서 전체의 문구와 구조에 달려 있으므로, 해지 통지를 보내기 전에 계약서를 조항 단위로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약정 절차를 어기고 한 해지 — 효력과 책임

계약서가 해지 사유와 절차를 정했다면 그 절차는 해지의 유효 요건이 됩니다. 서면 통지, 사전 예고 기간, 시정 요구 후 일정 기간 경과 같은 단계를 건너뛴 해지는 약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지로서 효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효력은 인정되더라도 계약 위반에 따른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중대한 의무 위반이 있을 때 14일의 시정기간을 주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시정 요구도 없이 곧바로 해지를 통보했다면, 상대방은 해지의 부존재를 주장하며 계약상 지위의 확인이나 그 기간의 대가 및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절차를 지킨 것을 증명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시정 요구서, 내용증명, 이메일 발송 이력, 상대방의 수신 확인 자료는 해지가 약정에 맞게 이루어졌는지를 가르는 증거가 됩니다. 구두나 메신저로만 통지하고 계약서가 서면을 요구했다면, 통지의 효력부터 다투어집니다. 통지의 도달 시점도 해지의 효력 발생과 기간 계산의 기준이 되므로 도달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 해지 사유 해당 여부 — 계약서의 사유에 사실관계가 실제로 포섭되는지 증거로 정리.

  • 통지 방식 — 계약서가 요구한 서면·내용증명 등 형식 준수 여부.

  • 예고·시정 기간 — 기간을 주었는지, 기간이 지난 뒤에 해지했는지.

  • 도달 증명 — 발송 이력과 수신 확인 자료 보관.

약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때 — 해지가 막힌 것이 아닙니다

약정이 우선한다고 해서 약정 사유가 없는 해지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 계속되는 동안 상대방의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는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깨졌다면, 계속적 계약의 일반 법리에 따라 약정 사유에 정확히 들어맞지 않아도 해지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계약을 이어가라고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부당한 경우에 대한 예외입니다. 다만 이 길은 해지하는 쪽이 신뢰 파탄의 사실과 정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운 길이어서, 사소한 의무 위반이나 일시적 마찰 정도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법정 해지·해제의 방법도 별도로 있습니다. 상대방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이행을 최고하고 이행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한 민법 제544조가 대표적입니다. 계약서의 해지 조항이 이 법정 해제권까지 배제하는 취지인지는 다시 조항의 문구에 달려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은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을 해지한다고 표시했으나 실제로는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해지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한 사례입니다. 다만 이 판단은 민법 제689조가 적용되는 계약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해지 사유를 한정한 약정이 있는 계약에도 그대로 옮겨 적용할 수 있는지는 따로 따져야 합니다.

약정 사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해지가 항상 막히는 것은 아니며, 신뢰관계 파탄이나 법정 해제권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입증 부담은 해지하는 쪽에 있다.

해지 후 정산과 손해배상 — 약정 배상 조항과 민법 제689조 제2항

해지가 유효하다고 해서 정산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위임이 유상이라면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686조), 지출한 필요비와 이자도 위임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88조). 해지 시점까지의 진행분을 어떻게 산정할지는 계약서의 보수 지급 방식, 즉 월 정액인지 성과 연동인지 일괄 지급인지에 따라 달라지므로, 중도 해지를 고려한다면 이미 진행된 부분의 정산 기준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손해배상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계약서가 해지에 따른 배상 기준, 예컨대 위약금이나 잔여 기간 대가의 일정 비율을 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계약서에 배상 규정이 없다면 불리한 시기의 해지를 다룬 민법 제689조 제2항이 문제가 되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와 상대방이 입은 손해가 불리한 시기의 해지 때문에 생긴 것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때 배상 범위는 해지 자체로 잃은 이익 전부가 아니라 해지 시기가 불리했기 때문에 추가로 입은 손해에 한정된다는 것이 통상의 설명이며, 위약금 약정이 지나치게 크다면 법원이 감액할 수 있는지(민법 제398조 제2항)도 함께 검토됩니다.

해지하는 쪽이라면 시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해지당하는 쪽이라면 투입 비용과 진행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비용 지출 내역, 진행 보고서, 상대방과 주고받은 요청 내역이 정산과 배상 다툼에서 핵심 증거가 됩니다.

계약을 맺거나 정리하기 전에 점검할 순서

이런 분쟁은 대부분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해지 조항을 정할 때는 해지 사유를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민법상 해지의 자유를 유지하면서 절차만 보완할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사유를 한정하는 쪽을 택했다면 한정적 문구를 쓰고, 해지 시 정산 방식과 배상 기준까지 한 곳에 적어 두면 해석 다툼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언제든 정리할 수 있는 관계를 원한다면 사유를 열거하기보다 사전 통지 기간만 두는 편이 명확합니다.

이미 분쟁이 시작된 뒤라면 순서가 달라집니다. 먼저 계약서의 해지 조항, 배상 조항, 통지 조항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증거와 함께 정리합니다. 그 위에서 약정 사유로 해지할지, 신뢰 파탄이나 법정 해제를 병행 주장할지를 정하고, 통지는 도달이 확인되는 방식으로 보냅니다. 통지가 한번 나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방향을 정하기 전에 서둘러 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해지 사유가 적혀 있으면 민법상 언제든 해지는 완전히 못 쓰나요?

A. 해지 사유와 절차를 민법과 다르게 정한 약정이 있다면, 판례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정에서 정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다만 그 조항이 민법 규정을 배제하려는 취지인지는 문구와 계약 구조를 보고 판단하므로,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Q. 약정한 서면 통지 대신 문자나 이메일로 해지를 통보하면 효력이 없나요?

A. 계약서가 서면 통지를 해지의 요건으로 정했다면 형식을 갖추지 못한 통지는 효력을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메일이나 메시지가 서면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서 문구와 거래 관행에 따라 달라지므로, 처음부터 내용증명처럼 도달이 입증되는 방법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약정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계약을 끝낼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상대방의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신뢰관계가 깨졌다면 약정 사유에 정확히 해당하지 않아도 해지가 인정될 여지가 있고, 이행 최고 후 해제하는 민법 제544조도 별도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경우 모두 해지하는 쪽이 사실과 정도를 입증해야 하므로 증거 확보가 우선입니다.

Q. 불리한 시기에 해지하면 손해를 전부 물어줘야 하나요?

A. 민법 제689조 제2항은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의 해지로 생긴 손해를 배상하라고 정합니다. 배상의 범위는 해지 시기가 불리했기 때문에 추가로 입은 손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계약서에 별도의 배상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이 먼저 적용됩니다.

Q. 해지를 했는데 이미 한 일에 대한 보수는 어떻게 되나요?

A. 유상위임에서 수임인은 이미 처리한 사무에 대해 보수를 청구할 수 있고, 지출한 필요비도 위임인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어느 범위까지가 이미 처리한 부분인지는 계약서의 보수 지급 방식과 진행 기록으로 가려집니다.

Q. 사유를 잘못 적어 해지했다면 해지가 무효가 되나요?

A. 판례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지한다고 했으나 그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민법 제689조에 따른 해지로 효력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하지만 약정으로 사유를 한정한 계약에서는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지 사유를 정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맺음말

민법 제689조의 언제든 해지는 임의규정이어서, 해지 사유와 절차를 따로 정한 계약에서는 그 약정이 우선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민법 조문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 계약서의 해지 조항이 민법을 배제하려는 취지로 쓰였는지, 어떤 절차를 해지의 요건으로 삼았는지를 먼저 읽는 일입니다.

약정 사유에 맞지 않는 경우에도 신뢰관계 파탄과 법정 해제 같은 대안이 있지만 입증 부담이 따르고, 해지 이후에는 정산과 손해배상이 이어집니다. 해지 통보를 보내기 전에 계약서와 증거를 함께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형식과 시기를 잘못 잡은 통지 하나가 오히려 상대방에게 반격의 근거를 주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의뢰인을 위한 최선의 전략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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