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사건 형사절차 권리 가이드 ④]
"조사 영상녹화를 요청할 수 있나"
B씨는 첫 조사에서 수사관이 큰 소리로 다그치는 바람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 조사에서는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사 과정을 녹화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녹화를 요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녹화가 오히려 불리하게 쓰이지는 않는지 궁금했습니다. 녹화를 요청하면 수사관이 더 까다롭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1. 영상녹화는 수사기관이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는 피의자의 진술을 영상녹화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피의자의 동의가 요건은 아니고 녹화 여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겨져 있습니다. 참고인은 동의를 받아야 녹화할 수 있다는 점과 다릅니다. 실무에서는 다투는 사건이나 진술이 중요한 사건에서 녹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조사 녹화 요청은 할 수 있지만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피의자가 영상녹화 조사를 원한다고 요청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법에 피의자의 녹화 요구권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수사기관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요청했다는 사실 자체는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요청이 거절됐다면 그 이유도 함께 물어 두면 나중에 조사 과정을 설명할 때 도움이 됩니다.
3. 녹화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해야 합니다
영상녹화를 할 때는 미리 녹화 사실을 알려야 하고 조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녹화해야 합니다. 일부 구간만 녹화했다면 절차 위반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녹화를 중간에 멈췄다가 다시 시작했다면 그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4. 녹화물은 봉인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녹화가 끝나면 피의자나 변호인 앞에서 원본을 봉인하고 피의자가 서명합니다. 피의자나 변호인은 녹화물 재생을 요청할 수 있고 내용에 이의가 있으면 그 취지를 적은 서면을 붙일 수 있습니다. 녹화 내용과 조서 내용이 다르다면 그 차이를 지적할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5. 녹화물이 그대로 유죄 증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수사 과정의 영상녹화물이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독립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주로 진술의 임의성이나 조서의 진정성립을 판단하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녹화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의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6. 녹화가 늘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녹화는 부당한 조사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만 내가 한 말과 태도도 그대로 남깁니다. 준비 없이 녹화된 조사에서 한 실수는 오히려 지우기 어려운 기록이 될 수 있습니다. 녹화를 요청하기 전에 내 진술이 어떤 방향인지부터 정리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7. 다른 보호 수단도 함께 생각합니다
녹화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변호인 참여나 조사 내용 메모 같은 방법으로 조사 과정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조사가 끝난 직후 기억나는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두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영상녹화는 조사를 투명하게 만드는 수단이지만 요청할지 여부는 사건의 쟁점과 내 진술 계획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조사 전에 어떤 보호 수단을 쓸지 먼저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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