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대] 법무법인 도모 대표변호사 고준용입니다.
최근 교통사고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된 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정리하려고 파산·면책을 알아보시는 분들의 문의가 늘고 있습니다.
제가 상담한 분들 중 상당수는 “빚은 파산하면 다 없어진다고 들었다”, “중앙선을 넘은 건 맞지만 일부러 그런 게 아니니 배상금도 면책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막상 신청 단계에 들어가면 “교통사고 배상금은 면책이 안 된다더라”, “중앙선 침범은 12대 중과실이라 무조건 안 된다”는 상반된 이야기를 듣고 어느 쪽이 맞는지 몰라 신청 자체를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사고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비면책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고 유형이 아니라, 사고 당시 운전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구체적 상황에 따라 따지는 것입니다.
아래에서는 채무자회생법이 사고 배상금을 어떻게 다루는지, 중앙선 침범 사고에서 어떤 사정이 면책 여부를 가르는지, 그리고 신청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판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사고 배상금도 파산 면책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면책은 원칙적으로 모든 파산채권에 미치고, 예외만 법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는 면책을 받은 채무자가 파산절차에 의한 배당을 제외하고는 파산채권자에 대한 채무 전부에 관하여 책임을 면한다고 정합니다. 교통사고로 생긴 손해배상채무도 금전채무이므로 이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면책이 되지 않는 채권은 같은 조 단서에 열거된 것뿐이고, 열거되지 않은 채권은 면책이 원칙입니다.
면책 신청은 파산신청일부터 파산선고가 확정된 날 이후 1개월 이내에 할 수 있으며(제556조 제1항), 채무자가 파산신청을 한 경우에는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파산신청과 동시에 면책신청을 한 것으로 봅니다(같은 조 제3항). 면책을 신청할 때는 채권자목록을 반드시 첨부해야 하므로(같은 조 제6항), 피해자와 보험회사 등 사고 관련 채권자를 빠짐없이 적어야 합니다.
결국 “사고 배상금이라서 안 된다”가 아니라, 배상금이 단서에 열거된 예외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사고 배상금도 면책이 원칙이고,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책임이 남습니다.
2. 중대한 과실로 생명·신체를 침해한 배상금은 면책되지 않습니다
사고 배상금이 면책에서 빠지는 길목은 제566조 제3호와 제4호 두 곳뿐입니다.
제566조 단서는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제3호)과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제4호)을 면책되지 않는 채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고의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무에서는 제4호, 즉 중대한 과실 여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제4호는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상대 차량의 수리비 같은 물적 손해는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이 규정으로는 면책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반면 사망이나 상해에 대한 배상금은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면책 후에도 그대로 남습니다.
‘중대한 과실’의 의미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쉽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만연히 계속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어떠한 행위를 하였더라면 생명 또는 신체 침해의 결과를 쉽게 회피할 수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30 판결).
일반적인 과실보다 한 단계 높은, 주의의무를 현저히 어긴 경우를 말하므로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비면책이 되지 않습니다. 이 기준은 개인회생에서도 같은 구조로 적용됩니다. 제625조 제2항은 개인회생 면책에서도 중대한 과실로 생명·신체를 침해한 손해배상을 면책되지 않는 청구권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면책에서 빠지는 것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인신 손해배상이고, 중대한 과실은 주의의무의 현저한 위반을 뜻합니다.
3. 중앙선 침범이라는 사실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12대 중과실과 채무자회생법의 중대한 과실은 서로 다른 판단입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2호는 도로교통법 제13조 제3항을 위반한 중앙선 침범을 보험 가입과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선 침범은 곧 중과실이므로 면책이 안 된다”고 이해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둘을 구분합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는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음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채무자가 위 조항 단서 제2호에서 정한 중앙선 침범 사고를 일으켰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4호에서 규정하는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24. 5. 17. 선고 2023다308270 판결).
이 사건에서 운전자는 고가도로 1차로를 달리다 다른 차량이 차로에 진입하자 충돌을 피하려다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 차량 탑승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대법원은 운전자가 다른 사고를 피하려는 과정에서 중앙선을 넘은 점, 제한속도를 현저히 초과하지 않았고 달리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을 들었습니다. 또한 사망·중상이라는 결과는 침해의 정도에 관한 것일 뿐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비면책채권으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앞선 대법원 2009다91330 판결도 같은 흐름입니다. 편도 1차로 국도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로의 제설 작업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안에서, 가해자가 약간의 주의만으로 결과를 쉽게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배상채권이 비면책채권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면책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중앙선 침범’이라는 이름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당시의 경위를 하나하나 따졌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중앙선 침범은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하나의 사정일 뿐, 그 자체로 비면책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4. 면책 여부는 사고 경위에서 드러나는 구체적 사정으로 갈립니다
원인·속도·회피 가능성·결과 중 어느 것이 약간의 주의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인지가 쟁점입니다.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 여부를 사고 경위, 주의의무 위반의 원인과 내용 등 위반 당시의 구체적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합니다. 앞의 두 판결에서 면책 쪽으로 작용한 사정은 눈길 미끄러짐이나 다른 차량의 급진입처럼 운전자가 통제하기 어려웠던 외부 요인, 과속이 아닌 정상 속도의 주행, 그 밖의 다른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비면책 쪽으로 기울 수 있는 사정은 이런 것들입니다. 제한속도를 현저히 넘겨 달린 경우, 졸음이나 휴대전화 조작 등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경우, 음주나 무면허처럼 다른 주의의무 위반이 겹친 경우, 반대 차로로 넘어가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추월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겹칠수록 ‘조금만 주의했다면 쉽게 피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기 쉽습니다.
따라서 신청을 준비할 때는 사고 당시의 도로 상황, 속도, 블랙박스 영상, 형사사건 수사기록과 판결문에서 확인되는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형사에서 어떤 죄명으로 어떻게 처리됐는지와는 별개로, 이 기록이 면책 단계에서 과실의 정도를 다투는 핵심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형사처벌과 면책은 다른 문제입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따라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이때 부과된 벌금은 제566조 제2호에 따라 면책되지 않습니다. 이미 확정된 벌금은 파산으로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중앙선 침범 사고의 면책 여부는 사고 당시의 구체적 경위와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로 갈립니다.
5. 신청부터 확정까지,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채권자목록을 정확히 적고 사고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것이 면책 결과를 좌우합니다.
사고 배상금 채무가 있는 파산·면책 절차는 통상 ①관할 법원(수원 지역 거주자라면 수원 관할 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서와 채권자목록 접수 → ②심문과 보정을 거쳐 파산선고 → ③면책 심리와 면책 여부 결정 → ④면책결정 확정 후 효력 발생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피해자나 보험회사가 면책 후에도 집행을 시도하면, 채무자는 그 채권이 면책됐다고 주장하며 청구이의를 제기해 다투게 됩니다. 대법원 2009다91330 판결도 청구이의 사건이었습니다.
사고 채권이 있다면 아래 순서로 먼저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상금이 판결·합의·보험금 구상 중 어떤 근거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채권자가 피해자인지 보험회사인지 구분합니다.
사망·상해에 대한 부분과 차량 수리비 등 물적 손해 부분을 나누어 금액을 정리합니다.
블랙박스, 사고 현장 사진, 형사 기록 등 과실의 정도를 보여주는 자료를 모읍니다.
보험이 가입돼 있다면 피해자는 상법 제724조 제2항에 따라 보험금액의 한도에서 보험자에게 직접 보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보험금으로 처리된 부분과 그 한도를 넘는 부분, 보험사가 대위해 구상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신청 대상 채무를 정확히 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분을 바탕으로 파산·면책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면, 면책 가능성과 개인회생 등 다른 절차의 유불리를 함께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사고를 낸 분들은 “피해자분께 죄송하다”는 마음과 “내가 이 돈을 평생 갚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 사이에서 파산 신청을 오래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는 사이 지연이자가 쌓이고 급여나 계좌에 대한 압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배상금을 갚아야 하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중앙선 침범이었다는 사실에 위축되기보다, 사고 당시 어떤 경위로 차선을 넘었는지, 과속이나 다른 위반은 없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배상금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도 가해자가 파산했다고 해서 곧바로 받을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면책 후에도 청구할 수 있고, 가해 차량의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저는 교통사고 형사사건과 배상 문제에서 가해자 측과 피해자 측 양쪽 사건을 모두 다뤄온 변호사로서, 같은 중앙선 침범이라도 사고 경위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아 왔습니다.
면책이 될지 안 될지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에서, 고준용 변호사를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앙선을 침범해 사람이 죽거나 크게 다쳤으면 면책은 불가능한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사망·중상이라는 결과가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사고 당시의 경위와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 12대 중과실 사고로 처벌받았으면 비면책채권으로 확정되나요?
A. 확정되지 않습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중앙선 침범은 공소 제기의 예외 사유일 뿐이고, 채무자회생법의 중대한 과실은 별도로 판단합니다. 다만 형사 기록의 사실관계는 면책 단계에서도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Q. 차량 수리비 같은 물적 손해도 면책이 안 되나요?
A. 제566조 제4호는 생명·신체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만 대상으로 합니다. 물적 손해는 고의가 아닌 이상 이 규정으로 면책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Q. 형사재판에서 받은 벌금도 면책되나요?
A. 되지 않습니다. 제566조 제2호가 벌금·과료·과태료 등을 면책되지 않는 청구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Q. 피해자나 보험사를 채권자목록에서 빼도 되나요?
A. 안 됩니다.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청구권은 제566조 제7호에 따라 면책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빠짐없이 기재해야 합니다.
Q. 파산 말고 개인회생으로도 사고 배상금을 정리할 수 있나요?
A. 가능하지만 개인회생 면책에도 같은 예외가 있습니다. 제625조 제2항에 따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인신 손해배상은 면책되지 않으므로, 사안별로 비교해 선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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