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인의 임기가 끝났는데 후임 관리인을 뽑는 관리단집회가 열리지 않아 건물이 사실상 무주공산이 되는 집합건물이 적지 않습니다. 이때 전임 관리인은 임기가 끝났으니 손을 떼야 하는지, 아니면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관리비 청구와 수선 같은 업무를 계속해도 되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2025년 선고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사의 직무수행 법리가 집합건물 관리인에게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법리의 근거와 범위, 그리고 새 관리인을 선임하는 현실적인 절차를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관리인의 임기 — 2년 범위에서 규약으로 정한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24조 제1항은 구분소유자가 10인 이상이면 관리단을 대표하고 관리단의 사무를 집행할 관리인을 선임하도록 정합니다. 같은 조 제2항은 관리인이 구분소유자일 필요는 없고, 그 임기는 2년의 범위에서 규약으로 정한다고 규정합니다. 규약에서 임기를 1년으로 정했다면 1년이 지난 시점이, 2년으로 정했다면 2년이 지난 시점이 임기 만료일입니다.
관리인은 제24조 제3항에 따라 관리단집회의 결의로 선임되고 해임됩니다. 규약으로 관리위원회의 결의로 선임·해임하도록 정해 둔 경우에는 그 규약에 따릅니다. 문제는 임기가 끝나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 반면, 후임을 뽑는 관리단집회는 누군가 소집해야 열린다는 점입니다.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집회가 거듭 무산되면 임기 만료일과 후임 선임일 사이에 공백이 생기고, 그 공백 동안 관리비 수납과 공용부분 수선 같은 일상 업무를 누가 맡느냐가 쟁점이 됩니다.
관리인의 임기는 2년 범위에서 규약으로 정해지지만, 후임 선임은 관리단집회가 열려야 이루어지므로 임기 만료와 후임 선임 사이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임기가 끝난 관리인의 직무수행 —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80508 판결
이 공백 문제에 대해 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280508 판결이 기준이 됩니다. 사안은 아파트 관리단이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관리비를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원심은 관리단 대표자가 2019. 11. 30. 이후 관리인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관리단을 대표해 소송할 수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인의 이사는 임기가 만료되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다는 법리가 집합건물 관리인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관리비 청구가 건물의 통상적인 관리에 필요한 범위에 속하는지, 임기가 끝난 전임 관리인이 후임 선임 때까지 관리비 징수 업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를 원심이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이 판결로 임기 만료만을 이유로 관리인의 대표권을 곧바로 부정할 수는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다만 이는 임기 만료 후에도 업무를 이어가는 것이 허용된다는 취지이지, 어떤 행위든 제한 없이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디까지 가능한지는 다음 항목에서 봅니다.
이 판결이 다룬 것은 구 집합건물법(2023. 3. 28. 개정 전) 제26조 제3항이었고, 개정 후에는 같은 내용이 현행 제26조 제5항에 있습니다. 조문 번호만 달라졌을 뿐, 법 또는 규약에 정함이 없는 관리인의 권리의무에 관하여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한다는 구조는 같습니다.
법적 근거 — 집합건물법 제26조 제5항과 민법 위임 규정의 준용
집합건물법 제26조 제5항은 이 법 또는 규약에서 규정하지 않은 관리인의 권리의무에 관하여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관리인 임기 만료 후의 업무 계속에 관해서는 집합건물법에 별도 조문이 없으므로, 민법의 위임 규정과 법인 임원의 직무수행 법리가 채워 넣게 됩니다. 판결이 참조한 조문도 민법 제57조, 제58조, 제691조와 구 집합건물법 제26조 제3항입니다.
민법 제691조는 위임이 종료된 경우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수임인이 위임인 측이 위임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사무의 처리를 계속하여야 하고, 이 경우 위임의 존속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관리인과 관리단의 관계를 위임에 준해 보면, 임기 만료로 위임 관계가 끝나더라도 관리단이 스스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후임을 세우기까지는 급박한 사무를 중단 없이 처리해야 합니다. 건물의 관리는 하루도 비울 수 없는 성격의 사무라는 점이 이 법리가 집합건물에서 설득력을 갖는 이유입니다.
집합건물법 제24조 제2항 — 관리인의 임기는 2년 범위에서 규약으로 정함.
집합건물법 제26조 제5항 — 법·규약에 정함이 없는 권리의무는 민법의 위임 규정 준용.
민법 제691조 — 위임 종료 시 급박한 사정이 있으면 위임인이 사무를 처리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처리.
대법원 2024다280508 — 임기 만료 이사의 직무수행 법리가 집합건물 관리인에게도 적용.
계속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 — 통상적인 관리행위 중심
임기가 끝난 관리인이 계속 처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는 무제한이 아닙니다. 집합건물법 제25조 제1항이 정한 관리인의 권한을 기준으로 보면, 공용부분의 보존행위, 공용부분의 관리비용과 분담금을 구분소유자에게 청구·수령하고 그 금원을 관리하는 행위, 관리단의 사업 시행과 관련한 재판상·재판 외의 행위가 핵심입니다. 이 중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건물이 돌아가게 하는 데 필요한 통상적인 사무, 예컨대 전기·승강기 점검 계약의 유지, 관리비 청구와 수납, 누수 같은 긴급 수선, 미납 관리비에 대한 소송은 계속 처리할 필요가 큰 업무입니다. 대법원이 관리비 청구가 건물의 통상적인 관리에 필요한 범위인지를 심리해야 한다고 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관리단의 장래를 좌우하는 새로운 결정은 신중해야 합니다. 새로운 관리업체와의 장기 계약 체결, 규약 변경에 준하는 결정, 대규모 공사 발주, 관리단 자금을 평소와 다르게 지출하는 행위는 후임자나 관리단집회의 판단에 맡겨야 할 사항에 가깝습니다. 임기 만료 후의 직무수행은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적 성격이라, 범위를 넘으면 월권이라는 다툼과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정해 볼 만한 예는 이렇습니다. 임기가 만료된 관리인이 후임 선임 전까지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미납 관리비 독촉을 계속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리의 연장이지만, 같은 시기에 향후 5년 단위의 위탁관리계약을 새로 맺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임기가 끝난 관리인이 계속할 수 있는 일은 후임 선임 때까지 건물이 멈추지 않게 하는 통상적 관리에 한정되고, 장래를 구속하는 새 결정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임시관리인 선임 — 집합건물법 제24조의2
전임 관리인의 업무 계속은 어디까지나 공백을 메우는 장치이므로, 근본적으로는 후임 관리인을 세워야 합니다. 후임을 세울 사람이 마땅치 않거나 전임 관리인이 업무를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제도가 제24조의2의 임시관리인입니다. 구분소유자, 그의 승낙을 받아 전유부분을 점유하는 자, 분양자 등 이해관계인은 제24조 제3항에 따라 선임된 관리인이 없는 경우 법원에 임시관리인의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시관리인은 선임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관리인 선임을 위한 관리단집회 또는 관리위원회를 소집해야 합니다(제24조의2 제2항). 임기는 선임된 날부터 정식 관리인이 선임될 때까지이고, 규약으로 정한 관리인 임기를 넘을 수 없습니다(제3항). 즉 임시관리인은 장기 집권이 아니라 정식 선임 절차를 열어 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임기가 끝난 전임 관리인이 업무를 이어가는 경우와 선임된 관리인이 없다고 보는 경우 중 어느 쪽인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임 관리인이 업무를 방치하거나 비협조적이라면 임시관리인 선임을 병행하는 쪽이 안전합니다.
후임 관리인을 뽑는 방법 — 관리단집회 소집
후임 선임의 정석은 관리단집회입니다. 집합건물법 제33조 제2항은 구분소유자의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 소집을 청구하면 관리인이 집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정합니다. 청구 후 1주일 내에 관리인이 청구일부터 2주일 이내의 날을 집회일로 하는 소집통지 절차를 밟지 않으면, 청구한 구분소유자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소집할 수 있습니다(제3항). 관리인이 없는 경우에는 구분소유자의 5분의 1 이상이 곧바로 관리단집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제4항). 이 정수는 규약으로 감경할 수 있습니다.
관리단집회의 의사는 법 또는 규약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 의결합니다(제38조 제1항). 의결권은 서면이나 전자적 방법 또는 대리인을 통해서도 행사할 수 있으므로(제38조 제2항), 현장 참석이 부족해 집회가 무산되는 문제는 서면결의를 활용해 풀 수 있습니다. 소집통지에는 서면 등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과 구체적인 행사 방법을 밝혀야 한다는 점(제38조 제3항)도 빠뜨리면 결의가 다투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소집 청구 — 구분소유자 5분의 1 이상이 목적 사항을 구체적으로 밝혀 청구.
관리인 불응 — 청구 후 1주일 내 소집통지가 없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접 소집.
관리인 부재 — 구분소유자 5분의 1 이상이 바로 소집 가능.
의결 — 구분소유자 과반수 및 의결권 과반수, 서면·전자·대리 행사 가능.
전임 관리인의 책임과 주의점 — 월권과 보고의무
업무를 계속하는 관리인에게도 관리인으로서의 의무는 그대로 따라옵니다. 집합건물법 제26조 제1항은 관리인이 매년 1회 이상 구분소유자 등에게 사무에 관한 보고를 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전유부분 50개 이상 건물의 관리인에게 금원 거래에 관한 장부를 월별로 작성하고 증빙서류와 함께 해당 회계연도 종료일부터 5년간 보관하도록 합니다. 임기가 끝난 상태라고 해서 장부 작성과 보관 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이유는 없고, 후임에게 업무를 인계할 때 장부와 통장, 인감, 계약서류를 넘기는 것이 사실상 마지막 임무입니다.
구분소유자 입장에서는 이해관계인으로서 제26조 제3항에 따라 보고 자료와 장부, 증빙서류의 열람이나 등본 교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상 고유식별정보나 공개 시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줄 정보를 제외하고는 관리인이 응해야 합니다. 임기가 끝난 관리인이 후임 선임을 일부러 늦추며 자리를 지키거나 관리단 자금을 임의로 쓰는 일이 의심된다면, 열람 청구로 자료를 확인한 뒤 집회 소집과 임시관리인 선임을 통해 정리하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인 임기가 끝나면 그날부터 관리인 자격이 완전히 사라지나요?
A. 규약상 임기는 끝나지만, 대법원 2024다280508 판결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임기 만료만을 이유로 대표권이 곧바로 없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Q. 임기가 끝난 관리인이 관리비 미납 소송을 계속 진행해도 되나요?
A. 관리비 청구가 건물의 통상적인 관리에 필요한 범위에 속한다면 후임 선임 전까지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위 판결의 취지입니다. 다만 사안별로 통상적 관리 범위에 속하는지가 심리 대상이 됩니다.
Q. 후임 관리인이 선출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A. 구분소유자 5분의 1 이상이 관리단집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임할 수 있고, 선임된 관리인이 없다면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임시관리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임시관리인은 선임일부터 6개월 이내에 정식 관리인 선임을 위한 집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Q. 임기 만료 후 관리인이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도 효력이 있나요?
A. 통상적인 관리행위를 넘어 장래를 구속하는 장기 계약이나 큰 지출은 직무수행 범위를 벗어났다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임기 만료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에 따라 효력 다툼이 복잡해지므로 계약 전에 집회 결의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이미 임기가 끝난 관리인에 대해 해임청구를 할 수 있나요?
A. 제24조 제5항의 해임청구는 부정한 행위나 직무에 적합하지 않은 사정이 있는 관리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임기 만료로 지위를 상실한 사람을 상대로는 실익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후임 선임과 장부 인계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맺음말
집합건물 관리인의 임기가 끝나도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는 건물 관리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집합건물법 제26조 제5항이 준용하는 민법 위임 규정과 임기 만료 이사의 직무수행 법리가 그 근거이며, 계속할 수 있는 업무는 관리비 수납과 긴급 수선 같은 통상적인 관리행위에 한정됩니다.
업무 계속은 공백을 메우는 임시 장치일 뿐이므로, 구분소유자 5분의 1 이상의 소집으로 관리단집회를 열어 후임을 선임하거나 임시관리인을 청구해 정식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관리인의 지위가 불분명해 분쟁으로 번지기 전에 절차와 증빙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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