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이나 해외 체류 중에 국외여행허가 기간이 지나버린 채 시간이 흘렀다면, 귀국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이미 오래전 일인데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을까"일 것입니다. 이 문제는 공소시효가 언제부터 흐르기 시작하는지와, 해외에 머무른 기간이 그 시계를 멈추게 하는지라는 두 갈래로 나뉩니다. 대법원은 이 두 갈래에 대해 이미 기준을 내놓았고, 그 결론은 단순히 "오래됐으니 괜찮다"로도 "해외에 있었으니 무조건 안 된다"로도 흐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병역법상 처벌 구조, 공소시효 기간과 기산점, 해외 체류 중 시효가 멈추는 조건을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국외여행허가 — 누가 받아야 하고 기간 연장은 언제까지인가
병역법 제70조 제1항은 25세 이상의 병역준비역·보충역·대체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사람, 그리고 승선근무예비역·보충역·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사람이 국외여행을 하려면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정합니다. 허가는 출국할 때 한 번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허가된 기간이라는 시한이 붙어 있고, 그 시한이 이 글의 모든 쟁점의 출발점이 됩니다. 허가 기간 안에 돌아오기 어렵다면 제70조 제3항에 따라 기간 만료 15일 전까지 병무청장의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25세가 되기 전에 출국한 사람에게는 별도의 시한이 있습니다. 이 경우 25세가 되는 해의 1월 15일까지 병무청장의 기간연장허가 또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 때 유학을 떠나 계속 체류하던 사람이 25세가 되는 해가 시작되었는데도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본인은 단순한 장기 유학이라고 여겼더라도 법적으로는 허가 의무를 어긴 상태가 됩니다. 병무청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판정검사나 입영을 기피한 사실이 있는 사람 등에게는 제70조 제2항에 따라 허가를 하지 않을 수도 있어, 연장허가는 신청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오는 절차도 아닙니다.
허가 기간 만료 15일 전까지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못했다면, 그 순간부터 병역법 제94조의 문제가 시작된다.
병역법 제94조 — 단순 미귀국과 병역기피 목적은 형이 다르다
허가 기간을 넘긴 경우의 처벌은 병역법 제94조가 정합니다. 제2항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출국한 사람, 국외에 체류하고 있는 사람,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아니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합니다. 반면 제1항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허가 없이 출국하거나 체류한 사람을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여, 목적이 인정되면 하한이 생기고 상한도 높아집니다. 두 항 모두 제83조 제2항 제10호에 따른 귀국명령을 어기고 귀국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합니다.
실무에서 대부분의 미귀국 사건은 제2항으로 의율됩니다. 다만 수사기관이 체류 경위를 들여다보다가 병역 면탈 목적이 엿보인다고 판단하면 제1항이 문제될 수 있고,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느 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공소시효 기간이 달라집니다. 이 차이는 아래 공소시효 기간 항목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정당한 사유'입니다. 대법원은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처럼 본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귀국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처벌되지 않지만, 그런 사유 없이 기간연장허가도 받지 않고 기간 안에 귀국하지 않았다면 처벌된다고 보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시했습니다(대법원 2018. 5. 11. 선고 2018도618 판결). 기간이 지난 뒤에 생긴 사정은 원칙적으로 정당한 사유를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공소시효 기간 — 법정형이 시효 기간을 정한다
공소시효 기간은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이 정합니다. 장기 10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7년(제4호), 장기 5년 미만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는 5년(제5호)입니다. 현행 병역법 제94조 제2항의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이므로 제5호에 따라 5년이 되고, 제1항은 장기가 5년이라 '5년 미만'에 해당하지 않아 제4호에 따라 7년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시효 기간이 범행 당시와 현재 법에서 같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허가 기간이 오래전에 만료된 사건에서는 행위 당시의 병역법과 형사소송법 규정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9도5925 사건의 원심은 2002년에 만료된 허가를 두고 법정형 3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로서 공소시효가 3년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만료된 사건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시효 기간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제94조 제2항(단순 미귀국) — 법정형 3년 이하 징역, 현행 형사소송법상 시효 5년.
제94조 제1항(병역기피·감면 목적) — 법정형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현행 형사소송법상 시효 7년.
범행이 오래전이라면 — 행위 당시의 법정형과 시효 규정을 먼저 확인.
공소가 제기된 뒤 — 판결 확정 없이 25년이 지나면 시효 완성으로 간주(형사소송법 제249조 제2항).
공소시효 기산점 — 귀국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져도 시계는 만료일부터 간다
해외에 계속 머무르는 동안에는 범죄가 계속되고 있으니 시효도 시작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22. 12. 1. 선고 2019도5925 판결에서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병역법 위반죄를 기간만료 15일 전까지 기간연장허가를 받지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때 성립함과 동시에 완성되는 즉시범으로 보았습니다. 그 이후 귀국하지 않은 상태가 계속되더라도 범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단의 결론은 공소시효가 범행종료일인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부터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52조 제1항이 시효는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부터 진행한다고 정하고 있고, 즉시범은 성립과 동시에 종료되므로 기산점이 허가 만료일로 고정됩니다. 허가가 여러 번 연장되어 왔다면 기준이 되는 날은 처음 허가 기간이 아니라 마지막 연장허가의 만료일입니다. 해당 사건에서 피고인은 2002. 12. 31.까지 연장허가를 받은 상태였고, 그날이 기산점이었습니다.
다만 이 법리는 곧바로 "만료일부터 5년이 지나면 안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기산점이 정해졌더라도 시효가 중간에 멈추는 사유가 있으면 멈춘 기간만큼 완성 시점이 뒤로 밀리기 때문입니다.
시효의 출발점은 귀국한 날이 아니라 허가기간 만료일이다 — 그러나 해외 체류 기간이 시효 정지 사유가 되면 계산은 달라진다.
해외 체류 중 시효 정지 —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3항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규정의 취지를 범인이 사법권이 미치지 못하는 국외에 체류한 것이 도피의 수단으로 이용된 경우 체류기간 동안 시효 진행을 막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정지가 인정되면 해외에서 보낸 시간은 시효 기간에 산입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 요건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입니다. 대법원은 이 목적이 국외 체류의 유일한 목적일 필요가 없고 여러 체류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으면 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목적과 양립할 수 없는 범인의 주관적 의사가 명백히 드러나는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국외 체류기간 동안 이 목적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봅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4101 판결 참조). 그래서 학업이나 취업이 체류의 주된 이유였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정지를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체류가 길었던 사건에서는 시효 완성 여부가 아니라 정지 사유가 있었는지가 사실상 핵심 다툼이 됩니다. 정지가 인정되면 기산점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사건도 공소제기가 가능하고, 정지가 부정되면 같은 사건이 면소로 끝납니다.
2019도5925 사건에서 본 정지 판단 — 어떤 사정이 목적을 뒷받침하나
이 사건의 피고인은 14세에 미국으로 출국했고, 18세에 제1국민역에 편입된 뒤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4차례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왔습니다. 원심은 2002. 12. 31. 만료일부터 3년이 지나 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고 면소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다는 증명이 없다고 본 판단을 법리오해로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이 목적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장허가를 네 번 받아본 경험이 있어 계속 체류하려면 기간연장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만료일 이후 허가 없이 계속 체류했고, 병무청장이 만료 직후인 2003. 1. 10.과 2. 10.에 귀국보증인들에게 미귀국통지서를 보냈으며, 비자기간 만료 뒤 불법체류 상태로 입영의무 등이 면제되는 연령인 36세에 이르는 날을 넘겨 2017. 4. 18. 귀국할 때까지 장기간 체류했다는 점입니다. 이와 양립할 수 없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허가·연장허가를 받아본 경험 — 허가 의무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
병무청의 미귀국통지서 발송 — 귀국 압박이 있었는데도 귀국하지 않았다는 정황.
입영의무 등 면제 연령을 넘긴 뒤 귀국 — 병역 부담이 사라진 뒤에야 돌아왔다는 정황.
체류 중 본인 의사로 귀국을 시도했거나 병무청과 연락한 기록 — 목적과 양립하지 않는 사정이 될 수 있는 자료.
귀국을 앞두고 점검할 것 — 시효 계산, 정당한 사유, 증빙 자료
귀국 전에는 먼저 마지막 허가기간 만료일을 정확히 특정해야 합니다. 병무청의 국외여행허가 내역과 연장허가서에 기재된 기간이 기준이 되고, 본인이 기억하는 일정과 어긋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 만료일에 현행 기준(제94조 제2항이면 5년, 제1항이면 7년)을 대입하되, 범행 시기가 오래되었다면 행위 당시의 법정형과 시효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해외에 체류한 기간 중 정지 사유로 주장될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정당한 사유 주장은 허가 기간 내에 귀국하지 못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되므로, 그 시점에 질병·사고·재난 등으로 귀국이 불가능했다면 진단서, 입원기록, 항공편 취소 내역 등 당시 자료가 핵심입니다. 시간이 지나 사후에 만든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시효 정지를 다툴 때에는 반대로 체류 중 귀국 의사를 보인 정황, 병무청과의 연락 내역, 연장허가를 신청했으나 거절된 기록처럼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공소가 제기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1항에 따라 공소제기로 시효 진행이 정지되고,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는 제253조 제4항에 따라 제249조 제2항의 25년 기간 진행도 정지됩니다. 기소 전 단계에서 시효 문제를 정확히 진단해 두는 것이 이후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허가 기간을 넘겨 해외에 있었던 기간이 5년을 넘었다면 공소시효는 끝난 건가요?
A.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시효는 허가기간 만료일부터 진행하지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다고 인정되면 체류 기간 동안 시효가 정지됩니다. 그 목적은 유일한 목적일 필요가 없고 양립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이 없는 한 유지되므로, 체류 기간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시효 완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Q. 해외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는 동안은 범죄가 계속되는 것 아닌가요?
A. 대법원은 허가기간 내 미귀국 범죄를 즉시범으로 보아, 기간 안에 귀국하지 않은 때 범죄가 성립함과 동시에 완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귀국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져도 범행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시효 기산점은 허가 만료일입니다. 다만 이것이 시효 정지 사유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Q. 병역법 제94조 제1항과 제2항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A. 제1항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이 있는 경우로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고, 제2항은 목적 요건 없이 허가 없이 체류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 기간에 귀국하지 않은 경우로 3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어느 항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형량뿐 아니라 공소시효 기간이 5년과 7년으로 갈립니다.
Q. 불가피한 사정으로 늦게 귀국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처럼 본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사유로 귀국할 수 없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단 기준 시점은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때이므로, 그 시점의 사정을 보여주는 진단서나 입원기록 같은 당시 자료가 중요합니다.
Q. 허가를 여러 번 연장받았다면 시효는 어느 날부터 계산하나요?
A. 마지막으로 받은 연장허가의 만료일이 기준입니다. 2019도5925 사건에서도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 12. 31.이 기산점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병무청의 허가 내역으로 마지막 만료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Q.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나이를 넘기면 처벌도 없어지나요?
A. 그렇지 않습니다. 병역법 제94조 위반죄는 입영 여부와 별개로 허가 의무 위반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오히려 면제 연령을 넘긴 뒤에야 귀국한 사정은 대법원 사건에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고려되었습니다.
맺음말
국외여행허가 기간을 넘긴 사건의 공소시효는 두 단계로 나눠 봐야 합니다. 먼저 시효는 귀국한 날이 아니라 마지막 허가기간 만료일부터 진행하고, 단순 미귀국이면 현행 기준 5년, 병역기피 목적이 인정되면 7년이 기준이 됩니다. 그다음으로 해외 체류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과 연결되어 있었다면 체류 기간 동안 시효가 멈추므로, 달력상 기간만 세어서는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결국 사건의 향방은 마지막 허가 만료일, 적용 조항, 체류 기간 중 귀국 의사를 보여주는 자료의 유무에서 갈립니다. 귀국을 결정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정리해 두면 이후 수사와 재판에서 무엇을 주장할 수 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 사실관계를 놓고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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