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를 보고 정상적으로 직진했는데, 옆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 상담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사고를 겪은 분들은 대개 “나는 신호를 지켰으니 잘못이 없다”, “상대가 신호위반인데 내가 처벌받을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고 직후 상대 운전자나 동승자가 다쳤다는 이유로 경찰에서 입건 통지를 받고, 상대방이 “나도 녹색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신호 자체가 다툼이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법원은 신호를 지킨 운전자에게 상대방의 신호위반까지 예상하고 운전할 의무를 지우지 않는 신뢰의 원칙을 적용하되, 상대 차량의 이상 운행을 미리 알아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책임을 인정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녹색 신호 직진 중 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했을 때 형사처벌이 어떤 요건에서 문제되는지, 그리고 사고 직후 무엇을 확보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신호를 지킨 운전자도 사고 자체만으로 입건될 수 있습니다
처벌 여부는 사고 발생이 아니라 내 운전에 과실이 있었는지로 갈립니다.
상대방이 다치면 경찰은 먼저 쌍방을 피의자로 두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치상죄가 문제되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이 경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죄는 과실범입니다. 신호를 지켰다는 사실만으로 자동 면책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도 전방 주시나 감속 같은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는지가 따로 심사됩니다. 그래서 입건되었다는 사실과 처벌된다는 결론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실무에서는 상대방이 먼저 다쳐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유로 내가 가해자 란에 기재되고, 내 쪽 증거는 나중에야 모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기 조사 단계에서 신호 상태를 입증할 자료가 있는지가 입건 이후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신호를 지켰어도 입건은 될 수 있지만, 처벌은 내 운전에 과실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2. 신뢰의 원칙에 따라 상대방의 신호위반까지 예상할 의무는 없습니다
정상 신호로 진행한 운전자는 다른 차량도 신호를 지킬 것이라고 믿어도 됩니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도 교통법규를 지켜 운행하리라고 신뢰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신뢰의 원칙을 인정해 왔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조 제1항도 모든 운전자가 신호기의 신호를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 차마 또는 노면전차의 운전자는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하는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도로교통법 제5조 제1항).
민사 사건이기는 하지만 대법원 2001다40732 판결은 직진 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통과하던 택시 운전자에게, 신호를 무시하고 돌진한 오토바이까지 예상해 대비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형사 과실 판단도 같은 논리가 작동합니다. 상대가 신호를 어기고 갑자기 나타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면 내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신뢰의 원칙은 무조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교차로 진입 전 상대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것이 이미 보였거나, 내가 제한속도를 크게 넘겨 달렸거나, 황색 신호 끝자락에 무리하게 진입했다면 상대의 위반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평가되어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상 신호 직진이라도 내 속도와 진입 시점이 적정했고 위험을 미리 알 수 없었는지가 핵심입니다.
3. 가장 큰 쟁점은 “누가 녹색이었는가”를 입증하는 일입니다
양쪽이 모두 녹색이었다고 주장하면 객관적 자료가 결론을 정합니다.
실제 사건에서 가장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법리가 아니라 신호 상태에 대한 증명입니다. 두 운전자가 서로 녹색이었다고 말하면 진술만으로는 결론이 나지 않고, 수사기관은 블랙박스 영상, 교차로 CCTV, 목격자 진술, 신호등 현시 주기 자료를 차례로 대조합니다.
블랙박스는 단순히 충돌 장면만이 아니라 교차로 진입 몇 초 전부터의 영상이 중요합니다. 신호등이 화면에 잡히는지, 내 차 속도가 얼마였는지, 상대 차량이 언제 화면에 나타났는지가 모두 과실비율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덮어쓰기로 사라지기 전에 원본을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
신호 주기는 관할 경찰서에 신호 현시 자료를 요청하면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영상 속 시각과 맞추면 상대 차량이 적색에 진입했는지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차의 진입 시점이 황색이나 적색 직후였다는 결과가 나오면 상황이 완전히 뒤집히므로, 제출 전에 자료를 먼저 정확히 분석해야 합니다.
신호 다툼에서는 영상 원본과 신호 현시 자료를 맞춰 보는 것이 사건의 절반입니다.
4. 형사처벌 범위는 종합보험 가입과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보험 가입 여부에 따라 공소 제기 자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내 과실이 일부 인정되어 업무상과실치상이 문제되더라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이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4조 제1항에 따라 종합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신호위반 같은 제3조 제2항 단서의 중과실 사유에 해당하거나, 피해자가 생명에 대한 위험이 생기거나 불구,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른 경우, 보험이 무효·해지되었거나 면책 규정으로 지급의무가 없어진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해도 형사 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사건처럼 내가 신호를 지켰다면 신호위반 단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대가 신호위반이라는 점이 인정되기 전에는 반대로 내가 신호위반으로 기재될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 차량의 위반 사실을 초기에 객관적으로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내 과실이 없다고 확정되면 처벌 자체가 없고, 일부 과실이 있어도 보험 가입 시 공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5. 사고 후 수사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사고 현장의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가 이후 모든 절차의 방향을 정합니다.
교통사고는 통상 ①사고 현장에서 경찰이 출동해 교통사고 실황조사서 작성 → ②관할 경찰서(수원 지역이라면 수원남부·수원중부경찰서 등) 교통조사계 피의자 조사 → ③공소청(수원지방공소청) 송치 및 처분 → ④기소되면 법원(수원지방법원) 재판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처분 결과는 혐의없음, 공소권없음, 기소 등으로 갈립니다.
현장에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조서에 들어가지 않도록 신호 상태를 분명히 말하고, 모르는 부분을 추측해서 진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 후 상대에게 먼저 다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은 나중에 과실을 인정한 것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사고 직후 아래 순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즉시 별도 저장하고, 현장 사진과 차량 위치를 찍어 둡니다.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되, 신호 상태에 대한 진술은 증거를 확인한 뒤에 정리합니다.
경찰 조사 통보를 받으면 출석 전에 신호 현시 자료와 영상 시각을 맞춰 보고 진술 방향을 정합니다.
상대방 부상이 크다면 형사 절차와 별개로 손해배상 청구도 이어지므로, 형사 방어와 민사 과실비율 다툼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마치며
신호를 지켰다는 확신이 있는 분들일수록 “설마 내가 조사를 받겠나” 하는 생각에 초기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영상이 사라지고 진술이 굳은 뒤에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신호를 지킨 운전자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상대를 탓하기보다 영상, 신호 주기, 속도 자료를 먼저 정리해 내 과실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반대로 신호위반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 운전자 입장에서도 진술만으로는 방어가 되지 않습니다. 진입 시점과 신호 상태를 정확히 분석해야 이후 대응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교통사고를 포함한 형사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쪽과 혐의를 받는 쪽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초기 자료 확보 여부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사고가 났고 입건 통지를 받았다면 지금이 대응을 정할 시점입니다. 진술하기 전에,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신호를 지켰는데도 경찰이 피의자로 조사하나요?
A. 상대방이 다쳤다면 쌍방 입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건은 조사 대상이 되었다는 뜻일 뿐, 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신호위반이면 저는 무조건 무죄인가요?
A. 아닙니다.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려면 상대의 위반을 알아챌 수 있었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합니다. 과속이나 전방 주시 소홀이 있었다면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서로 녹색이었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결론이 나나요?
A. 블랙박스, CCTV, 목격자, 신호 현시 자료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어느 한쪽 영상만으로 부족하면 신호 주기와 시각을 맞추는 분석이 결정적입니다.
Q.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형사처벌은 없나요?
A.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신호위반 등 중과실 사유나 생명 위험·불구 등 중한 피해가 있으면 예외가 적용됩니다.
Q. 상대방이 합의를 요구하는데 응해도 되나요?
A. 과실 유무가 정리되기 전의 합의는 내 과실을 인정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증거를 확인한 뒤 합의 시점과 내용을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형사 사건과 보험사 과실비율 협의는 따로 진행되나요?
A. 따로 진행되지만 서로 영향을 줍니다. 형사에서 확정된 신호 상태는 과실비율 다툼의 핵심 근거가 되므로 함께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찰 조사 통보를 받았는데 변호사는 언제 선임해야 하나요?
A. 첫 조사 전이 가장 좋습니다. 초기 진술이 사건 방향을 정하고, 신호 다툼은 처음 진술이 나중에 번복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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