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강제추행죄의 폭행·협박 해석을 바꾼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그 판결 전에 했던 행동인데 지금 와서 새 기준으로 처벌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부쩍 늘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그때는 대법원 판례상 폭행·협박이 인정되지 않는 정도였다”, “법이 바뀐 것도 아닌데 이제 와서 달리 처벌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사기관에서 연락이 오고 나면, 행위 당시 기준으로는 괜찮았다는 안심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하십니다.
대법원은 형사처벌의 근거는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므로, 판례가 변경되었다고 해서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새 기준대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사건마다 다툴 수 있는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판례 변경 전에 이루어진 추행이 새 기준으로 처벌되는지, 어떤 경우에 다툴 여지가 남는지, 그리고 수사를 받게 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판례가 바뀌어도 처벌의 근거는 처음부터 법률 조문이었습니다
판례 변경은 새 범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문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강제추행죄의 처벌 근거는 형법 제298조입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조문은 판례가 바뀌는 동안에도 문언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조문에 있는 ‘폭행 또는 협박’을 어느 정도로 읽느냐 하는 해석입니다.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정하고, 헌법 제13조 제1항도 행위 시에 범죄가 아닌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은 국회가 만든 법조문입니다. 법원의 판례는 그 조문이 처음부터 무엇을 뜻하고 있었는지를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해석이 바뀌었다고 해서 새로운 처벌 규정이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의뢰인 입장에서는 ‘그때 판례’가 곧 ‘그때 법’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행위 당시에도 조문 자체로는 그 행위가 처벌 대상이었다고 보는 구조이므로, 판례가 달랐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처벌의 근거는 판례가 아니라 형법 제298조 조문이고, 판례 변경은 그 조문을 읽는 방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2. 대법원은 판례 변경 후 처벌도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행위 당시 판례로는 처벌되지 않던 행위도, 변경된 해석에 따라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결이 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349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행위 당시의 판례에 따르면 처벌 대상이 아니었던 행위를 판례 변경 후의 법률 해석에 따라 처벌하더라도 평등의 원칙이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고, 형법 조항에 관한 판례의 변경은 그 법조문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강제추행 사건에서 이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계기가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이 판결 이전에는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좁은 해석이 있었는데, 전원합의체는 이를 바꾸어 폭행·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는 없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의 고지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있었던 행위라도, 아직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변경된 기준으로 폭행·협박 요건이 판단됩니다. 판결 선고일 이전에 한 행위라는 사정은 소급적용 금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알아 두셔야 합니다.
그렇다고 새 기준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폭행·협박의 해석이 넓어졌더라도 추행에 해당하는지, 고의가 있었는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는지는 별개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것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고, 형법 조항에 관한 판례의 변경은 그 법률 조항 자체의 변경이 아니라 그 법률 조항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대법원 1999. 9. 17. 선고 97도3349 판결의 취지).
판례가 바뀌기 전의 행위라도 아직 재판 단계라면 새 기준이 적용되고, 선고일 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3. 다만 ‘법률의 착오’로 책임을 다툴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판례를 믿고 행동했다면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따져볼 수 있습니다.
형법 제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가 바뀌기 전에 대법원 판례를 믿고 ‘이 정도는 죄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면, 이 조문에 따른 책임 조각을 주장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인정 기준은 매우 엄격합니다. 법원은 ‘정당한 이유’를 행위자가 자기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 보았다면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했는지로 따지고,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 믿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판례를 믿었다는 사정이 이 주장의 주요한 근거가 될 수 있지만, 그 판례가 자신의 행위에 실제로 적용되는 사안이었는지도 함께 따져집니다.
실제로 이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몇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행위 당시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있었고 그 판례가 내 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는 점, 둘째, 내가 그 판례 또는 그에 따른 법률 전문가의 설명을 근거로 행동했다는 점이 객관적 자료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나 상담 기록처럼 시점이 확인되는 자료가 그 예입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혔거나, 행위 자체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접촉이었다면 판례를 믿었다는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건에서는 착오 주장만 앞세우기보다 다른 방어 축을 함께 세워야 합니다.
판례 신뢰는 형법 제16조의 정당한 이유로 다툴 수 있지만, 인정 기준이 엄격해 객관적 자료 없이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4. 새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추행과 고의는 여전히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폭행·협박 해석이 넓어졌어도 추행의 성립과 고의의 입증책임은 그대로입니다.
판례 변경으로 달라진 것은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한 요건의 문턱입니다.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여전히 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 등의 행위가 있었고, ②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추행에 해당하며, ③ 행위자에게 그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판례 변경과 무관하게 검사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사건에서 실제로 갈리는 지점은 대개 세 가지입니다. 먼저 접촉의 부위와 방식, 경위입니다. 같은 접촉이라도 술자리에서 어깨를 두드린 것과 신체 민감 부위를 만진 것은 법원이 달리 평가합니다. 다음은 장소와 시간, 주변 사람의 존재, 사건 전후 두 사람의 관계 같은 정황입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지, 블랙박스·CCTV·메시지 같은 객관 증거와 맞는지입니다.
형량은 동일 구조입니다. 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소·관계에 따라 성폭력처벌법 등 가중 규정이 적용되면 처벌 수위가 크게 올라갑니다. 벌금형이라 해도 유죄가 확정되면 성범죄 전력이 되어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별도로 따져 보셔야 합니다.
결국 새 기준이 적용된다는 말은 ‘폭행·협박 요건의 방어 여지가 줄었다’는 뜻이지 ‘곧바로 유죄’라는 뜻이 아닙니다. 방어의 중심이 추행 해당성, 고의, 진술 신빙성으로 옮겨 간다고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5. 수사를 받게 되면 이런 순서로 대응하셔야 합니다
첫 진술 전에 행위 당시의 사실관계와 자료를 먼저 정리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통상 ①피해자의 고소 또는 신고 접수(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 ②피의자 조사와 증거 수집 → ③공소청(수원 관내 사건은 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 시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관할은 범죄지, 피의자의 주소지 등을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첫 경찰 조사입니다. 판례 변경 전의 일이라 괜찮다는 생각으로 “그때는 이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고만 진술하면, 정작 사건의 쟁점인 접촉 경위와 고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져 불리한 조서가 남을 수 있습니다. 판례 변경 주장은 보조 논거로 두고, 사실관계 자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건 당일의 시간 순서, 장소, 동석자, 접촉이 있었다면 그 부위와 정도를 기억이 선명할 때 메모로 정리합니다.
사건 전후로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 메신저 대화, 통화 기록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합니다.
조사 일정이 잡히면 첫 출석 전에 변호사와 함께 진술 방향과 제출할 자료를 먼저 점검합니다.
이러한 준비를 거쳐 조사에 임하면, 판례 변경에 관한 법리 주장과 사실관계 방어를 함께 정리해 수사 단계에서부터 불기소나 약식 처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판례가 바뀌기 전의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설마 처벌까지 되겠느냐”며 대응을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행위 시점이 아니라 현재의 해석 기준으로 사건을 보고, 그만큼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방어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집니다.
혐의를 받는 쪽에서는 ‘그때는 괜찮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추행에 해당하는지와 고의가 있었는지를 증거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화 기록과 당일 경위를 정리하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판례 변경만 믿고 고소를 진행하기보다, 접촉의 경위와 상대방의 의사에 반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처분 단계에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성범죄 사건에서 혐의를 받은 쪽과 피해를 호소한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행위라도 경위 정리와 법리 선택에 따라 결론이 크게 갈리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판례가 달랐다는 사정에만 기대기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자료를 먼저 정리해야 할 때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첫 조사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판례가 바뀌기 전에 한 행동인데 새 판례 기준으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A.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형사처벌의 근거가 법률이지 판례가 아니라고 보아, 판례 변경 후의 해석을 변경 전 행위에 적용해도 형벌불소급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Q. 그러면 그때 판례를 믿고 한 행동은 전혀 고려되지 않나요?
A. 고려될 여지는 있습니다. 형법 제16조는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하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다만 인정 기준이 엄격해 당시 판례와 행동의 근거를 보여 주는 객관 자료가 필요합니다.
Q.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일이면 무죄 가능성이 높아지나요?
A. 선고일 이전이라는 사정만으로는 무죄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폭행·협박 요건은 새 기준으로 판단되고, 승패는 추행 해당성·고의·진술 신빙성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Q. 강제추행으로 유죄가 되면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형법 제298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의 나이나 장소, 관계에 따라 성폭력처벌법 등의 가중 규정이 적용되면 처벌이 더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Q. 오래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났는지도 확인해야 하나요?
A. 확인해야 합니다. 판례 변경과 별개로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는지는 독립적인 면소 사유입니다. 피해자 연령이나 적용 법조에 따라 시효가 달라지므로 사건별로 따져야 합니다.
Q.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한번 작성된 조서는 나중에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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