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한 말 몇 마디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조사를 받으러 오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손도 대지 않았고 농담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장애인이었다는 이유로 일반 성희롱과 전혀 다른 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을 별도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까지 규정해 두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신체 접촉이 없는 발언만으로도 이 조항이 왜 적용될 수 있는지, 법원과 수사기관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수사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법무법인 도모 강대현 대표변호사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 — 성희롱이 독립된 금지행위인 구조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는 "누구든지"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를 8개 호로 나열합니다. 그 첫 번째인 제1호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행위"입니다. 폭행·감금·방임·정서적 학대 같은 전형적 학대행위와 같은 조문 안에서, 그것도 맨 앞 순서에 성희롱·성폭력이 놓여 있다는 점이 입법 의도를 보여줍니다. 장애인은 의사 표현이나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성적 언동에 특히 취약하다는 인식에서, 형법상 추행에 이르지 못한 행위까지 금지 범위에 넣은 것입니다.
조문의 주어가 "누구든지"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시설 종사자나 활동지원인처럼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 사람만 대상이 아니라, 직장 동료, 이웃, 손님,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등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수범자입니다. 가해자가 장애인 당사자와 아무 관계가 없어도,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점이 확인되면 이 조항의 적용 가능성이 열립니다. 일반 성희롱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나 공공기관 성희롱처럼 일정한 관계가 있어야 규율되는 영역이 많지만, 이 조항은 관계 요건 자체를 두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는 신분·관계를 묻지 않고 "누구든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행위를 금지한다.
제86조 제1항의 법정형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금지행위를 위반했을 때의 처벌은 같은 법 제86조 제1항에 있습니다. 제59조의9 제1호의 행위를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같은 조문의 다른 금지행위와 비교하면 이 법정형이 얼마나 무거운지 드러납니다. 장애인에 대한 폭행(제59조의9 제2호 중 폭행)이나 방임, 체포·감금, 정서적 학대는 제86조 제3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상해와 강제노동은 제86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즉 장애인에 대한 성희롱은 상해나 강제노동보다도 법정형의 상한이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형법상 강제추행(제298조)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비교하면, 징역 상한은 같고 벌금 상한은 오히려 훨씬 높습니다. 벌금형이 가능하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제59조의9 제1호(성희롱·성폭력 등) — 제86조 제1항,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제59조의9 제2호 중 상해, 제2호의2(강제노동) — 제86조 제2항, 7년 이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 벌금.
제59조의9 제2호 중 폭행 및 제3호~제6호(방임·구걸·체포감금·정서적 학대) — 제86조 제3항,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신체 접촉이 없어도 성립하는 이유 — 구성요건이 '행위'가 아니라 '성적 수치심'에 있다
형법상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이어서,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나 접촉이 전제됩니다. 반면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의 구성요건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행위"입니다. 문언상 신체 접촉이나 폭행·협박이 요건으로 적혀 있지 않고, 핵심은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적 언동이라는 점입니다. 성희롱이라는 단어 자체가 말과 글, 시선, 몸짓처럼 접촉 없는 행위를 대표적으로 포함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행위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동료에게 신체 부위나 성관계에 관한 농담을 반복하는 경우, 시설 이용 장애인 앞에서 음란한 말을 하거나 음란물을 보여주는 경우, 메신저나 SNS로 성적인 말과 사진을 보내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은 '추행'이 아니라는 항변이 될 수는 있어도, 제59조의9 제1호의 성립을 막는 사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다만 어떤 언동이 성희롱의 범위에 들어가는지가 곧바로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성적 농담·음담패설 — 장애인 본인이나 제3자의 신체, 성관계를 소재로 한 말을 반복하는 경우.
성적 메시지 — 메신저·문자·SNS로 성적 표현이나 사진을 보내는 경우.
음란물 노출 — 음란한 영상·사진을 보여주거나 일부러 신체를 노출하는 경우.
외모·신체에 대한 성적 평가 — 장애인의 신체 부위를 거론하며 성적 의미를 담아 말하는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이 보는 기준 — 성적 수치심, 고의, 장애 인식
성희롱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가해자가 어떤 의도로 말했는지가 아니라, 그 언동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것이었는지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누구에게, 어떤 관계와 장소에서, 몇 번 했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일반인에게도 불쾌한 성적 발언이 인지능력이 낮거나 거절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반복되었다면 수치심을 줄 정도가 더 쉽게 인정됩니다.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수치심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애인은 거부 표현 자체가 어렵거나 관계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고의도 필요합니다. 즉 자신의 언동이 성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거나 인식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다는 주장은 이 지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등록증이나 복지카드 소지 여부, 근무하는 시설의 성격, 평소 대화에서 드러난 장애 특성 등을 종합해 알았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모르는 사이였다는 주장만으로 쉽게 통하지는 않습니다.
이때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사정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발언이나 메시지의 구체적 표현과 횟수, 두 사람의 관계(위계·의존 관계 여부), 피해자의 장애 유형과 정도, 발언 이후 피해자의 반응과 변화, 같은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반복성은 일회성 실언과 의도적 성적 언동을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이 됩니다.
성희롱 여부는 말한 사람의 의도가 아니라, 그 언동이 장애 특성과 관계·반복성을 고려할 때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줄 만했는지로 정해진다.
형법·성폭력처벌법과의 관계 — 같은 행위가 어느 법으로 처벌되는가
같은 사건이라도 행위의 모습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지고, 때로는 둘 이상이 함께 문제 됩니다. 신체 접촉이 있는 경우를 먼저 보면, 장애인에 대한 강제추행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3항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됩니다. 장애로 항거불능 또는 항거곤란 상태에 있음을 이용한 추행은 같은 조 제4항으로,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는 제6항(1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의율됩니다. 장애인복지법의 성희롱 조항은 이처럼 접촉이 없거나 추행의 정도에 이르지 않은 언동을 포섭하는 그물로 기능합니다.
접촉 없이 통신매체로 성적 표현을 보낸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가 문제 됩니다.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있어야 하고,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성적 욕망 충족 목적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 목적 요건이 없는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로 의율되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메시지라도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2년 이하보다 장애인복지법의 10년 이하가 적용될 수 있어, 처벌 상한이 크게 달라집니다.
모욕이나 명예훼손처럼 성적 표현이 인격적 비하와 결합된 경우에는 형법상 죄가 함께 검토되기도 합니다. 실무에서는 피해 진술에 나타난 발언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기관이 가장 적합한 죄명을 정하고, 필요하면 여러 죄명을 함께 입건합니다.
수사의 시작 — 신고, 조사, 보조인과 신뢰관계인 동석
이 유형의 사건은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제3자의 신고로도 시작됩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4 제1항은 누구든지 장애인 대상 성범죄를 알게 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의료인, 학교 교직원, 활동지원인력 등을 신고의무자로 정해 직무상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신고의무를 어기면 제90조 제3항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주변 사람이 알게 된 즉시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 본인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는데 보호자나 종사자의 신고로 사건이 되는 사례도 그래서 생깁니다.
조사 단계에서는 피해 장애인 보호를 위한 절차가 붙습니다. 제59조의8에 따라 학대받은 장애인의 법정대리인, 직계친족, 형제자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상담원이나 변호사가 보조인이 될 수 있고, 법원은 피해 장애인을 증인으로 신문할 때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의 동석을 허가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이 절차가 준용됩니다. 가해자로 조사받는 입장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신뢰관계인의 도움 속에 상세하게 확보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만큼 증거의 비중이 큽니다. 메신저 대화나 문자 같은 전자적 기록은 삭제하더라도 상대 기기와 서버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임의로 지우거나 수정하면 증거인멸 시도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불리합니다. 조사 전에는 문제 된 발언과 대화의 전후 맥락을 최대한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혐의를 받는 쪽의 대응 — 무엇을 다투고 무엇을 정리할 것인가
방어의 방향은 사안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발언 사실 자체나 그 표현의 내용을 다투는 경우입니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사실관계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지만, 시점·표현·횟수가 과장되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면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둘째, 성적 수치심을 줄 만한 언동이 아니었다고 다투는 경우입니다. 일상적 호칭이나 외모에 대한 평범한 언급, 업무상 필요한 신체 관련 대화 등은 맥락에 따라 성희롱이 아닐 수 있고, 이때는 전후 대화 전체와 두 사람의 평소 관계가 핵심 자료가 됩니다. 셋째, 상대가 장애인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사안이라면 양형을 위한 준비가 중심이 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반성과 재발 방지 노력, 범행 경위와 반복성, 초범 여부가 처벌 수위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피해 장애인이 직접 합의 의사를 표명하기 어렵거나 보호자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사건과 달리 합의 절차를 무리하게 진행하면 오히려 2차 가해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합의는 피해자 측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호인을 통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벌금형이냐 징역형이냐는 사건 초기의 대응에서 많이 갈립니다. 사실관계를 부인하다가 증거가 쌓인 뒤 인정으로 돌아서면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받기 쉽습니다. 처음부터 어떤 입장을 취할지, 어떤 자료를 제출할지 정리한 뒤 조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장애인에게 성적인 농담을 한 번만 했는데도 처벌되나요?
A. 횟수가 한 번이라는 이유로 성립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회성인지 반복인지, 표현의 수위와 관계, 상대의 장애 정도가 처벌 여부와 수위를 가르는 핵심 사정이어서, 한 번뿐이고 가벼운 표현이었다면 기소 여부와 형량 판단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장애인인 줄 몰랐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A. 고의가 있어야 처벌되므로 장애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은 중요한 방어 사유입니다. 하지만 복지카드, 시설 환경, 평소 대화나 외관에서 장애를 알 수 있었는지가 종합적으로 판단되어, 모른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Q.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수치심이 인정되나요?
A. 네, 거부 의사 표시는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장애인은 의사 표현이 어렵거나 관계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아, 항의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곧 수치심이 없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Q. 장애인복지법 위반과 강제추행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강제추행은 폭행·협박이나 위계·위력으로 신체 접촉에 해당하는 추행을 하는 것이고, 장애인이 상대방이면 성폭력처벌법 제6조가 적용됩니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까지 포함해 접촉 없는 언동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점에서 범위가 넓습니다.
Q.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A. 합의는 양형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으로 종결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 측 처벌 의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이 사건을 계속 진행할 수 있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개입한 사안이라면 합의 절차와 방식에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온라인 메신저로만 보낸 메시지도 해당되나요?
A. 해당될 수 있습니다. 신체 접촉이 없어도 메시지 내용이 장애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것이라면 제59조의9 제1호의 대상이 되고,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되면 성폭력처벌법 제13조도 함께 문제 됩니다.
맺음말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9 제1호와 제86조 제1항은 신체 접촉이 없는 성적 언동까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율합니다. 접촉이 없었다는 사실이 면책 사유가 아니라는 점, 판단의 중심이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장애인이 받은 성적 수치심과 언동의 객관적 성격에 있다는 점이 이 유형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이 조항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발언의 전후 맥락, 장애 사실에 대한 인식, 관계와 반복성, 증거 상태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초기 진술과 증거 대응에 따라 불기소, 벌금, 징역으로 결과가 갈릴 수 있으므로, 수원지검이나 관할 경찰서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진술하기 전에 사안을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조력이 필요하시면 강대현 대표변호사에게 연락주십시오.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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