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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 면책 약관은 무효, 영업용 재산 손해만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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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책임 면책 약관은 무효, 영업용 재산 손해만 특약으로 배제할 수 있을까 

강대현 변호사

물품 공급계약서나 이용약관에 "제품 결함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조사가 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 있어 보상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제조·납품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면책 조항을 넣어두면 제조물책임을 피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제조물 책임법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하면서도, 영업용 재산 손해에 한해서는 예외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원칙과 예외가 어떤 요건에서 갈리는지, 약관규제법과는 어떻게 맞물리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제조물 책임법 제6조 — 면책특약 무효가 원칙인 이유

제조물 책임법 제6조 본문은 "이 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로 한다"고 정합니다.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에게 같은 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지는데, 이 책임은 제조업자의 과실 유무를 따지지 않고 결함 자체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런 무과실에 가까운 책임 구조를 계약서 한 줄로 없앨 수 있다면 법의 목적인 피해자 보호가 무력해지기 때문에, 입법자가 특약의 효력을 아예 차단해 둔 것입니다.

무효의 대상은 문구가 "면책"이라는 단어를 쓰는 조항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배상 한도를 구매대금 이하로 낮추는 조항, 클레임 기간을 짧게 제한하는 조항, 책임을 제조업자가 아닌 구매자가 부담하도록 돌리는 조항처럼 결과적으로 이 법상 책임을 줄이는 특약이라면 모두 '제한'에 해당합니다. 조항 제목이 '품질보증 범위'나 '책임의 한계'로 되어 있어도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무효 여부를 볼 때는 문언보다 그 조항이 실제로 어떤 손해에 대한 어떤 책임을 줄이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 배상책임 전부 배제 — "결함으로 인한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문구.

  • 배상 한도 제한 — "배상액은 제품 대금을 초과하지 않는다"는 문구.

  • 청구 기간 단축 — "인도 후 30일이 지나면 어떤 청구도 하지 않는다"는 문구.

  • 책임 전가 — "제3자 피해는 구매자가 책임지고 제조사를 면책한다"는 문구.

제조물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문구와 무관하게 실질을 보고 무효로 되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 — 영업용 재산 손해에 한해 허용되는 특약의 요건

제6조 단서는 예외를 정합니다. 자신의 영업에 이용하기 위하여 제조물을 공급받은 자가 자신의 영업용 재산에 발생한 손해에 관하여 그와 같은 특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기업 간 거래에서 원자재나 설비를 공급받는 쪽은 소비자와 달리 협상력과 위험 분산 수단을 갖추고 있고, 영업상 손해는 보험이나 가격 조정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예외가 성립하려면 요건이 둘 다 맞아야 합니다. 첫째, 특약의 상대방이 영업에 쓰려고 제조물을 공급받은 사업자여야 합니다. 둘째, 특약이 규율하는 손해가 그 사업자의 영업용 재산에 생긴 손해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공장 운영자가 납품받은 부품 결함으로 자기 생산설비가 파손된 경우 설비 손해에 대한 책임 제한 특약은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고로 근로자가 다쳤다면 생명·신체 손해이므로 그 부분의 책임을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입니다. 하나의 사고에서도 손해 항목별로 유·무효가 갈리는 구조입니다.

단서가 '영업용 재산'이라고 한정한 점도 중요합니다. 영업과 무관한 개인 재산, 예컨대 사업주가 자택에 두는 물건이나 가족의 재산에 생긴 손해는 사업자와 체결한 특약이라도 단서의 보호 범위 밖에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장에 있는 재고, 차량, 기계, 원재료는 영업용 재산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어느 재산이 영업에 쓰이는지는 계약 당시의 사용 목적과 실제 이용 상태를 종합해 판단하게 됩니다.

특약이 유효하려면 '영업에 쓰려고 공급받은 사업자'와 '영업용 재산 손해'라는 두 요건이 모두 필요하다.

생명·신체 손해와 소비자 거래 — 어떤 특약도 통하지 않는 영역

예외가 열려 있는 범위는 영업용 재산 손해뿐입니다. 사람의 생명·신체에 생긴 손해에 대한 책임을 줄이는 특약은 상대방이 사업자이든 소비자이든 무효입니다. 같은 법 제3조 제2항은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생긴 경우 발생한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배상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책임까지도 특약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제6조의 취지에 맞습니다.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거래에서는 단서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는 영업에 이용하기 위해 제조물을 공급받은 것이 아니므로, 구매 약관이나 보증서에 "제품 결함에 따른 손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어도 재산 손해를 포함해 전부 무효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약관이나 제품 보증서의 작은 글씨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다만 소비자가 입은 손해가 제품 자체의 파손에 그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제3조 제1항은 "그 제조물에 대하여만 발생한 손해는 제외한다"고 하여, 제품 자체에만 생긴 손해는 제조물책임의 대상이 아니라고 정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손해는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이나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다투어야 하고, 이 영역에서는 일반 약관 규제의 틀이 적용됩니다. 제조물책임의 면책특약 제한이 닿는 범위와 닿지 않는 범위를 구분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약관규제법과의 관계 — 별도의 무효 사유가 겹쳐 적용된다

제조물 책임법 제6조가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해서 모든 면책 조항이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사업자가 다수 고객에게 쓰려고 미리 만든 계약 조항이라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도 함께 적용됩니다. 약관규제법 제7조 제1호는 계약 당사자의 책임에 관하여 부당하게 면제하는 조항 가운데 사업자, 이행 보조자 또는 피고용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법률상의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을 무효로 정합니다. 또한 같은 법 제6조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을 무효로 합니다.

이 때문에 영업용 재산 손해에 대한 특약이라 제조물 책임법 제6조 단서를 충족하더라도, 그 특약이 제조업자의 고의·중과실 책임까지 통째로 면제하는 내용이라면 약관규제법에서 따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법의 무효 사유는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별개의 심사 단계입니다. 먼저 제6조로 특약 허용 범위 안에 드는지 보고, 그다음 약관규제법으로 내용상 부당한지 확인하는 순서로 점검하면 됩니다.

개별 약정으로 협의한 조항은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알아둘 만합니다. 같은 법 제4조는 계약 당사자가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은 그 합의를 약관보다 우선한다고 정하는데, 이 합의는 당사자가 실제로 조항을 두고 협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거래상대방이 수정 요청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표준 계약서의 조항은 개별 약정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분쟁에서 쓰는 입증 — 특약의 유효성을 다툴 때 챙길 자료

특약이 있다는 이유로 제조사가 배상을 거절하면, 피해자는 특약의 효력부터 따져야 합니다. 먼저 손해의 종류를 항목별로 나눕니다. 생명·신체 손해, 영업과 무관한 재산 손해, 영업용 재산 손해, 제품 자체의 손해를 나누어 정리하면 어느 부분에 제6조 본문이 적용되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이 분류가 서면의 뼈대가 됩니다.

그다음으로 제조사 측이 단서를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요건을 충족하는 사실을 제조사가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활용합니다. 원칙이 무효이고 예외가 유효이므로,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쪽이 공급받은 자가 영업 목적이었다는 사실과 문제가 된 재산이 영업용 재산이라는 사실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증명책임의 배분입니다. 계약서의 어느 조항이 어떤 내용인지, 특약 체결 경위가 어떠했는지도 함께 확인됩니다.

  • 계약서·약관·보증서 원본 — 면책 조항의 문언과 체결 경위를 확인하는 기초 자료.

  • 거래 내역·세금계산서 — 공급받은 자가 영업 목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 손해 항목별 견적서·수리 내역 — 영업용 재산과 그 외 재산을 구분하는 자료.

  • 결함 감정서·사고 현장 사진 — 제3조의2 결함 추정을 활용하는 기초 자료.

피해자는 결함과 손해 사이의 인과를 하나하나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같은 법 제3조의2의 추정 규정을 활용합니다.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손해가 났고, 원인이 제조업자의 지배영역에 속하며, 결함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 손해임을 증명하면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특약이 무효로 판단된 뒤에는 이 추정 규정이 실제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조업자·납품업체 측에서 점검할 계약서 작성 요령

제조·납품하는 사업자라면 면책 조항을 넣는 것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무효가 되는 조항을 두면 분쟁에서 효력이 부정될 뿐 아니라, 계약 전체의 신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항은 허용되는 범위로 정확히 좁혀서 쓰는 것이 낫습니다. 상대방이 사업자이고 영업용으로 쓸 제조물이라면, 책임 제한의 대상을 '상대방의 영업용 재산에 생긴 손해'로 명시하고 생명·신체 손해와 제3자 손해는 제외한다고 분명히 적어 둡니다.

또한 제한의 정도도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앞서 본 약관규제법상 고의·중과실 면제 금지 때문에, 배상 한도를 정하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는 한도에서 제외하는 문언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험 가입 한도와 맞추는 방식도 실무에서 쓰입니다. 책임 제한을 넣는 대신 생산물배상책임보험으로 위험을 흡수하는 구조를 함께 설계하면 분쟁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함을 알게 된 뒤의 조치 의무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제4조 제2항은 제조물을 공급한 후 결함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손해 방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개발위험 항변이나 법령준수 항변을 주장할 수 없게 합니다. 계약서의 면책 조항과 별개로, 리콜이나 결함 통지 같은 사후 조치 체계가 제조업자의 책임 범위를 실제로 결정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품 보증서에 "결함으로 인한 손해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적혀 있으면 배상을 못 받나요?

A. 소비자가 일반 구매자로서 받은 보증서라면 그 문구는 제조물 책임법 제6조 본문에 따라 무효입니다. 제품 결함으로 생명·신체나 다른 재산에 손해가 생겼다면 문구와 상관없이 제조업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품 자체의 파손에 그친 손해는 제조물책임이 아니라 민법상 책임으로 다투게 됩니다.

Q. 사업자 간 거래에서는 책임을 전부 제한하는 특약도 유효한가요?

A. 영업에 이용하려고 공급받은 사업자의 영업용 재산 손해에 한해서만 유효할 수 있습니다. 생명·신체 손해와 영업 외 재산 손해는 사업자 간 거래에서도 무효입니다. 영업용 재산 손해라도 고의·중과실 책임까지 면제하는 내용은 약관규제법에서 따로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Q. 공장 설비가 납품 부품 결함으로 망가졌는데 특약에 한도가 있으면 한도 내에서만 받나요?

A. 설비는 영업용 재산이므로 제6조 단서에 따라 한도 특약이 유효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약이 개별 협의로 체결되었는지, 약관 형태였다면 부당하게 책임을 면제하는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부품 제조업자의 고의·중과실이 입증되면 한도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Q. 특약이 무효라고 판단되면 제조사는 어떤 책임을 지나요?

A. 특약이 없는 것과 같이 제조물 책임법 제3조에 따른 기본 책임을 집니다. 피해자는 결함과 인과관계를 제3조의2의 추정 규정을 통해 입증하고, 제조사는 제4조의 면책사유를 증명해야 책임을 면합니다. 결함을 알면서 조치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명·신체 손해에 대해 3배 한도의 배상책임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제조물책임 손해배상은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A. 제7조에 따라 피해자가 손해와 책임 있는 자를 모두 안 날부터 3년, 제조업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신체에 누적되는 물질이나 잠복기간이 있는 손해는 손해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을 계산합니다. 특약으로 이 기간을 줄이는 것도 제한 특약에 해당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면책 조항이 있었는데 제조사가 이를 근거로 거절하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A. 손해를 생명·신체, 제품 자체, 영업용 재산, 그 외 재산으로 나누고 계약서와 거래 증빙, 감정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후 어느 부분에 제6조 본문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청구 근거를 정리합니다. 시효가 진행 중이므로 내용증명 등으로 청구 사실을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맺음말

제조물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제조물 책임법 제6조에 따라 무효가 원칙이고, 영업에 이용하려고 공급받은 사업자의 영업용 재산 손해라는 좁은 범위에서만 예외가 인정됩니다. 생명·신체 손해와 소비자 거래에서는 어떤 문구도 효력이 없고, 예외 범위 안에서도 약관규제법상 고의·중과실 면제 금지가 별도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조항의 효력은 문구가 아니라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손해에 대해 체결했는지로 판단해야 합니다.

피해를 입은 쪽이라면 면책 문구가 있다는 이유로 곧바로 포기하기보다 손해 항목을 나누고 증빙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제조·납품하는 쪽이라면 시화·부발 일대 산업단지의 부품 납품 거래처럼 기업 간 계약이 잦은 환경일수록, 계약서 책임 조항을 허용 범위에 맞게 다시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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