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로부터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라는 서면 청구를 받았다면, 회사는 그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직접 소송을 낼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기간에 청구 주주의 요건과 청구 이유를 확인하고, 책임을 추궁받는 이사와 분리된 검토 체계에서 사실을 조사한 뒤 판단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은 주주에게서 이른바 주주대표소송의 제소청구서를 받은 회사의 감사, 이사회, 법무 담당자를 위한 안내입니다. 2026년 10월 31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한 현행 상법 조문과 관련 판례의 취지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제소청구서는 겉보기에는 주주 한 사람의 항의 서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제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를 포함해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고, 그 소송의 결과는 회사의 권리에 그대로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대응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제소청구는 회사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요구입니다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면,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주주가 아니라 회사에 있습니다(상법 제399조 제1항). 원래 이 권리를 행사할지는 회사가 정합니다. 하지만 이사들이 동료 이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상법은 일정한 주주가 회사에 소 제기를 요구하고 회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직접 소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상법 제403조(주주의 대표소송) ① 발행주식의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청구는 그 이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③ 회사가 전항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30일내에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의 주주는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즉 제소청구는 회사에 판단할 기회를 먼저 주는 절차입니다. 회사가 이 기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소송의 주도권, 이사에 대한 회수 가능성, 다른 주주들에 대한 설명 책임이 달라집니다.
먼저 청구한 주주가 요건을 갖추었는지 확인합니다
비상장회사라면 청구 주주가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주주명부와 주식 이동 자료로 확인합니다. 한 주주의 지분이 부족해도 여러 주주가 함께 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례는 여러 주주가 함께 대표소송을 하려면 제소청구를 할 때와 소를 제기할 때 보유주식을 합산해 요건을 갖추면 된다고 봅니다.
상장회사는 특례가 있습니다.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1만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도 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542조의6 제6항). 이 특례는 일반 규정에 따른 권리 행사에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같은 조 제10항), 상장회사라면 1% 요건과 6개월·1만분의 1 요건 중 어느 쪽으로 청구했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정관에서 보유기간이나 비율을 더 완화했는지도 확인합니다(같은 조 제8항).
소송이 시작된 뒤 주주의 지분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법은 제소 후 보유주식이 100분의 1 미만으로 줄어도 제소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정하면서, 주식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된 경우는 예외로 두었습니다(제403조 제5항). 판례도 주식을 모두 처분해 주주의 지위를 잃은 원고는 원칙적으로 원고적격을 잃는다고 봅니다. 따라서 회사는 소송 중에도 원고 주주의 주식 보유 여부를 확인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묻는 다중대표소송도 있습니다. 모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자회사에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소의 제기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6조의2 제1항). 상장회사는 6개월 전부터 계속해 1만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모회사 주주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542조의6 제7항). 그룹 계열사라면 청구서가 모회사 주주로부터 온 것인지도 확인합니다.
청구 이유가 부족해 보여도 쉽게 무시하지 않습니다
청구서에는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판례는 이 이유에 책임을 추궁할 대상 이사와 책임 발생 원인 사실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가 무엇을 검토해 소송 여부를 정할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같은 판례는 주주가 회사 내부 정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청구서에 이사 이름이 빠져 있거나 원인 사실이 다소 개략적이라도, 회사가 청구서 내용과 이사회 의사록 등 회사 보유 자료를 종합해 대상 이사와 원인 사실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다면 적법한 청구로 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사 이름이 없으니 요건 미달"이라고 단정해 30일을 그냥 보내는 대응은 위험합니다. 나중에 법원이 청구를 적법하다고 보면, 회사는 검토 기회를 스스로 버린 셈이 됩니다. 청구서 내용이 실제로 특정되지 않는다면 그 판단 근거를 기록하되, 회사 자료로 특정할 수 있는 부분은 검토를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회사를 대표해 검토하는 사람은 감사입니다
이사의 책임을 묻는 사안에서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그대로 판단하면 이해충돌이 생깁니다. 그래서 상법은 회사가 대표소송 제소청구를 받은 경우에도 감사가 회사를 대표한다고 정합니다(상법 제394조 제1항). 회사와 이사 사이의 소송도 같습니다.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둔 회사는 이 규정이 감사위원회에 준용됩니다(상법 제415조의2 제7항). 다만 감사위원회 위원이 소송 당사자라면 감사위원회나 이사가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사람을 선임해 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제394조 제2항).
자본금 10억 원 미만이어서 감사를 두지 않은 회사도 있습니다. 이런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려면 회사, 이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회사를 대표할 사람의 선임을 신청해야 합니다(상법 제409조 제5항). 이 조항은 소를 제기하는 단계의 대표자에 관한 것이므로, 소 제기 가능성이 있다면 청구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미리 선임 신청을 준비하고 그 시간도 30일 일정에 넣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책임을 추궁받는 이사가 자료 수집이나 답변서 작성에 관여하지 않도록 검토 담당자를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상 이사의 해명은 따로 서면으로 받고, 판단은 감사가 독립적으로 하는 구조가 나중에 그 판단의 신뢰성을 뒷받침합니다.
30일 안에 진행할 검토 순서
1. 접수일 확정과 자료 보전
30일은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계산하므로, 청구서가 도달한 날짜와 수령 경로부터 기록합니다. 이어서 문제된 거래의 계약서, 이사회 의사록, 품의서, 회계 자료, 이메일 등 관련 자료가 삭제되거나 정리되지 않도록 보전 조치를 합니다.
2. 이사회 결의 참여와 이의 기재 확인
문제된 행위가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라면 그 결의에 찬성한 이사도 같은 책임을 집니다(상법 제399조 제2항). 결의에 참가한 이사로서 이의를 한 기재가 의사록에 없으면 찬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같은 조 제3항). 그래서 의사록의 출석자, 찬반 표시, 이의 기재를 하나씩 확인해야 책임 대상 이사의 범위를 정할 수 있습니다.
3. 책임 요건과 손해 검토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나 과실로 법령·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의 손해배상책임을 정합니다. 실제 책임 여부는 회사의 손해와 그 행위와의 관련성까지 함께 따져 판단됩니다. 당시 이사가 어떤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했는지, 검토 절차를 거쳤는지, 손해액을 얼마로 특정할 수 있는지를 자료로 정리합니다.
4. 책임 면제나 감경 여부 확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은 주주 전원의 동의로 면제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0조 제1항). 또 정관에 근거가 있으면 이사가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의 보수액(상여금과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등 포함)의 6배(사외이사·독립이사는 3배)를 넘는 금액에 대해 책임을 면제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다만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와 경업, 사업기회 유용, 자기거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감경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정관 규정과 대상 행위의 성격을 함께 확인합니다.
5. 회수 가능성과 소송 비용 비교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사의 재산 상태, 임원배상책임보험 가입 여부, 소송 기간과 비용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비교는 소송을 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근거와 함께 남기기 위한 것입니다.
6. 결정과 결과 기록
검토가 끝나면 소를 제기할지, 제기하지 않을지를 정하고 그 이유를 문서로 남깁니다.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면 어떤 자료를 검토했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 둡니다. 이후 주주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면 이 기록이 회사의 검토 과정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회사가 직접 소송하기로 했다면
상법 제403조 제3항은 회사가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은 때에 주주의 직접 제소를 허용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그 기간 안에 직접 소를 제기하면 주주가 이 조항을 근거로 제소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기간 경과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으면 주주는 30일 전에도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4항).
주의할 점은 회사가 주주의 청구에 따라 소를 제기한 뒤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소를 취하하거나 청구를 포기·인낙·화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상법 제403조 제6항). 형식적으로 소를 제기한 뒤 이사와 조용히 합의해 끝내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합의를 검토한다면 법원 허가를 전제로 조건을 설계해야 합니다.
소송하지 않기로 했다면 이후 절차를 준비합니다
회사가 30일 안에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청구 주주는 즉시 회사를 위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또 30일이 지나기를 기다리면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에는 30일 전이라도 바로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제4항). 예를 들어 이사의 재산이 빠르게 처분되고 있다는 사정이 있다면 회사의 30일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주가 소를 제기하면 소송 진행에 대비해 다음 사항을 확인합니다.
주주는 소를 제기한 뒤 지체 없이 회사에 소송고지를 해야 하고(상법 제404조 제2항), 회사는 그 소송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1항).
대표소송은 회사 본점소재지 지방법원의 전속관할입니다(상법 제403조 제7항, 제186조).
담보 제공 청구가 있고 그 청구인이 주주의 제소가 악의임을 소명하면, 법원은 원고 주주에게 상당한 담보 제공을 명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3조 제7항, 제176조 제3항·제4항).
주주가 제기한 대표소송도 법원의 허가 없이 취하, 청구의 포기·인낙·화해를 할 수 없습니다(제403조 제6항).
소송 결과에 따른 비용 문제도 알아 둡니다. 주주가 승소하면 회사에 소송비용과 그 밖에 소송으로 지출한 비용 중 상당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고, 이를 지급한 회사는 이사나 감사에게 구상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5조 제1항). 반대로 주주가 패소해도 악의인 경우가 아니면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2항).
원고 주주와 피고 이사가 짜고 회사의 권리를 해칠 목적으로 판결을 받게 한 경우에는 회사나 주주가 확정판결에 대해 재심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406조). 회사가 참가하지 않은 소송이라도 진행 경과를 계속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회사가 자주 놓치는 부분
소수 지분이라 무시하는 경우: 요건을 갖춘 청구라면 지분 크기와 관계없이 30일 기한이 진행됩니다.
대상 이사가 답변을 주도하는 경우: 감사가 회사를 대표한다는 규정과 맞지 않고, 이후 판단의 신뢰성도 떨어집니다.
형식 흠결만 이유로 검토를 생략하는 경우: 회사 자료로 대상과 원인을 특정할 수 있으면 적법한 청구로 볼 수 있습니다.
판단 근거를 남기지 않는 경우: 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자료가 없으면 이후 소송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마무리: 30일은 회사가 판단할 기회입니다
제소청구를 받은 회사가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청구 주주의 지분 요건과 청구 이유를 확인하고, 감사가 대표하는 독립적인 검토 체계에서 사실과 책임 요건을 조사하며, 소송 여부를 정한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이사의 책임은 결국 회사의 재산 문제입니다. 30일 안에 회사가 스스로 판단해 두어야 이후 주주가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회사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정리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법률 조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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