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담당했던 형사사건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했던 사건 중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사실관계
대형 의류업체 대리점주였던 의뢰인은 경영상 어려움을 겪자 본사 직원과 협의하여 본사에 지급하여야 할 의류판매대금 중 일부를 세금이나 직원 급여로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부도가 나서 본사에 지급하지 못한 미수금이 수억원에 이르게 되었는데요, 본사는 의뢰인이 본사에 입금해야 할 의류판매대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실로 형소고소하였습니다.
검사는 횡령금액이 5억원 이상이라고 판단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위반죄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의뢰인의 특경법(횡령)위반죄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2년을 선고하였습니다. 다만 다행히도 판사가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고 불구속 상태로 1심 판결에 항소하게 되었습니다.
2. 항소심 재판결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무죄를 선고한 주된 이유는 피고인에게 본사에 입금할 판매수익금을 횡령할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검사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지 아니하여 그대로 항소심 무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3. 재판후기
의뢰인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자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사업장을 정리하고 남은 전재산을 들여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하여 1심 재판을 진행함), 2년 징역형을 선고 받아 자포자기 하는 상태였습니다. 항소가 기각되면 사실상 2년 형이 그대로 확정되는거나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아 법률구조공단에 항소심 사건을 의뢰하게 되었는데 우연히도 저와 인연이 닿아 제 의뢰인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의뢰인과 캐미가 잘 맞아서 어려운 쟁점이 많았지만 수월하게 재판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1심과 같은 변론 방향으로는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항소심에서 사건을 원점부터 검토하여 소송전략을 새로 짰습니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인을 추가로 신청하면서 1심에서는 다투지 않았던 쟁점(피해자의 양해가 있었기 때문에 횡령의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입증한 점이 성공요인이었습니다.
10년 넘게 변호사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의뢰자를 만난 것 같은데 그 중에는 사건의 승패와 관계 없이 합이 잘 맞는 의뢰인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의뢰인도 분명히 있는데요. 결국 합이 잘 맞는 의뢰인 만나는 것도 변호사의 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 이상 강변 재판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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